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 딸과 함께 읽는 소설 여행 1
별 줄거리(황순원)
동네 애들과 노는 아이를 한 과수 노파가 보고, 같이 저 자라고 보러 가는 듯한 젊은 여인에게 무심코, “쟈 동복 뉘가 꼬 죽은 쟈 오마니 닮았디 왜” 한 말을 얼김에 듣자, 아이는 동무들과 놀던 것도 잊어버리고 일어섰다.
의붓어머니에게 자란 아홉 살 난 사내아이는 어느 날, 동네 과수 할머니로부터 자기의 못생긴 누이가 죽은 어머니를 닮았다는 말을 듣고 충격을 받는다. 사내아이의 환영 속에 남아 있는 죽은 어머니의 모습은 이 세상 그 누구보다도 아름답고 예쁜 어머니였다. 단지 죽은 어머니와 자기의 누이가 닮았다는 이유만으로, 죽은 어머니가 그렇게 못생겨서는 안 된다는 생각 때문에 사내아이는 누이의 애정을 거부하기 시작한다.
그로부터 사내아이는 누이에 대한 혐오감과 반발이 심해져서 누이의 호의를 번번히 뿌리치는 한편 누이에게 공격적인 된다. 누이가 만들어준 헝겊 각시 인형을 버린다든지, 당나귀에서 덜어진 아이에게 애정을 보이는 누이의 호의를 거부한다든지, 누이가 건네준 옥수수를 버린다든지 하는 등 누이의 애정을 번번히 물리치는 것이다. 또한 이복동생을 업고 있는 누이에게 다가가 이복동생의 엉덩이를 꼬집어 곤경에 빠뜨리기도 한다.
어느 날 소년은 예쁜 소녀를 알게 되지만 곧 실망을 느낀다. 소년의 누이에 대한 반발은 누이가 시집갈 때까지 계속된다. 그러나 시집간 누이의 부고를 받게 된 후에는 누이를 추억하게 된다. 누이가 만들어 주었으나 파묻어 버린 헝겊 인형을 찾으려 하지만, 이미 썩어 없어져 버리고 말았다.
과거 누이가 사내아이에게 베풀었던 여러 가지 일들을 생각하면서 사내아이는 누이에 대한 그리움과 미움으로 어쩔 수 없어 하는 것이다. 사내아이가 열네 살 때였다. 그러나 끝내 사내아이는 왼쪽 눈에 내려온 누이의 별을 몰아 내면서 오른쪽 눈에 내려온 어머니 별과의 동일시를 거부하고 만다.
어느새 어두워지는 하늘에 별이 돋아났다가 눈물 고인 아이의 눈에 내려왔다. 아이는 지금 자기 오른편 눈에 내려온 별이 돌아간 어머니라고 느끼면서 그럼 왼편 눈에 내려온 별은 죽은 누이가 아니냐는 생각에 미치자 아무래도 누이는 어머니와 같은 아름다운 별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머리를 옆으로 저으며 눈 속에 별을 내몰았다.
핵심 정리
- 갈래 : 성장 소설
- 배경 : 시간(어느 가을). 공간(대동강변 어느 성밖 마을).
- 경향 :소년의 내적 체험을 심리주의적 수법으로 묘사
- 성격 : 동화적. 신비적
- 시점 : 전지적 작가 시점
- 구성 : 평면적 구성
- 주제 : 죽은 어머니를 절대화하는 소년이 누이의 죽음을 통하여 생사와 애증 등을 인간의 운명적 관계를 지각하게 되는 성장 과정. 삶과 죽음에 대한 인식의 성숙
등장 인물
- 사내아이: 누이를 적대하다가 그 누이를 통해 어머니의 실체를 인식해 나가는 인물로 미성숙에 서 성숙(成熟)한 인물로 성장해 나가는 인물
- 누이: 소년을 지극히 사랑하는, 어머니 같은 존재로서 소년의 '모성 고착'의 원인을 제공함과 동시에 그를 성숙으로 이끄는 인물. 시집 간 후 얼마 안 되어 사망한다.
- 의붓어머니 : 진심으로 누이를 위해 주는 착한 여자
이해와 감상
누이의 동생에 대한 섬세한 마음 씀씀이도 그렇거니와 그에 대한 아우의 거부 심리가 섬세하게 그려진 이 작품은 한 편의 서정시와 동화를 떠올리게 한다. 소위 성장소설의 하나로 판단되는 이 작품은 누이의 죽음이라는 경험을 겪은 후에야 모성고착(母性固着)으로부터 벗어나 삶과 죽음에 대한 인식이 성숙하게 된 사내아이를 주인공으로 하고 있다. 즉 성장과 찾음이라는 유형의 이야기이다.
9개의 에피소드로 진행되는 사내아이의 누이에 대한 미움은 사실은 미움이 아니라 죽은 어미에 대한 깊은 그리움의 역설적 표현이었던 것이다. 이 작품은 불필요한 대화의 생략과 암시를 통해 아이의 심리를 잘 표현하고 있어 심리주의적인 경향을 보인다고도 할 수 있다. 이 작품은 지극히 평범한 소재를 다루고 있어서 아동 문학으로 볼 수 있는 작품이나, 작자가 제시하고자 하는 것은 현실에 대한 자기 조성과 성숙 이전의 인간의 삶의 근본 문제라고 할 수 있다. 어렸을 때 여읜 어머니의 아름다운 이미지를 찾아 헤매는 소년은 현실 속에서 어머니의 영상을 찾으려는 강한 집념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그것은 실현될 수 없는 꿈이다. 그러다가 미움의 대상이었던 누이의 죽음을 계기로 누이의 참사랑을 인식하게 된다. 그것은 의식의 ㅅ성장을 의미한다. 이런 측면에서 이 작품은 ‘성장 소설’인 것이다.
이 작품은 외면적으로 드러나는 사건보다는 주인공인 아이의 내면적 심리의 추이에 초점을 맞추어 이야기를 진행시키고 있다. 외면적으로 나타나는 사건은, ‘누이가 어머니를 닮았다는 말을 듣고 누이를 미워함 → 누이가 만들어 준 인형을 묻어 버림 → 누이를 죽이고 싶은 충동을 느낌 → 누이가 시집을 감, 그리고 죽음 → 누이가 준 인형을 찾으려 함’으로 요약된다. 이 사건들은 아이의 내면적 심리가 원인이 되어 나타나는 결과이며, 또 그것을 바탕으로 할 때 비로소 의미를 갖게 되는 사건 단위들이다.
누이를 미워하고 누이가 만들어 준 인형을 땅에 묻어 버리는 행위는 현실적으로 결핍된 모성에 대한 간절한 그리움의 악의적인 보상 심리로 볼 수 있다. 그러나 누이가 시집을 가고 또 얼마 있지 않아 죽은 뒤, 아이는 누이의 죽음을 부정하려 하지만 이미 누이는 또 하나의 별이 되고 말았다. 그 별은 아이의 영원한 그리움이고, 또 그를 성숙하게 하는 아름다운 상처이기도 하다. 결국, 아이에게는 같은 의미를 지닌 두 개의 별이 생긴 셈이다. - 김태형 외 <현대 소설의 이해와 감상> 중에서
참고로, 모성고착에 의한 인물을 주인공으로 한 작품은 김동인의 탐미주의적인 작품인 “광화사(狂畵師)”도 있다.
<참고> 성장 소설
원래 ‘intiation’이라는 말은 ‘신참’이라는 말로 인류학의 개념이었다. 이는 유년, 사춘기에서 성인 또는 성인 사회의 한 구성원으로 참여하는 의식이다. 이 의식에는 으레 주인공에게 시련과 고통, 금기, 고립화가 수반된다. 이런 인류학의 용어를 소설론에 차용함으로써 어리거나 사춘기의 소년이 어떤 경험의 충격을 겪으면서 변화를 일으키고 마침내는 성인으로 성장해 가는 소설을 말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