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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번스 스쿨 헬레나 배 에번스 스쿨은 내가 미국에 와서 처음 다닌 어덜트 스쿨(외국인에게 영어를 가르쳐주는 학교)이다. 이 학교는 엘에이 시내 어덜트 스쿨 중에서도 제일 크다고 소문난 학교였다. < idioms and expression> 라는 영어회화 반이 있었다. 그 과목을 가르치던 선생님 글로리아 핑크, 그녀는 키가 크고 날씬한 몸매에 허리까지 내려오던 치렁치렁 검은 머리에 매혹적인 갈색 피부, 흑진주같이 반짝이던 눈동자의 소유자였다. 그녀는 쌕시하고 세련된 목소리에 원주민 인디언 여인의 아름다운 이미지를 지니고 있었다. 알고 보니 핑크스 핫도그라는 유명한 앨에이 명소의 주인이기도 하였다. 그녀는 오스카 시상식에 초대되어 남편과 함께 갔던 이야기를 우리에게 재미나게 들려주기도 하였다. 또 한 선생님은 죤 캠페인, 전형적인 미국인 백인이었는데 항상 흰 블라우스에 청바지 차림이던 그녀는 쉬는 시간이면 남학생들과 어울려 운동장 구석에서 담배를 피우곤 하였다. 그녀는 전직 수녀였으나 우리를 가르치던 시절엔 이미 일본인 남편이 있었다. 그녀가 “ Jejus was a Great Human Being; but not God.” ( 예수는 위대한 인간이었다. 그러나 신은 아니다.) 라며 열변하던 눈빛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 우리 반은 가끔 주위 공원으로 피크닉을 가서 포테이트 칩스를 맛있게 먹으며 돌 탁자에 둘러앉아 부담 없는 대화를 주고받기도 하였다. 부원이 언니도 생각난다. 그녀는 홍익 미대 조각과를 졸업하고 도미하여 어느 초등학교에서 보조교사를 하고 있었는데 오전에 파트타임으로 일을 하고 오후에는 에번스 스쿨에 와 우리와 함께 점심을 먹곤 하였다. 그때 이십 대의 청순한 아가씨가 이제 오십 대가 되도록 아직도 가끔 연락하며 우정을 지켜오고 있다. 그녀는 디즈니 애니메이션 스튜디오에서 만화를 그리는 일을 오래 해왔는데 최근에는 외국에 나가 선교활동을하고 있다고 전해왔다. 7반은 제일 상급반이다. 중국, 일본, 한국 등에서 이민 혹은 비자로 온 학생들이 많이 있었다. 신신이라는 중국 여자 친구와 패서디나와 글렌데일 등으로 함께 놀러 다니며 쇼핑하고 맛난 것 사먹던 기억도 잊히지 않는다. 후에 그녀가 명성있는 보석 감정 학교를 다니기 시작하면서 점차 소식이 멀어지게 된 것같다. 코스타리카에서 온 어느 멋진 여인에게서 귀여운 인형 마스코트를 선물 받았는데 그 기억이 선명한 이국적인 추억으로 남아있다. 세계를 두루 다녀본 중 스페인이 가장 아름다운 나라라며 손꼽던 요시의 젋고 박력 있던 웃음, 예의범절이 바르던 기요시, 갓 결혼하여 이민 온 사람 좋던 한국인 의사 아저씨, 고등학교 점수를 보충하기 위해 왔던 예쁘고 착하던 1.5세 한인 여학생등, 거기서 만났던 모든 사람들 일일이 이름을 다 기억 못하지만 그들은 지금 어디 있을까? 더러는 미국에서 안주하여 성공한 삶을 살고 있으리라, 더러는 자기 나라로 돌아가고, 간혹은 아프거나 병들었거나 이미 세상을 떠났을지도 모른다. 차차 나는 직장도 가지게 되고 소원하던 차도 가지게 되어 시티 칼리지에 등록하여 에번스 스쿨을 더 이상 가지 않았다. 수달 전에 우연히 차를 타고 그 앞을 지나갈 기회가 있었다. 좀 멀리서 보게 되었는데 이제 에번스는 옛 빌딩을 허물고 현대식으로 리모댈하여 잘 알아볼 수도 없었다. 우리가 그곳에 머물던 시절도 함께 사라져갔고. 무엇보다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그때 내리쬐던 햇빛이다. 한국과 다르게 강열하던 그 햇빛이 머물던 코너에 아직도 우리의 웃음이 남아있을까? 선셑길에서 버스를 타고 내려 타마린드집으로 타박타박 돌아오던 기억. 이 큰 미국대륙에서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 온통 미지수였던 그 시절. 젊음밖에 없던 나, 아 그리워라, 사라져가는 나날들이여. 출렁이는 물살처럼, 무지개처럼! |
첫댓글 약속의 상징인 무지개가 떴네요. 글을 올려주셔서을 멋지게 시작하시는 성실함
미지의 나라 미국에서 앞으로의 삶이 어찌 펼져질지 알 수 없어
조금은 두렵기도, 설레기도 하였던 젊은 시절이
잠시 머물렀던 에번스스쿨을 지나며 스쳐가시네요.
소망이라는 꿈을 지니셨기에 지금의 헬레나선생님을 뵙지 않을까
생각이 미치는 아침입니다.
늘 언제나 첫번의 순서를 드려도 턱
새로운
고맙고 감사합니다.
귀한 구슬도 꿰어야 보배이듯, 오늘의 글 늘 자리를 굿굿이 지켜주셔서 굿
선생님, 김재범 선생님께도 날자좀 알려주세요. 부탁
선자 선생님, 안녕하세요. 부족한 글 읽어주시고 너그러이 이해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여러 선생님들의 견해를 환영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