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밤의 꼴값 껄렁 값
어둠이 고픈 밤, 새벽은 당당 멀었지요
그렇다고 닭 모가지 비트는, 정치 이야기로 비화하진 마세요
나잇살인지, 불면의 밤이 길다는 말씀이지요
시절이란 옥구슬 구른다고 잘 가고, 꼴값 떤다고 더디 가는 건 아니라니까요
요즘 닭은 첨단 조명발에 새벽 울음 따윈 진작 잊었대요
혹여 압니까? 알이나 내지를 때 끙! 힘이나 쏟으면 끝이지요
진동으로 돌려놓은 핸드폰이 또 몸서리를 치네요
보나마나 피싱 꾼들이 남의 통장에 입맛 다시는 소리거나
단돈 10만 원 투자하면 열흘에 천만 원 찔러준다는 황당무계한
낚싯밥이겠지만요, 턱도 없지요 맷집이 당집이라 안 넘어갑니다
봄이나 긁어볼까 책을 폈는데요, 봄은 봄이네요
신춘의 꽃이 시로 환생한 화단이 활활 타오르네요
지구상의 영광이란 영광을 한 몸에 받은 듯
무량한 감개의 당선소감이 꽃무늬를 볶네요
시보다 긴 당선 소감을 읽자니, 가슴까지 익게 합니다
그도 그럴 것이 팔백몇십 대 1로 뽑혔으니까요.
우물 찾아 석 삼 년 헤매던 어린 양이
푸른 초장 맑은 물가에 당도라도 한 듯
새해 벽두 하나님의 은총보다 더한 은총을 받은 거지요
관리밥, 입때껏 일해 받은 품삯을 손가락 꼽아 보면
한 이십억은 번 듯싶습니다. 만 참 부질없는 일입니다.
잠든 안방마님 깨워 그 돈 닦달해 봤자
벌거벗겨 문밖에 손들고 벌이나 받을까 싶고.
어쨌든 흰 머릿수만큼 흰 밥 배곯지 않았으면 다행이고
손 벌릴 자식 없고, 저희도 흰 머리 가꾸고 있으니 다행이고
설날 넙죽넙죽 절 받고 세뱃돈 걱정만 안 하는 것만도 다행이지요
익숙한 옛 습관은 잊어야 해요.
쥐뿔도 내 키 반이나 될까 말까 한 안방마님
깨워봐야 동치미에 군고구마, 어림 반품 먹히겠어요
깊은 밤에는 역시 창밖의 별을 봐야 해요
가슴 도려내듯 애달픈 동백 아가씨 노랫말 친구 말고
먼발치 눈짓만으로도 친구가 되는 창 너머 총총한 별아-
봄이면 우리 떫은 세상 밖, 감꽃이나 주우러 가자
다디단 감꽃 머금어 하늘로 오르자, 몇억 광년 은하 너머 친구로나 흐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