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회 기독신춘문예 / 김철교
시내산의 일출 / 김철교
산마루에 붉은 왕관을 씌우신다
돌들의 축제십계명을 새긴 손 끝으로 침묵 속에사랑으로 젓을 담그신다
저 발 밑에는 우상들의 마지막잔치가 벌어지고 있다금관 조복을 입은 사제가요령을 흔들며
'복채가 적다아--- !
신문지며 일기장이며 모두 태워화전을 일구어야 한다씨를 뿌려야 한다
밤이면 별빛 이슬로낮이면 청정한 햇볕으로논두렁, 밭두렁을 찾아오신다
[당선소감]
주님. 감사합니다. 부활절이 올 때마다 대학 시절 순수했던 믿음이 다시 살아났으면 하고 기도하지만, 항상 주님보다 세상 일이 먼저인 생활이 반복되어 왔습니다. 이번 부활절에는 과분한 선물을 받고 보니 그 기도의 응답이 들리는 것 같습니다. 항상 기도 제목이 되고는 있으나 혼신의 노력이 부족한 꿈......다윗처럼 훌륭한 시로 주님께 영광을 돌릴 수 있도록 더욱 정진하겠습니다. 졸작을 뽑아주신 심사위원님, 정말 고맙고 부끄러워 몸둘 바를 모르겠습니다. 앞으로 좋은 시로 은혜에 보답하겠습니다. 제가 쓴 시가 믿지않는 사람들 입에서도 회자되어, 그들을 주님 앞으로 인도할 수 있도록 열심히 노력하겠습니다.
[심사평]
의외로 많은 신앙인들의 작품이 쇄도하는 것을 보고 놀랐다. 그만치 詩에 대한 관심과 열도 높음을 알았다.
많은 작품을 읽고 놀란 것이 표현하고자 하는 정열이 많은데 비해 시의 꽃이 많이 열리지 못한 것이 아쉬웠다. 많은 생각을 늘어놓는 것만으로 시가 되는 것이 아니다. 많은 상을 한 줄기로 엮어 또 하나의 세계를 보여줘야 한다.
이번에 많은 작품을 보면 표현에 있어서 너무 어수선하고 직설적이었다는 것이 큰 단점이다. 따라서 표현 형식이 무엇을 함부로 늘어놓는 산문체가 많았다. 산문형식이라 해서 다 나쁜 것은 아니지만 있는 그대로를 아무 정제없이 늘어놓으면 시가 되지 않는다. 새삼 말할 필요없지만 좋은 표현을 위해서는 詩語가 빛나야 한다. 시에 쓰이는 시어는 일차적으로 정서적인 언어, 감동적인 시어라야 한다. 시인의 성공은 언어 선택 여부에 달려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 다음이 표현에 있어서 기술 함축미인 것이다. 많은 것을 최소한으로 축약해서 표현하는 것이 시의 특질이다.
이런 관점에서 김철교씨의 '시내산의 일출'을 영광의 작품으로 뽑았다. 그 선정 기준은 물론 신앙의 아름다움과 시 자체의 수준이다. 문제작은 특출하게 시상도 좋고 기법도 뛰어나 있다.
우선 첫 연 첫 행에서 눈을 크게 뜨게 했다. <산 마루에 붉은 왕관을 씌우신다〉 - 이만하면 절창이다. 남들이 흔히 보지 못하는, 생각하지 못하는 것을 개성적으로 표현했다. <돌들의 축제/십계명을 새긴 손끝으로 침묵속에/사랑으로 젖을 담그신다〉-는 다소 비약된 것이긴 하지만 그런대로 감동이 가는 부분이다 .
같은 작자의 시 '한얼산 기도원' '갈릴리의 새벽' '지하묘지 카타콤베'도 위의 작품 못지 않게 좋은 작품이다. 이런 실력을 보면 위의 작품을 쓴 사람이 보통 분이 아님을 알 수 있다. 한결같이 신앙적인 큰 재제 속에서 다루었지만 하나도 진부하지 않다. 오히려 더 신선감을 불러일으키는 것이 큰 장점이다.
앞으로 더 좋은 세계를 향하여 정진하시길 빈다.
- 심사위원 이성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