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지방의 수호령
문지방의 수호령은 정신 수행의 어느 단계에서 만나게 되는데 두 상태로 나뉜다. 문지방의 소수호령과 대수호령이다. 물론 필자도 슈타이너의 글을 처음 읽었을 때는 흥미로웠지만 전혀 믿지 않았다. 신기하지만 어느 순간 만난 듯도 하다. 하지만 정신수행은 잠깐 순간적으로 드러나는 상항이 대부분이라서 하여튼 의문이다. 하지만 존재한다는 사실만은 분명하다.
슈타이너는 정신 수행의 단계를 8가지 명상으로 안내하고 있다(인간 자아인식으로 가는 하나의 길, 2018). 첫 번째는 '육체에 관한 진정한 표상을 얻기 위해 노력한다'이다. 인간의 육체는 영혼이 활동하는 근거지로서, 영혼의 활동이 육체를 통해서 드러난다. 예를 들어 내가 꽃을 가만히 바라본다면, 영혼은 꽃에 그대로 매몰되어 있다. 이때 예쁘다는 생각이 든다면, 그 생각을 하는 존재가 영혼이다. 그런데 내가 다시 하늘을 바라보면 영혼은 다시 하늘이 된다. 이때 나는 매몰된 영혼만 인식하지만, 영혼은 아름다운 꽃과 하늘의 느낌을 기억하고 또 각각에 대한 진리도 파악한다.
이 순간 육체가 없는 상태를 내가 만약 파악한다면, 영혼의 활동을 감지할 수가 있다. 하지만 못하는 이유는 현 상태에 매몰된 영혼 활동이, 육체를 통해서 나오는 영혼 활동이므로 그렇다. 요컨대 영혼의 활동은 육체에 관계없이 이루어지나 우리는 육체를 통해서 드러나는 영혼의 활동만 파악한다. 이는 육체가 없는 상황이라면, 우리는 영혼의 활동을 그대로 파악한다는 의미이다. 그러므로 영혼이 대상에 매몰되어 있을 때, 육체가 없는 순간을 상상(그 순간의 사고와 느낌에 집중)하다 보면 어느 순간 영혼의 활동 속으로 들어간다.
두 번째는 '에테르체에 관한 진정한 표상을 얻기 위해 노력한다'이다. 인간이 육체가 없는 상태를 감지했다는 것은, 인간이 정신세계에 연결되었다는 의미이고, 정신세계에 연결된 정신 요소를 지각할 수 있다는 의미이다 그렇게 되면 자신의 육체를 둘러싸고 있는 어떤 에너지를 감지할 수가 있다. 이 에너지는 내 몸을 꽉 채우고 있다. 그리고 이 에너지를 확장하면 우주에도 이 에너지가 있다는 사실과, 또 나와 연결이 되어있다는 사실도 지각한다. 이 에너지가 에테르체이다.
세 번째는 '요소세계(에체르체 세계)의 형안적 인식에 대한 표상을 형성하기 위해 노력한다'이다. 에테르체를 감지했으면 그 세계로 들어가야 한다. 가만히 그 세계로 들어가면 어떤 상이 떠오르는데 두 종류가 있다. 먼저 기억에 의한 상은 과거에 체험했던 것이 영혼 속에 현재화되는 것이고, 초감각적 상은 초감각적 세계 안에 존재했던 것이나 존재하는 것이 영혼 체험으로 떠오른 것이다. 에테르체가 정신세계에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네 번째는 문지방의 수호자에 대한 표상을 형성하기 위해 노력한다이다. 누구에게나 문지방의 수호자가 있지만, 어느 정도 수행이 되어야 드러난다. 문지방의 수호자는 자신을 지켜주는 존재로 보이지 않는 상태에서 자신을 이끈다. 예를 들어 만약 자신이 나쁜 행동을 많이 했다면, 문지방의 수호자에 그대로 투영되어서 이것이 업으로 저장되어 자신이 정화시켜야 하는 의무를 지니는 것이다. 슈타이너가 주장하기를 다시 인간으로 태어날 때 문지방의 수호자에 저장된 정보가 윤회하도록 한다는 것이다. 문지방의 수호자를 만나야 하는 이유는 인간이 정신세계로 들어갈 때 자신의 문지방의 수호자의 모습을 보기 때문이다. 그 모습이 정화되지 않았다면 들어가기가 어렵다. 즉 정화가 되어야 들어간다는 의미도 있고, 또 자신이 정화되어야 문지방의 수호자를 만난다는 의미도 있다. 따라서 문지방의 수호자에 대한 표상을 형성하면 문지방의 수호자를 만날 것이고, 자신의 문지방의 수호자를 만나면 자신의 모습을 볼수가 있어서 얼마나 정화를 시켜야하는지도 알 수가 있는 것이다.
다섯 번째는 '아스트랄체에 관한 표상을 형성하기 위해 노력한다'이다. 인간은 물체세계의 질료와 힘을 육체 속에 지니는 것과 마찬가지로 요소세계(에테르체)의 특정 성분을 특별한 요소체로서 자신과 연결한다. 즉 자신의 몸 안, 몸 바깥에 요소성분이 정신세계와 연결이 되어 있다. 그런데 가만히 이 요소세계를 살펴보면, 이 요소세계와 전혀 다른 세계가 있다는 사실을 감지한다. 마치 구름과 같다. 이 세계가 에테르체와 다른 점은 에테르체는 그 자리에서 움직이는데 이 세계는 몸을 떠나서 다른 세계로 이동한다는 것이다. 들어오는 순간은 마치 자명종처럼 에테르체를 깨우고, 다시 몸 바깥으로 나간다. 이것이 아스트랄체이다. 요컨대 아스트랄체는 에테르체와 달리 몸 바깥의 세계로 이동한다.
여섯 번째는 '자아체 또는 사고체에 관한 표상을 형성하기 위해 노력한다'이다. 가만히 자신에 집중하면 자신의 모습, 어떤 실체가 있는 듯하다. 마치 짜여진 직물처럼보이는데, 그동안의 육체, 에테르체와 아스트랄체에 의해 생겨난 기억표상이다. 여기에서 이제는 자신의 육체가 이동하는 것이 아니고, 이 자아체를 나의 육체가 지니고 다닌다는 것을 알아 본다. 이 존재는 죽음으로도 없어지지 않는다. 끈으로 초감각적 세계에 연결되어 있는데 이 연결된 끈은 사람이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그 내적인 본질은 절대 접촉되지 않는다고 한다. 이 단계에 이르면 자신의 숙명이 어떻게 정신세계에서 준비되었는지도 알 수가 있다고 한다.
일곱 번째는 '초감각적 세계 안에서 하는 체험 양식에 대한 표상을 형성하고자 한다'이다. 인간이 초감각적 세계에 있다면 극히 고조된 고독감이나 바닥이 사라져서 둥둥 떠다니는 듯한 느낌 등이 인간 영혼에 드러난다고 한다. 만약 내가 이런 느낌을 느낀다면, 초감각적 세계에 연결된 상태가 아닌가하는 생각도 해 봄직하다. 왜냐하면 이런 느낌에서 길을 잃으면 초감각적 세계가 아니라, 인간의 감각세계에서 어떤 돌파구를 찾을 수가 있기 때문이다. 이때 이런 감정을 영혼이 이겨 내도록 영혼에게 용기와 힘을 실어주어야 한다. 인간이 초감각세계에 들어가면 사물의 본질을 꿰뚫기 때문에 현재 가지고 있는 문제, 과거에 의문을 가진 문제도 풀리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그런지 여담이다. 과거에 가진 의문이 요즈음 저절로 머리에 떠올라서 풀렸다. 필자는 과거 교사 초임시절에 아침 일찍 학교 음악실에 가서 피아노 연습을 했다. 당시 책을 피아노 의자 안에 두고 다녔는데, 어느 날 책이 없어진 것이다. 혹시 아이들이 가져갔나하고 생각하다가, 새 책을 다시 샀는데, 원래 연습하던 책과 달라서 흥미를 잃게 되었다. 그런데 갑자기 그 책을 가지고 간 사람이 떠올랐다. 그 학교에서 동창 남학생과 같이 근무했는데, 이 남학생이 순간 떠오른 것이다. 그 당시에는 범인이 그 남학생이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않았다. 근래 교대 동창회에 가서 두 번 만났는데, 참 신기하다는 생각이 든다. 당시 이 남학생이 필자를 좋아한다고 여러 번 메세지를 주었는데, 하지만 관심이 전혀없었기에 무시했는데, 갑자기 생각이 난 것이다.
하지만 이것은 상이다. 이 상은 에테르체가 만든 것이다. 짐작하기에 당시에도 나의 본래 자아는 알고 있었던 듯하다. 회자되는 이야기로 큰 스님은 상대방의 마음을 꿰뚫어보므로 큰 스님 앞에서는 거짓말을 하지 못하다는 이야기를 들어는 보았을 것이다. 이런 경우가 아닌가 한다. 당연히 필자는 -당시에- 전혀 몰랐다. 정신세계에 어느 정도 연결이 되자 알고 있던 본래자아의 정보를 알게 된 것이라는 생각도 든다. 물론 현실에서는 물증이 없어서 틀릴 수도 있지만, 정신세계는 현실과 다르다. 다른 사람의 물건을 가지고 간 자체만으로도 업이 되는 것이 정신세계의 법칙이다. 물어 볼수는 있겠지만 그냥 덮는 것이 나을 듯하다.
여덟 번째는 '지상에서 반복되는 인간의 삶을 관조하기 위한 표상을 형성하고자 노력한다'이다. 인간의 자아가 초감각세계에 들어가면 초감각세계에서 있었던 일을 알 수가 있다. 즉 자신이 태어나기 전에 정신세계에서 어떻게 살았는지에 대한 이해를 한다는 것이다. 요컨대 '사람이 육체를 얻으면서 들어선 감각세계의 삶 이전에 이미 순수하게 정신적으로 살았던 사실을 알아본다'는것이다(위 책, 111). 물론 믿기는 어려울 것이다. 인간의 삶은 정신세계에서 살다가 육체를 통해서 어떤 것을 얻어야 한다거나, 어떤 것을 해소해야 하는 경우 다시 육체를 입고 물체세계에 온다. 이것이 해결되면 다시 정신세계의 삶이 이루어지는데, 이것이 물체세계에서의 죽음이다. 슈타이너에 따르면 "인간의 총체적 현존재는 인생이 끝없이 반복하면서 계속되는 식으로 흘러가지 않는다, 일정 횟수의 인생이 반복되고, 그 전과 그 후에는 완전히 다른 현존 양식이 이어진다. 그리고 그 모든 것은 전체 과정 안에서 지혜로 가득찬 발달로 드러난다(위 책, 115)."
이것은 정신수행의 한 과정으로, 다른 과정도 많다. 정신 과정은 사람 개인의 과정이 모두 다르고 개인이 모두 하나의 방법일 정도이다. 정신이 보이지 않기 때문에 그렇다. 이렇게 일련의 과정으로 표현할 수가 있으면, 새로운 이론이고, 단체를 창립할 수가 있다. 즉 종정이 되는 것이다. 사이비 단체란 정신 수행 어디 쯤에서 변질된 것이다.
문지방의 수호령 중에서 인간의 영혼의 기능인 사고, 느낌, 의지가 분리될 때 쯤 문지방의 소수호령을 만난다. 인간의 사고, 느낌, 의지는 분리되어 제멋대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어떤 존재의 영향 아래서 이루어진다. 즉 각각이 어떤 영향 아래 있다. 예를 들어서 어떤 생각을 하면 그 생각에 따라서 느낌이 이어지고, 다시 거기에서 행동이 나온다. 이것이 영혼의 기능인데, 이런 영혼의 기능이 풀리면 스스로 자신이 이런 관계를 주재해야 한다. 각 기능의 폭주를 자신이 방지해야 하는 것이다.
다음 이 기능이 육체에까지 이르면 문지방의 대수호령이 등장한다는 것이다. 육체에까지 이 기능이 풀리는 경우는 스스로 모든 유혹, 모든 상황에서 자신이 자신을 주재할 수가 있어야 한다. 문지방의 대수호령 단계에서 죽음을 맞으면 육체를 벗는 정도로 이해가 된다고 한다. 인간의 수준으로는 거의 불가능한 이야기라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