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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평양팔경(平壤八景) (2020. 3. 11)-속명승보 10
제1경 밀대상춘(密臺賞春) 을밀대에서의 봄 즐김
제2경 부벽완월(浮碧玩月) 부벽루에서의 달구경
제3경 영명심승(永明尋僧) 영명사를 찾아드는 중들의 모습
제4경 보통송객(普通送客) 보통강에서 나그네를 보내는 광경
제5경 거문범주(車門汎舟) 거문(거피문, 평양 외성의 남문) 앞 대동강의 뱃놀이 광경
제6경 연당청우(蓮堂聽雨) 애련당에서 듣는 빗소리
제7경 용산만취(龍山晩翠) 용악산의 늦가을 푸른 모습
제8경 마탄춘창(馬灘春漲) 마탄(대동강 북쪽여울)의 물이 봄에 넘치는 모습
*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북한) 수도인 고도(古都) 평양에 있는 여덟 군데 옛 경승지를 말한다. 평양의 옛 이름인 까닭에, 일명 ‘기성팔경(箕城八景)’이라 한다. 모두 가보지 못한 곳이라, 탁상에서 읊는다. 세월이 지나 현장은 변했다 치더라도, 옛 정취는 살아 있으리라 추측한다. ‘관서팔경’과 함께 생전에 꼭 가고 싶은 명소이다. 기본 자료와 순서는 위키백과를 원용(援用)했지만, 최신 것이 빈약해, 네이버블로그 ‘투어노트’ 사진을 참고했다. 2005년도 방문 때 찍은 사진을 2018.4.25 기록과 함께 올렸다 라 밝힌다.
서시
고도(古都)는 전통 깊어 승경도 많을 진저
세월은 쉴 새 없어 유적은 낡아져도
남북이 하나가 되면 옛 영화(榮華)를 찾으리
제1경 밀대상춘(密臺賞春)
언덕에 두견화요 강 위는 물총새가
색동옷 입은 꼬마 봄맞이 하는 사이
이내〔嵐〕에 취한 묵객은 선녀 고름 당기네
* 을밀대(乙密臺); 평양직할시 중구역 금수산 을밀봉 밑에 있는 6세기 중엽 고구려 평양성 내성의 북쪽장대로 세워진 정자이다. 이름의 유래를 보면, 먼 옛날 '을밀선녀'가 기막힌 이곳의 경치에 반해 하늘에서 내려와 놀았다는 설화와, 을지문덕 장군의 아들 을밀 장군이 이곳을 지켜 싸웠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지금의 건물은 1714년에 축대를 보수하면서 고쳐 지은 것이다. 1930년대의 강주룡이 고공농성을 한 곳으로 유명하며, 최근 1960년에 개수를 한 바 있다. 높이 11m의 축대 위에 세워졌는데, 정면 3칸(7.46m), 측면 2칸(5.29m)의 단층 합각지붕으로 되어 있다. 봄놀이가 유명하다.
* 졸저 『名勝譜』 제1번 대한8경 중 제8경 ‘평양 대동강의 을밀대’(12면) 시조 참조. 2017. 7. 7 도서출판 수서원.
제2경 부벽완월(浮碧玩月)
녹음은 비단 펼쳐 능라도(綾羅島) 출렁대고
두 연인 포옹할 제 실족한 봉황 누각
강물에 빠진 보름달 어옹(漁翁)만이 건질까
* 부벽루(浮碧樓); 평양직할시 중구역 금수산 모란봉 동쪽 깎아지른 청류벽 위에 서 있는 정자이다. 본래 393년에 창건한 영명사(永明寺)의 부속건물로서, 그 때는 이름도 영명루라고 불렀는데, 그 후 12세기에 이르러 '대동강의 맑고 푸른 물 위에 떠 있는 정자'라는 뜻에서 부벽루라고 고쳐 부르게 되었다. 밑을 흐르는 맑고 푸른 대동강물과, 녹음이 비단결처럼 출렁이는 능라도가 신비하리만치 아름답다. 동쪽에서 떠오르는 달마중도 좋지만, 강물에 잠긴 달을 구경하는 게 일품이다.
* 졸저 『鳶飛魚躍』 정격 단시조집(9) 蘭 1-25 ‘부벽루’ 시조(35면) 참조. 2020. 7. 15 도서출판 수서원.
제3경 영명심승(永明尋僧)
솔바람 산사에는 적막이 흐르는데
보시한 객승(客僧)이사 해거름에 찾아오니
햇차 향 감도는 선방 청개구리 엿듣네
* 영명사(永明寺); 평양직할시 금수산에 있던 불교 사찰이다. 조선시대와 일제강점기 동안 인근의 법흥사와 함께 평안남도 지역을 대표하는 큰 절이었다. 대동강과 능라도, 평양시내를 한눈에 내려다보며, 풍류를 즐길 수 있는 장소에 지어져 예전부터 명승지로 유명했다. 창건 연대(393년?)는 분명치 않으나, 고구려 광개토왕 때 지어진 것으로 기록된 9개의 절 중 하나다. 주위의 경치는 선경을 방불하고, 스님들과 차담을 나누는 정경이 푸근하다.
제4경 보통송객(普通送客)
굽이쳐 흐르지만 특출한 강은 아녀
버들 숲 우거지고 나루터 인정 넘쳐
손이여 길 재촉 마라 진짜 경물(景物) 놓칠 걸
* 보통강(普通江); 평안남도 평원군에서 발원해 평양직할시까지 흐른다, 대동강으로 유입되는 길이 55. 2km의 강이다. 평양시내를 관통하는데, 1942년 큰 홍수가 발생했다. 해방 이후 북조선에서 수로를 직강화하고, 원래 수로는 운하로 활용하다가 주변에 유원지를 조성하였다. 옛 나루터에서 다정하게 손님을 보내는 광경이다.
제5경 거문범주(車門汎舟)
여보소 동무 네들 뱃놀이 가자구요
갈대숲 짙푸르고 가락은 구성져라
노 젓기 경쾌한 바람 은어 떼도 경주해
* 대동강(大同江); 한반도에서 다섯 번째로 큰 강으로, 평안남도 대흥군 랑림산맥의 한태령(1,356m)에서 발원하여, 평양직할시·남포특별시·황해북도·황해남도를 지나 황해로 흐른다. 강의 길이는 439km이며, 수심이 깊은 편이다. 하류에 평양시가 위치해 있으며, 강 유역에는 고구려 유적지가 많다. 유역 형상은 평행형이다. 수례문 즉 옛날 평천리 앞을 막았든 외성의 성문 놀이터에서 행하는 뱃놀이를 말한다.
제6경 연당청우(蓮堂聽雨)
연잎을 때린 비는 소리도 쟁쟁한데
이슬은 애달프니 인생길 공수거(空手去)라
행인아 귀 한껏 얼어 사자후(獅子吼)를 듣게나
* 연당; 왕래인이 가장 많은 평양 대동문에서 종로로 통하는 길 한복판 연못에 비가 내리는 소리를 듣는 것을 뜻한다. 아름답게 핀 연꽃과 구르는 아침 이슬, 연잎 위 후두두 떨어지는 세찬 소리(사자후)가 행인을 사로잡는다. 1542년 못 주위에 지은 애련당(愛蓮堂)이 있었다 한다. 김정동(1948~)전 목원대 교수에 의하면 “미군 폭격에 사라진 비극의 정자”라 한다. <일본을 걷는다> 제1, 2권 1997년 한양출판사.
* 공수래 공수거(空手來 空手去); 빈손으로 왔다가 빈손으로 간다는 뜻으로, 사람이 재물에 욕심을 부릴 필요가 없음을 이르는 말.(佛)
* 사자후(獅子吼); 부처님의 한 번 설법에 뭇 악마가 굴복하고 귀의한다는 뜻으로, 부처님의 설법을 사자의 포효에 비유한 말이다.(佛)
제7경 용산만취(龍山晩翠)
용악산 소나무야 겨울을 생각 말게
푸름이 있어야만 군자가 찾아올 터
송백(松柏)은 추워진 뒤에 더 더디게 시들지
* 용악산(龍岳山 295m); 평양직할시 만경대구역에 있는 산이다. 덕상산맥과 잇닿아 있었으나, 순화강·만경천의 오랜 하각작용으로 분리되었다. 소나무·밤나무·참나무·아카시아 등이 울창하다. 곳곳에 기암이 솟아 있으며, 계절마다 독특한 경관을 보인다. 약수가 유명하며, 도로가 놓여있는 산정까지 오르면, 평양 시가지와 칠골 등을 한눈에 감상할 수 있다. 이 산의 소나무는 늦가을이 되어도, 늘 푸름을 유지하고 있다(다음백과). 중턱에 있는 법운암(法雲庵)은 대동강 부벽루에 있던 영명사(永明寺)의 부속암자이다. 북한의 국보문화유물 제13호로 지정되어 있다, 예전 중국으로 향하든 김구 선생이 머물렀든 곳이다.
* 歲寒然後 知松栢之後凋也(세한연후 지송백지후조야);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날씨가 추워진 뒤에야, 소나무와 잣나무가 늦게 시듦을 알 수 있는 것이다”. 세상이 어려워진 뒤에야, 참된 선비의 진면목이 드러난다. 추사 김정희의 그림 〈세한도(歲寒圖)〉 제목도 여기서 유래한 것이다.(논어 자한편)
제8경 마탄춘장(馬灘春漲)
얼음은 둥둥 뜨고 눈 섞인 소용돌이
거품 문 백마(白馬) 홀로 여울을 건너는데
봄물은 가득 불어나 마른 대지 적시네
* 마탄(馬灘): 이른 봄 대동강 북쪽 여울인 이곳에 얼음이 둥둥 떠내려가고, 눈섞임물이 소용돌이치는 모습은 일대 장관이다. 봉도리에 있는데, 말이 건너는 여울이라 하여, ‘마탄‘이라 부른다. 1018년 고려 강감찬 장군이 거란 군을 물리친 곳이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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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졸저 『鳶飛魚躍』 정격 단시조집(9) 제 2-3번(80~86면). 2020. 7. 15 도서출판 수서원.
* 《윌더니스》 제25호(2020년 가을) 풍치시조 3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