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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할머니의 고추심기
늘 허리 아프다고
누워 계시던 할머니
오늘 아빠 따라
고향 텃밭에
고추모종 심고 오시더니
어둡던 얼굴이
환하게 밝아졌다
비오는 날을
싫어하던 할머니가
요즘은 비 오기를
손모아 기다리고 있다
할머니가 심은 모종이
푸짐한 비를 먹고
쑥쑥 자라서
할머니 주름진 얼굴도
고추의 뷹은 볼처럼
곱게 펴지면 좋겠다
# 2. 꽃처럼 아름다운 마음
아파트 단지 빈터에
무성한 잡초를 뽑고
정성을 다해
꽃밭을 일구시는
윤희네 할머니
지나는 주민들이
고마운 일 한다며
칭찬 인사하면
꽃이 좋아 꽃을 심는다며
꽃처럼 밝게 웃는다
자기네 텃밭도
버려두고 사는 요즘
모두를 위해
스스로 꽃을 심는 마음이
꽃처럼 아름답다
# 3. 땅바닥에 핀 풀꽃
많은 사람들이
눈길 주지 않아도
밝고 예쁜 얼굴로
땅바닥 보고 걷는
사람들에게
포근한 기쁨 주고
크고 아름다운 꽃들
좋아하는
나비와 벌들이
오지 않아도
작은 벌레들과 함께
매마른 땅에
따뜻한 사랑 피워 준다
#4. 봄비는
겨우내
잠자는 땅을
두드려
살며시 문을 여는
열쇠다
차갑고
매마른 땅
포근하게
깁어주는
바늘이다
힘든 고개
넘어온
자연에게
하늘이 주는
선물이다
# 5. 봄길
토요일 오후
동생과 함께
뒷골 산길을 따라 걸었다
밤새 내린 봄비에
황사에 숨죽이고 있던
산빛이 몰라보게 산뜻해졌다
진달래 붉게 타던
등성이엔
파룻파릇 연초록빛이 들고
무심히 오가던 길 옆
군데군데 민들레가
노랗게 길섶을 지키고 앉아
마지막 남은 봄을
떠나보내고 있었다
# 6. 소에게 미안하다
시골 할아버지 집에
갈 때마다
우사에 갇혀 있는
소들을 보면
마음대로
움직이지도 못하고
주는 대로 먹고
살만 찌고 있다
소인들
마음대로 하고 싶은
마음이
왜 없곘는가?
어찌할 수 없어
시키는 대로
살아가는소들을 보면
사람인 내가 미안하다
# 7. 설날
설날 되면
새옷 입고
가족이 함께 모여
맛있는 음식 먹는 게 좋지만
나이 한 살 더 먹고
어른들께 세배드리고
세뱃돈 받는 게
제일 큰 즐거움이다
어른들은
나이만큼 더 늙고
명절 준비하느라
힘들겠지만
아이들에겐
설날이
일 년에 한 번씩
더 있으면 좋겠다
# 8. 봄바람.
추위를 몰아내고
꽃을 데려오는
따스한 바람에
겨우내 기다려온
목련이
봉긋한 입을 열고
노오란 개나리가
메마른 울타리를
환하게 밝혀
숨어 있던
벌과 나비들을
세상으로 불러 낸다
# 9. 양말의 이력서
양말은
쌍둥이로 태어나서
두 발을 감싸고
한평생
함께 살아간다
어쩌다가
한 쪽만 남게 되면
혼자서는 못 사는
사이 좋은
짝이다
#10. 설익은 고추
엄마와 내가 가꾼 고추밭에
심은 지 한 달도 되지 않아
벌써 빨간 고추가 달렸다고
자랑했더니
시골에서 고추농사 짓는
아저씨가 듣고는
제대로 자란 고추는
8월 초순이나 돼야 제대로 익는다며
그건 병들거나 벌레 먹은 것이라고 한다
별나게 앞서 크는 것보다
때를 지켜 제대로 자라야
충실한 고추가 된다는 말에
우쭐하던 내 얼굴이
설익은 고추처럼 어색해졌다
#11. 할 말이 없다
사람들은 흔히
나쁜 사람을 빗대
'개만도 못한 사람'이라는데
세상이 눈감은 사람을
곁에서 지켜주고
사람이 못하는 일을
개들이 대신 하는 걸 보면
개가 사람의 말을
알지 못해 다행이지
왜 우리를
나쁜 사람에 빗대느냐고
따져 묻는다면
사람들은
무슨 얼굴로
대답할 수 있을까?
#12. 우리집 치과의사
이가 흔들리고
아프다는 동생
엄마가 병원에 데려 가려하니
병원 가기 겁나서 울고 있는데
할머니가 달래서
흔들리는 이에 실을 매고
이야기를 하다가
실 끈을 잡고는
순식간에
동생의 이마를
손바닥으로 턱 치자
잇빨이 뽑혀 나왔다
아픈 주사 한 번 맞지 않고
통증 모르게
상한 이를 뽑아 냈으니
할머니는
우리집 동생의
치과 의사이다
,
<참고>
다섯 살 동생이
이가 아프고 흔들려서
엄마가 치과병원에 데려가
뽑아내야겠다고 하니
병원에 가는 게 겁나서
동생이 가지않겠다고 한다
할머니가 동생을 달래서
흔들리는 이에 실을 매고
이야기를 하다가 실 끈을 잡아
동생의 이마를
손바닥으로 턱 치자
잇빨이 뽑혀 나왔다
아픈 주사 한 번 맞지 않고
통증 없이 상한 이를 뽑아 냈다
동생의 상한 이를 뽑은
할머니는
오늘 우리집 치과의사이다
#13. 오솔길을 걸으며
엄마한테 꾸중 듣고
속상해서
무작정 집을 나와
차들이 다니는 도로를 벗어나
사람들이 다니지 않는
조용한 오솔길을 걸었다
한참을 가다가
만난 길고양이 한 마리
쓸쓸해 보여
가까이 다가 가려 하니
슬금슬금 뒷걸음을 치다가
풀숲으로 사라져 버렸다
이곳저곳 떠돌아다니는
쓸쓸한 모습이
순간 울적해서 집을 나온
내 모습 같아
가족이 있는 집으로
돌아 오고 싶었다
<참고>ㅡㅡㅡㅡㅇㅇ
엄마에게 꾸중 듣고
마음이 울적할 때면
시원하게 넓은 큰 길보다
조용한 오솔길을
걷고 싶다
낯익은 새 소리와
향긋한 풀 냄새
벗 삼아
아무 간섭 없이
편한 마음으로
내 걸음을
걸을 수 있기 때문이다
#14. 게으른 자목련
우리 집 뜰에
이사 온
자목련 나무
3월이 왔는데도
꽃 피울
준비를 안 해요
지난 겨울
이상하게
포근해진 날씨에
생각 없이
편하게
따라 놀다가
꽃피우는 걸
깜박
잊어버렸나 봐요
ㅡㅡㅡ<참고>ㅡㅡㅡ
# 게으른 꽃
3월이 왔는데도
해마다 피우던 꽃을
안 피우고 있어요
지난 겨울
이상하게
포근해진 날씨에
봄이 이미
지나간 줄
잘못 알고
생각 없이
마냥
따라 놀다가
꽃피우는 걸
깜박
잊어버렸나봐요
#15. 인사
엘리베이트에서 만난 할머니께
고개 숙여 인사드렸더니
할머니가 엄마에게
참 착한 아들 뒀다며
칭찬하시더라고 해요
내 작은 일로
기분 좋아하는 엄마 보니
모처럼 엄마를
기쁘게 해 드린 것 같아
마음이 뿌듯해요
나와 동생 때문에
온종일 일하시는 어머니께
무엇 하나 해 드린 게 없는데
엄마 마음
기쁘게 하는 길 알았으니
앞으로
더 기쁘게 해 드리고 싶어요
#16. . AI 세상
마음은
누구도
넘볼 수 없는
자기만의 생각인데
AI 기술로
남의 마음까지
볼 수 있는
비밀 없는
세상 된다니
무섭다.
다시 생각해보니
정말 무서운 건
AI가 아니라
서로의 마음을
궁금해 하지 않는
우리이다
# 17. . 토끼와 거북이
금오산 등산길에
호흡에 맞춰 거북이처럼 오르는데
숨을 헐떡이며 토끼처럼 앞서 가던 사람들
중간에 몇 번을 쉬고 쉬고 하더니
내가 정상에 올라 쉬고 있을 때
잔뜩 지친 모습으로 힘없이 올라오는 걸 보았다.
함께 간 엄마가
살아가는 길도
호흡에 맞춰 제 걸음으로 걷는 사람과
숨을 헐떡이며 앞서 뛰어가는 사람 중에
거북이처럼 꾸준히 걷는 사람이
꿈을 이룬 사람이 많다고 한다
'느림보 거북이'란 이름을
바꿔 불러야 하겠다.
,
# 18. 굼벵이
할아버지가
텃밭에
고구마 심으려고
밭고랑 타 놓으니
굼벵이가 먼저 지나간다
땅의 주인인 자기들을
몰아내고
농사 지으려는
사람들에게
보라는 듯이
느릿느릿 지나간다
주인다운
여유 있는 모습이다
# 19. 반딧불이
중동전쟁으로
기름값이 오른다고
모두들 걱정인데
기름 한 방울 안 쓰고
맑은 물과
깨끗한 자연의 힘으로
불을 밝히는 우리에겐
반가운 소식이지
검은 연기 내뿜는 공장과
기름으로 움직이는 기계가
줄어들면
조용하고 어둔 밤
반짝반짝 불을 켜고
산과 들을
마음껏 날아다니며
여름밤을 아름답게
수놓을 수 있지
# 20. 꿈
꿈자리가 좋으면
뭔가 좋은 일이 있을 것 같아
아침 새 소리를 듣고도
깨고 싶지 않다.
기다리던 소식이 올까
반가운 사람을 만날 수 있을까
오래 소망의
실마리가 풀릴까
말을 하면 기대가 깨질까 봐
엄마에게도 말하지 않고
조용히 나만의 살렘으로
하루를 보내고 싶다
설령 설렘이
설렘을 끝나버린다 해도
기다리는 것만으로도
은근히 행복하다
<참고>
드물게 힘든 요즘
지난밤 꿈자리가 좋아서
아침 새 소리를 듣고도
뭔가 좋은 일이 있을 것 같아
깨고 싶지 않았다.
기다리던 소식이 올까
반가운 사람을 만날 수 있을까
오래 기다린 간절한 소망의
실마리가 풀릴까
말을 하면 기대가 깨질까 봐
엄마에게도 말하지 않고
조용히 나만의 살렘으로
하루를 보내고 싶다
설령 설렘이
설렘을 끝나버린다 해도
기다리는 것만으로도
은근히 행복하다
#21. 비밀번호
비밀번호는
자신을 지켜 주는
믿음직한 문지기
모르면
자기 집에도
들어갈 수가 없다
갈수록
비밀번호가 많아지는
요즘
기억력이 희미해진
할아버지는
비밀번호 없는 집에서
사랑 받으며 사는
강아지가 부럽다고 한다
#22. 봄빛
봄빛은 꽃빛이다
개나리와 산수유꽃은 노랑빛
꽝꽝나무꽃은 연두빛
살구꽃과 매화꽃은 분홍빛
목련꽃과 벚꽃은 하얀빛
산과 들이 온통
알록달록 아름다운 꽃빛이다
#23. 잎눈과 꽃눈
잎눈과 꽃눈은
나무 종류에 따라
피는 순서가 다른데
서로 다투지 않는다
먼저 피었다고
으스대지 않고
뒤에 피었다고
주눅들지 않는다
서로 도와
아름다운 결실을
맺는
사랑하는 사이다
#24. 미세먼지
날씨예보에
자주 등장하는
반갑지 않은 '미세먼지'
이젠 미세먼지란
말만 들어도
목이 답답하다
미세먼지의
범인을 잡아야
풀 수 있는 숙제인데
편리하다고
범인과
함께 살고 있는
우리가 문제다
# 25. 흠 없는 게 흠
흠 없는 게 흠'일 만큼
완전한 게
좋기만 한 게 아니다
물이 너무 맑으면
고기가 없고
사람이 너무 깔끔하면
친구가 없다고 하고
TV 코미디를 봐도
좀 부족한 게
웃음을 불러오고
힘이 될 때가 있다
너무 넘치는 건
좀 부족한 것만
못하다고 하신
할아버지 말씀이 생각난다
#26. 말씨름 장사
모래판에서 하는 씨름은
덩치가 크고 힘이 센 사람이
이기지만
말씨름은 목소리가 크다고
유리하지 않다
상대말의 부당한 점을
지적하여
자신의 생각을 끝까지
주장하는 것이라
(승부가 나지 않아)
장사가 따로 없다.
진짜로 이기는 장사는
손을 내밀어 상대를
먼저 안는 사람이다
(박윤)
모래판 시름은
으랏차차차 힘 자랑
먼저 넘어지면 끝
말씨름은
"그만 하자, 미안해"
먼저 손 내밀고
웃는 사람이
이기는 거야
(신여다)
모래판 씨름은
힘센 사람이 이기고
말씨름은
힘 아껴도 이긴다
큰 마음으로
~~~ 열고
목소리 큰 사람
~~~ 치워준다
#27. 강과 사람
아기가 자라
어른이 되듯
개울이 모여
내가 되고
내는 다시
강이 된다
강이 되면
빠르게 내닫던
걸음이
점잖아지고
깊은 말을
속으로 안고 흐른다.
내가 여러 개 모인다고
강이 되는 게 아니다.
물이 흘러야 강이다
흐르지 않는 강은
강이 아니다.
사람도 마찬가지다
#28. 바스락 편지
초겨울의 이른 아침
낙엽 쌓인 숲길을 지나가는
산돼지의 바스락 소리에
풀숲에서 잠자던
산토끼가 달아나고
그 소리에 놀란
장끼와 카투리가
푸드덕 날아 올라
온 산이 깨어난다
#29. 동지 팥죽
동지가 되면
새알을 넣은 팥죽을 먹는다
팥죽의 붉은 색이 나쁜 귀신을 쫓고
새알을 먹으면
나이를 한 살 더 먹는다고 한다
아이들은 나이를 먹으면
그만큼 더 자란다고
좋아하고,
나이를 더해 가면
늙어가는 게 아니라
익어간다고 하시는
할머니는
구수한 맛에
즐겨 먹는다
#30. 12월의 허수아비
한해의
추수 끝난
12월의
텅빈 들판
허수아비
머리 위에
참새가
앉아 있다
밝은
세상을 배워
영리해진
참새보다
우직하게
제 자리 지키는
허수아비에
마음이 간다
#31. 억울한 호박
가지는
꽃이 피면
어김없이
가지가 달리는데
호박은
꽃은 피되
호박이 열리는 건
1할도 안 되지만
언제 어디서든
자리 탓 안하고
넉넉한 얼굴로
밝게 웃는다
못생긴 얼굴을
호박에 빗댄 것은
모르는 사람들이
샘나서 한 말인 듯
세상엔
이해할 수 없는
말들이
너무 많다
#32. 신호등
모두가 잠자는
깊은 밤에도
길 안내하느라
잠 한 숨 못 자고
또랑또랑
눈 뜨고 있는
우리들을 지켜 주는
믿음직한
지킴이
#33. 여행
여행 중에 으뜸은
비행기 타고 가는 여행
그래서
딸보다 아들을 귀히 여기던 때
딸 낳은 사람 위로하는 말로
딸 낳으면 비행기 타고
아들 낳으면 구루마 탄다는 말을
했다는데
요즘은 딸도 아들도 다
부모님 비행기 여행시켜 드리는
좋은 세상 되었지요
* 구루마 ㅡ 수레의 방언
#34. 도망치는 그늘
추울 때
슬그머니 와서
햇살 따뜻한
자리를
야금야금
차지하더니
더울 때
햇빛 피해
찾아가면
모른 척
살금살금
도망치는 밉상
#35. 달빛 택배
어두운 밤
높은 하늘에서
밝은 빛을
푸짐하게
싣고 와서
도시와 시골
부자와 가난한 사람
가리지 않고
세상을
환하게 밝혀 주는
특급 택배
#36. 다 좋은 건 없다
오랫동안
비가 오지 않을 때는
비가 오면
다 좋을 것 같더니
동생은
새로 산 운동화가
흙물에 젖을까 봐
걱정이고
축구 좋아하는 형은
집 안에 갇혀 지내는 게
답답하다며
투덜대고
농사짓는 큰아버지는
햇볕이 필요한
참깨 수확이
걱정이다
언제나
누구에게나
다 좋은 건
#37. 하늘은 참 좋겠다
하늘은 참 좋겠다
높은 데서
온 세상 다 볼 수 있어서7
하늘은 참 좋겠다
밝은 해와 달과 별을
품고 있어서
하늘은 참 좋겠다
무슨 일을 해도
간섭하는 이가 없어서
하늘은 참 좋겠다
슬픔이 무거워지면
펑펑 울 수 있어서
하늘은 참 좋겠다
화가 났다가도
맑게 웃을 수 있어서
하늘은 참 좋겠다
오래 되어도
늙지 않아서
#38. 벌초
추석이 가까워 오면
저마다 조상 산소를 찾아
벌초를 해요
조용하던 온 산들이
벌초하는 기계 소리로
가득해요
생전에 조용하게 사신
할아버지를 배운 아버지는
정성스레 손 벌초를 하지요
무덤 속 할아버지께서
"네가 내 마음 안다"며
칭찬하실 것 같아요
#39. 푸근한 자연
자연은 끼리끼리
사람이 알 수 없는
암호라도
주고받는 것인가
봄 되면
저마다 때맞춰
아름다운 꽃과
잎을 피운다
다 주고
자랑하지 않는
푸근한 모습이
엄마를 닮았다
#40. 안경
고모가 좋은 사람 다 두고
순희 삼촌과
결혼한 다고 하니
할머니가 웃으시며
'제 눈에 안경이다"고 하시기에
무슨 말인 줄 몰랐는데
오늘
할아버지 안경 써 보니
어렴풋이 알겠다
내가 할아버지 안경 쓰면
내가 어둡고
할아버지가 내 안경 쓰면
할아버지가 어둡다
아무리 멋진 안경이라도
제 눈에 맞아야
좋은 안경이듯
사람도
자기 눈에 들어야
마음이 가나보다
#41. 어려운 문제
사람들은
새가 노래를 부른다고 하기도 하고
새가 운다고 하기도 하는데,
학자들은 짝을 찾기 위해서 내는
소리라고 해요
누구 말이 맞는지 모르겠어요
기뻐서 늘 똑같은 노래를 부른다?
지겨워서 못할 것 같아요
슬퍼서 부른다면
눈물 자국이라도 있어야지.??
그래서 내놓은 답이
짝을 찾기 위해서라고 하는데
갓 태어난 어린 새들이 짝을 찾기 위해 노래를 부른다???
참 어려운 문제네요
42. 하늘이 힘들겠다
시골에서
하늘 믿고
농사 짓고 사는
사람들
맑다가
사나흘 비 오면
비 좀 그쳐 달라고
아우성이고
비 그치고
닷새만 햇빛 쬐면
비 좀 내려달라고
아우성이다
기다리지 못하는
사람들 때문에
하늘이
참 힘들겠다
#43. 올챙이와 개구리
선생님 꾸중을 듣던
장난꾸러기 형구가
반장 되더니
장난치는 아이들에게
조용히 하라며
큰소리쳐서
웃음을 사고 있다.
누군들
철없던 한 때의
허물이 없으랴?
올챙이 허물 벗고
개구리가 된 형구를
응원하고 싶다
#44. 층간 소음
동생과 집에서 뛰어다니며 한창 재미있게 술래잡기 놀이를 하고 있는데 아래 층 할머니가 관리사무소 아저씨와 함께 찾아 오셨다. 꾸중하러 오신 줄 알고 잔뜩 겁먹고 있는데
"조심해서 잘 놀거라"고 하시고는 그냥 내려 가셨다.
우리는 할머니 그 말씀이 고마워 어리둥절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놀이를 그만 두었다.
층간 소음 문제로 시끄러운 요즘 문득문득 그 할머니 생각이 난다.
#45. 땅의 주인 2
텃밭에 가보니
엄마가 심은 상추보다
잡풀이 무성하게
먼저 자라고 있어요
잡풀을 뽑아내고
상추에 정성을 쏟아도
또 다른 풀들이 나와서
상추를 괴롭혀요
땅은 본래
자기네의
고향이라며
주인행세를 하려 해요
따지고 보면
할말이 없지요
땅의 주인은 원래
그들이었으니까요
#46. 엄마 생각
달리기라면 꼴찌만 하던 연주가
체육대회 손님찾기경주에서
손잡아 달려 준 아줌마 덕분에
처음으로 3등을 하여
얼굴도 모르는 그 아줌마를 찾아
절이라도 하고 싶다고 한다
그 말을 들은 연주 엄마,
출근하느라 응원도 못 갔는데
다 잊고 연주가
저리 좋아하는 걸 보니
오늘은 자신이 연주에게
절이라도 하고 싶다고 한다
그 모습 보고 나니
나와 동생 챙겨 주느라
아침밥도 제대로 못 먹고
출근한 엄마 생각이 나서
눈물이 난다
# 47. 어미소와 송아지
.
5일장날
아빠 따라 시장 갔다가
우시장에서 본
팔려가는 어미소와
어미 따라 가려고
발버둥치는 송아지
그걸 보고도
어쩔 수 없어
눈물만 뚝뚝 흘리는 어미소
슬픈 그 모습이
열흘이 지나도록
나를 졸졸 따라다닌다
ㅡㅡㅡ<참고1>ㅡㅡㅡㅡ
# 송아지와 어미소
5일 장날
아빠 따라 시장 갔다가
우시장에서 본
송아지와 어미소
팔려가며 어미소와
헤어지기 싫어
발버둥치는 송아지
떠나 보내기 싫어
소리지러다
어쩔 수 없어
눈물만 뚝뚝 흘리는 어미소
슬픈 그 모습이
열흘이 지나도록
나를 졸졸 따라다닌다
(참고2)ㅡㅡㅡㅡㅡ
5일 장날
아빠 따라 시장 갔다가
우시장에서 본
팔려가는 어미소와
어미 따라 가려고
발버둥치는 송아지
그걸 보고도
어쩔 수 없어
눈물만 뚝뚝 흘리는 어미소
슬픈 그 모습이
열흘이 지나도록
나를 졸졸 따라다닌다
#48. 낚시 xx
아빠 따라 저수지에 갔더니
낚시하는 사람들
엄청 많았어요
가짜 미끼로 유혹해서
물고기를 잡고 있었어요
남을 속이는 건
나쁜 거라는데
고기는 속여도 되는지
모르겠어요
고기들이 말을 한다면
뭐라고 할까요?
#49. 꽃이 된 할머니
무더운 여름 한낮
꽃밭이 있는 잔디밭에서
수도에 호스를 연결하여
꽃에 물을 주던 아기
잔뜩 신이나서
할머니가 다가오자
"할머니가 꽃이다.
할머니가 꽃이다."
큰소리로 외치며
마구 물을 뿌려댄다
옷이 흠뻑 젖고도
화내기는커녕
정말 꽃이 된 것처럼
활짝 웃으며
아기와 함께
행복해 하는 할머니
환하게 웃는 모습이
꽃보다 아름답다
#50. 추수 끝난 들판
다 떠나가고
허수아비 머리 위에
참새가 앉아 있다
# 51. 해님과 눈사람
해님은
환하게
웃는 얼굴로 와서
어린 눈사람
어른 눈사람
가리지 않고
조용히 (소리없이)
데리고 가는
눈사람의 저승사자
ㅡㅡㅡㅡㅡㅡ
해님은
환하게 웃는 얼굴로 와서
소리없이 데려가는
눈사림의
조용한
저승사자
어린 눈사람
어른 눈사람
가리지 않고
한꺼번에
다 데려 가는
52. 배부른 쓰레기통
지금 배 불러요
그만 주세요
저는
소나 돼지처럼
저절로 소화되는
위장이 없어요
더 먹으면
터질 것 같아요
제발 좀 그만 주세요
53. 다행이다
밤새 악당에 쫓기며
진땀을 흘렸는데
꿈이어서 다행이다
소풍 전날 비 온다고 해서
걱정했는데 예보와 달리
하늘이 맑아서 다행이다
친구와 다투고 걱정했는데
먼저 손을 내미니
웃으며 잡아 주어 다행이다
엄마에게 거짓말 하고
불안했는데
용서해 줘서 다행이다
54.어둠의 힘
가로등 아래
심어 놓은 들깨
잎은 무성한데
열매가 여물지 않아
걱정이다.
어두워야 할 밤에
불빛이 밝아
잠을 못 잔 때문이라고 한다.
어둠을 모르면
식물도 어른이
될 수가 없나 보다.
어둠의 가치를 모르고
밝은 빛만 좇는
요즘 아이들
키만 크고
어른이 못되면
어쩌나.
55. 지금 꼭 필요해
엄마는
내가
무얼 해 달라고 하면
늘
내가 크면
해 주겠다고 한다
"엄마,
나중엔 필요 없어
지금 꼭 필요해"
56. 고정문
문은 본래
열고 닫는
것인데
출입문 옆에
꼬옥 잠궈 놓은
<고정문>
문이라는
이름은
왜 붙였지?
그 앞에
설 때마다
궁금하다
57. 봄이 되니
겨우내
땅 속에서 잠자던 풀들이
보송한 솜털 속에서
살며시
연둣빛 머리를
내밀고 있다
이렇게 이쁜 얼굴로
피어 나려고
지난 겨울
그 모진 눈바람을
참아 왔구나
그걸 아는 하늘이
대견하다고
따스한 햇살로
포근히
반겨 주고 있다
58. 5월이 되면
5월이 되면
어린이는 나무가 된다.
나무처럼 푸른 눈 푸른 가슴이 뛴다.
맑은 바람 밝은 햇살 아래
몸도 마음도 나무처럼 키가 자란다.
파란 하늘 높이 높이
꿈이 자란다
59. 이상해요
이상해요
한 어미가 낳은 강아지라는데,
옆집 마음씨 좋은 박실할머니집 강아지는
가까이 가면 꼬리를 흔들며 반겨 주는데,
길 건너 호랑이 아저씨 집 강아지는
근처에만 가도 사납게 짖어대니.
강아지도 주인을 닮는 건가요?
사람들이
우리 집 강아지를 보고는
뭐라고 할지 모르겠어요
60, 어둠의 힘
가로등 아래
심어 놓은 들깨
잎은 무성한데
열매가 맺지 않아
걱정이다.
어두워야 할 밤에
밝은 불빛에
잠을 못 잔 때문이라고 한다.
어둠을 모르면
식물도 어른이
될 수가 없나 보다.
어둠의 가치를 모르고
밝은 빛만 좇는
요즘 아이들
키만 크고
어른이 못되면
어쩌나.
# 61. 봄소식
고개 들어 하늘 보니
금오산 위로
근심 없는 흰 구름
한가히 흘러가고
겨우내
잠자던 강둑에
연푸른 새싹이
살며시 얼굴을 내밀고
저만큼
강물이 씻고 간 자리
마음 넓은 포플러가
살가운 바람을 불어
포근한 봄을 데려오고 있다
# 62. 대보름 달
대보름이 낼모랜데
밖이 흐릿하기에
달이 없는 줄 알았더니
밝은 불빛에 가려
외진 산등성이 위에서
힘 없이 웃고 있다.
그 속에서
아련히 들려오는
달아 달아
밝은 달아
강강수월래
강강수월래
# 63. 봄바람 편지
하늘이 따뜻한
바람편지를 보내왔다
남쪽지역엔 봄이 왔다고
바람의 끈을 풀자
봄 향기가
와르르 쏟아져 나왔다 *ㅓ
벌써
양지바른 꽃나무에는
봉곳이 꽃망울이 맺혀
이제 곧
개나리가 노란 입을 열고
나비가 팔랑팔랑 춤을 추며
날아오르겠다
*이준관 ㅡ"꽃 보자기' 에서 따옴
.
#64 개구리 합창
한여름 밤
시골집 마당에
모깃불 피워 놓고
멍석 위에 누워
개구리들 합창을 들었다는
할머니 이야기 듣고
지난여름 방학 때
아버지 따라
시골에 갔다가
개구리 합창은커녕
독창도 못 듣고 왔다
이게 다
환경 변화 때문이라니
이대로 가다간
무엇이 더 사라질지
모르겠다
# 65. 크다고 다 좋은 게 아니다
키가 작은 순호는
늘
키 큰 준영이와
큰 자동차가 있는
준영이가 부러웠다
지난 여름
준영이 가족과
시골 여행을 다녀온 후
생각이 달라졌다
구불구불 좁은 시골길에서
순호 아빠 작은 자동차는
거뜬히 지나가는데
준영이네 자동차는
멈춰 서는 게 아닌가!
#66. 간식
학교 가기 싫다가도
간식 먹을 생각하면
학교에 가고 싶다
간식은
우리들 학교 생활의
반가운 꿀잼
수업 시간에
꾸벅꾸벅 졸다가도
간식 시간 되면
두 눈이 초롱초롱
깨어나는 아이들
간식은
조는 아이 깨우는
특효약이다
# 67. 크다고 다 좋은 게 아니다
키가 작은 순호는
늘
키 큰 준영이와
큰 자동차가 있는
준영이가 부러웠다
지난 여름
준영이 가족과
시골 여행을 다녀온 후
생각이 달라졌다
구불구불 좁은 시골길에서
순호 아빠 작은 자동차는
거뜬히 지나가는데
준영이네 자동차는
멈춰 서는 게 아닌가!
'크다고 다 좋은 게 아니구나
'작은 게 더 좋을 때도 있구나'
# 68. 아빠 닮은 오빠
엊그제
오빠가 장원했다고
우쭐대기에
그건 아빠 닮은
덕이라 했더니
오늘은 달리기에서
아빠를 닮아
골찌를 했다며 웃는다.
오빠보다도 엄마가
더 크게 웃는다.
나도 따라 웃는다
# 69. 나무 선생님
겨울 되면
옷을 입어도
이리 추운데
알몸으로
서 있는 나무
얼마나 추울까요
바람 불 때마다
추워서 윙윙
우는 것 같아요
힘겨운 어려움을
꿋꿋이
이겨내고
봄 되면
파아란 잎을
피워내
말없이 우리에게
많은 걸
가르쳐 줘요
# 70. 할아버지 감나무
고향 집 대문 옆
할아버지의 아버지가
심었다는 감나무
우리가 살아온 모습을
다 지켜 보았을
묵직한 지킴이
그 나무 앞에서
손 모으는
할머니 보며
내가 모르는 사이
나를 지켜 보았을
그 나무 앞을 지나기가
조심스럽다
# 71. 둥근 한가위
가족이 모여 빚은
둥근 송편으로
차례 지내고
조상의 산소 찾아
둥그렇게 둘러서서
절 올리고
둥근 보름달 아래
둥글게 손 잡고
강강술래놀이 하며
따뜻한 정
둥실하게 나누는
한가위 명절
# 72. 바나나와 자몽
할아버지 제삿상에
즐겨 드시던
사과, 배, 감 대신
나와 동생이 좋아하는
바나나와
자몽이 가득
'너희나 먹어라'며
돌아앉으시면
어쩌지
# 73. 놀라운 펭퀸
TV '동물의 왕국'에서 본
남극 바닷가에 모여 있는
수백 마리 팽긴들
먼 바다로 먹이 구하러 나갔던
어미들이 돌아와
그 많은 새끼들 중에서
어미가 용케도
자기 새끼를 찾아간다
모두가 같은 모양 같은 색인데
어떻게 찾아내는지
볼수록 신기하다
나는 우리 반 친구들과
벗어 놓은 신발 속에서
내 신발 하나 찾기도 어려운데
그 많은 무리 속에서
어미가 새끼 찾는 펭귄을 보고
동물이 사람보다 나을 때도
있다는 걸 새로 배운다
# 74. 요즘 것들
할아버지 말씀에
아무 말 않고
순순히 들어주면
착하다고 하고
내 생각은
다르다고 하면
요즘 것들은
버릇이 없다고 한다
선생님은
자기 생각을
분명하게 말하라고
하는데
누구 말을
따라야 할지
모르겠다
#75. 속으로 풍덩
나는
땀이 나는
무더운 여름날
시원한 강물에
뛰어들고 싶은데
누나는
서늘한 가을에
단풍 속으로
풍덩 빠지고
싶다고 한다
단풍은
물이 아닌데
풍덩 빠지고
싶다니
나는
누나의
엉뚱한 생각을
모르겠다
# 76. 나무와 바람
하루종일
하늘 바라보며
서 있는 나무
이따금씩
새가 와서
쉬었다 가고
심심해서
졸음이 오려고 하면
바람이 와서 깨워준다
바람은
나무와 함께 놀아주는
고마운 친구이다
#77. 달을 켜다
하늘이
어둠을 밝히려고
둥근 달을
켜 놓으면
사람이
너무 밝은
불빛으로
하늘을 가려
달빛이
저만큼
조금씩
멀어지고 있다
78. 시행착오
엉금엉금 기다가
엎어지기를 수없이 한 끝에
뚜벅뚜벅 걷는 아기
태어나자마자
넘어지기를 거듭하다
마침내 일어서는 송아지
시행착오는
아름다운 결실을 낳는
성공의 어머니
#79. 대나무 숲
사계절
어느 때고
조용히
대숲에 가면
곧고 시원한
모습에
헝클어진 마음
빗질이 되고
맑고 서늘한
바람 소리에
흐린 귀가
맑아 진다
80. 방구석 탐험대
밝고 넓은 곳 다 두고
하필 어둡고 좁은
구석만 찾아다니는
바퀴벌레
새로운 것을 보면
무엇이든 만져보고
입으로 가져가는
아기
가족을
귀찮게 하는
우리집
방구석 탐험대
#81. 장마
해마다 찾아와서
참아 온 설움을
쏟아 놓듯
싫도록 비를 내려
마음을 적시는
여름 불청객
이제는
경험이 많으니
좀 조용히 와서
점잖은 손님처럼
그렇게
다녀가면 좋겠다
#82. 벼락치기 공부
학교에서
게으른 학생이 하는
벼라치기 공부
어쩌다 운이 좋아
통할 때도
있지만
꾸준한 노력엔
이길 수가
결코 없지
먼 거리 경주에서
거북에게 지는
토끼처럼
#83. 아버지와 와이프
비 오는 날
자동차 유리를
맑게 닦아 주는
와이프와
어려울 때
가족의
평안을 지켜 주는
아버지
와이프는
비오면
좌우로
오가고
아버지는
부지런히
직장을
오가고
와이프가
고장나면
자동차 운행이 어렵고
아버지가
출근 못하면
가족 살림이 어렵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