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에 어린 시절 15이나 16살때 시골에서 기도원엘 따라갔다.
맨먼저 간 곳이 대전 보문산 기도원이었다. 밥을 해먹을 수가
없으니 보리미숫가루를 가지고 가면 된다고 해서 집에서 미숫가루를
준비해서 그걸 싸가지고 어른 들을 따라 보문산 기도원에 갔다.
그 때 강사님은 대전 성경결교회 담임목사님이셨고 그 후에 그 목사님은
마포에 서울성결교회를 개척하셔서 목회하시다가 주님나라에 가셨다.
그 때 기도원은 은혜받고 은사받고 축복받은 집회였다.
나는 어린 시절이었지만 죽기내기로 쫓아다녔다. 지금 생각하면
어떻게 그랬는가 하는 생각이 든다. 그 시절 나는 많은 영적체험을
했다. 그 중에 하나가 방언은사였다. 나는 기도하기 시작하면
밤이 새도록 기도했고, 방언통변의 은사와 방언예언, 방언찬송으로
영의 소년이었다.
어린 시절 남다르게 은혜와 은사를 체험하고 나는 그 청아하고
호기심많던 청소년 시절을 기도와 교회생활에 몰두했다. 부모님의
핍박은 상상을 초월했지만 그게 문제될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매를 맞으면 맞았고, 집을 나가라고 하면 나갔고, 밥을 먹지 말라
하시면 밥을 먹지 않았다. 한 지붕아래 살았지만 나는 유독 미움을
받았고 가끔은 막막하다는 생각을 했다. 1968년 12월10일 새벽,
나는 내 인생에 중요한 순간을 맞았다. 하나님이 그 새벽, 나를 부르신
것이다. 하나님의 일을 위해 헌신해야 하는 순간이엇다. 내 나이
16살이었다. 나는 목사님에게 찾아갔다. 그리고 목사님, 내가 어떻게
해야 합니까? 내가 어떻게 해야 하나님의 일을 할 수 있나요?
담임목사님이셨던 김흥곤목사님(작고)은 저를 보시고 "주의 일을
해야 할 것 같다. 신학대학에 가야지, 하나님이 너를 그렇게 부르신것
같다"고 하셨다.
나는 그 때부터 놀라움과 두려움 그리고 고민속에 기도하고 기도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면서 나는 누구에게 물어볼 것도 없이 신학대학에
입학원서를 냈고 그 후부터 지금까지 50년간 신학대학, 신학대학원.
그리고 미국 유학, 목사안수, 대학교수를 거치면서 목회에 발을
들여놓고 여기까지 왔다.
대학교수시절, 김일수라는 후배가 있었는데 가끔 연구실에 찾아오곤
했던 후배다. 올때는 항상 물통을 들고 왔다. 기도원에 갔다 온다고
했다. 어느 날 내가 그에게 물었다. 기도원에 가서 무슨 기도를
했느냐고. 김일수 후배는 이렇게 말했다. 목사님, 이번에 기도원에 가서
성경일독을 하고 내려왔습니다 라고. 대단한 친구였다. 학부시절부터
성경읽기를 얼마나 했던지 그는 성경 1000절을 외운다고 했다.
내게 신선한 충격을 안겨주었던 후배다.
요즘, 내가 기도원엘 자주 간다. 내 일생의 사역을 돌아보며 기도한다.
신학대학에 들어간지 만49년, 목사로 임직한지 42년, 오랜 세월을
보냈다. 그런데 오늘 도 한글날 오후에 기도원엘 갔다. 그리고 기도원
에서 손을 들고 기도하고 팔이 아프면 두손을 가슴에 얹고 기도했다.
손을 들고 내리기를 몇번씩 반복하며 기도한 것은 한가지다.
"회개기도였다." 다 부족한 것, 다 불충한 것, 그런 것만 생각난다. 얼마나
잘못 살았는지 돌아보니 하나하나가 다 회개할 것밖에 없다. 저녁 해질
때가지 생각하는 것들을 내어놓고 회개하며 은혜를 구했다.
"아. 부족한 나, 어떻게 하나님의 일을 한다고 나섰을까? 나만큼 미련한
인간이 어디 있을까? 나만큼 문제투성이가 어디 있을까?" 오늘은 회개하고
자복하고 나 스스로를 다 들춰내는 회개였다. 42년 사역을 하면서
잘못한 것들을 어찌 다 말로 표현할 수 있을까? 그러나 죄를 회개할때
받아주시는 분이 계시니 나는 행복한 목사다. 하나님은 그런 분이시다.
기도원에 왜 가시나? 회개하러 갑니다. 나를 정직하게 바라보고 나의
숨겨진 죄와 실책과 부족함을 꺼내어 다 말씀드리려고 기도원에 갑니다.
은혜를 받고 은사를 받는 것도 아니고 성경실력을 쌓으려고 가는 것도
아니고 오직 한가지 회개하기 위해 간다. 오늘도 그랬다. 그리고 앞으로
한두주간은 회개기도하는 시간으로 삼고 기도의 시간을 보내겠다.
교회에서, 기도원에서, 가정에서 오직 그 한가지를 가지고 만달란트의
빚을 탕감받는 자처럼 그리고 삭개오처럼 우상(돈)을 버린 것처럼
나도 그렇게 다 빈마음이 되도록 하나님께 회개하는 자로 살아야겠다.
두주간을 회개의 기간으로 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