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유
비유는 성경에서 추상적인 개념을 효과적으로 설명하기 위해 구체적이고 친숙한 상황을 설정하여 빗대어 표현할 때 주로 사용되었다. 비유 이야기들은 영적인 진리나 종교적인 원리 또는 윤리적인 교훈 등을 전달하려는 목적으로 고안된 것이다. 그것들은 그림으로 바로 그려낼 수 있을 것처럼 생생한 언어를 사용하며 대체로 속담이나 격언, 또는 대화문이나 짧은 이야기 등으로 형성되어 있다. 복음서에는 비유 이야기로 분류하기 어려운 것들이 있음을 감안하더라도 적게는 약 35개, 많게는 72개 정도의 비유 이야기가 실려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성경에서 가장 잘 알려진 비유는 예수님께서 말씀하신 비유이다. 예수님께서 가르침을 전해 주시기 위해 사용하신 방법 가운데에서 가장 특징적인 것 중의 하나가 비유였다. 그분께서는 당신의 가르침을 설명하시기 위해 지혜가 담긴 격언이나 가공의 짧은 이야기들을 많이 사용하셨다.
예수님께서 말씀하신 비유 이야기에 사용된 소재들은 대부분 당시 팔레스티나의 환경이나 일상생활에서 접할 수 있는 것들이었는데, 그분께서 말씀하신 비유 이야기들에는 씨 뿌리는 사람과 씨와 토양1) , 씨앗과 성장2) , 무화과나무3) , 포도나무와 가지4) , 반석 위에 지은 집5) , 포도밭 주인과 일꾼들6) , 그물7) , 겨자씨8) , 누룩9) , 밀과 가라지10) , 양과 염소11) , 목자와 양12) , 착한 사마리아인13) , 바리사이와 세리14) , 주인과 종15) , 끈질긴 친구16) , 간청하는 과부와 재판관17) , 집사18) , 되찾은 아들19) , 어리석은 부자20) , 부자와 라자로21) , 신랑을 기다리는 처녀들22) , 도둑23) , 혼인 잔치24) , 되찾은 양과 은전25) , 보물과 진주 상인26) , 탑27) , 탈렌트28) , 돈29) 등이 있다.
예수님께서 말씀하신 비유 이야기들 속에 담겨진 핵심적인 주제는 하느님 나라였다. 비유 이야기들을 통해서 전달하고자 했던 것은 일반적으로 하느님 나라의 성격과 도래 그리고 그 가치와 성장 나아가 그 나라가 요구하는 희생 등에 관한 것이었다. 물론 비유 이야기들을 통해서 하느님의 아드님으로서의 예수님의 정체성과 사명이 설명된 경우도 있고 그분을 철저하게 따르라는 요구가 주어진 경우도 있다.
그 밖에도 노동, 봉사, 보상, 기도, 이웃 사랑, 겸손, 세속적인 부, 길 잃은 사람들에 대한 하느님의 사랑, 종말에 대비하여 깨어 있음, 심판 등에 관한 가르침들도 비유의 형태로 전달되었다. 다시 말해 비유의 형태로 된 이야기들은 하느님께서 오실 때가 눈앞에 가까이 다가왔으므로 자기중심적이거나 탐욕스러웠던 지난날의 그릇된 삶을 포기하고 회개하라는 메시지를 전달해 주기 위한 것들이었다. 또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에 대한 윤리적인 가르침을 전해 주기 위한 경우도 있었다.
비유의 형태로 된 이야기들은 그저 재치 있는 이야기에 불과한 것들이 아니다. 그것들은 복음 선포를 위한 것이다. 그러므로 비유 이야기를 들었거나 듣는 사람들은 그에 응답해야만 한다. 이렇게 그들은 하느님과 그분의 나라 앞에서 분명한 결정을 내리도록 초대받고 있는 것이다.
예수님께서는 당신께서 말씀하신 비유 이야기에 담겨 있는 의미가 믿음을 가진 사람들에게는 이해될 수 있지만, 믿지 않는 사람에게는 그렇지 않을 것이라고 말씀하셨다. 이 말씀 안에는 예수님의 비유 말씀이 믿지 않는 자들에게 오히려 마음을 굳어지게 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는 의미가 내포되어 있다.
예수님께서는 비유를 통해서 당신의 직무와 그것이 구원 역사에서 차지하고 있는 중요성을 설명해 주셨고 하느님 나라를 드러내 보이셨기 때문에, 그분을 이해하지 못했거나 이해하지 않으려 했던 그분의 적대자들은 그분의 비유 말씀 역시 이해할 수 없었던 것이다. 예수님의 직무를 아무런 의미 없이 바라본 사람들에게는 그분께서 전해 주신 비유 말씀들 역시 수수께끼 같은 말씀들로 남을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예수님께서는 적재적소에서 비유의 형태로 가르침을 전해 주셨지만 그분이 비유의 형태를 처음으로 사용하신 분은 아니다. 비유를 효과적으로 사용한 예는 구약 성경에서도 얼마든지 찾아볼 수 있으며, 예수님의 비유 이야기들은 구약 성경에서 예언자들이 사용했던 비유 이야기들과 일련의 연관성을 갖고 있다.32)
글: 안병철
프랑스 파리 가톨릭대학교에서 수학했으며, 가톨릭대학교 신약성서학 교수를 역임하였다. 현재 천주교 서울대교구 사무처장을 맡고 있다.
출처: 신약성경 용어사전 | 안병철 | 가톨릭대학교출판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