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청 기사] 오케스트라 협연 55주년, 피아니스트 서혜경이 뉴욕 카네기홀에서 건네는 고백: “In Love · 연모”
- 9세 소녀의 첫 협연으로부터 55년, 건반 위에 새겨진 삶과 사랑의 기록
- 프로그램으로 풀어내는 서혜경의 네 가지 사랑: 글룩, 브람스, 류재준, 리스트
- 맨해튼 스튜디오서 터진 감동의 눈물… 암 투병을 이겨낸 거장의 고백과 하나님의 은혜
- “사람들을 행복하게 하기 위해 매일 8시간 연습”… 2026년 10월 3일 카네기홀로의 초대
[뉴욕=김수경] 가을이 깊어가는 뉴욕, 세상에서 가장 따뜻하고 치열했던 한 피아니스트의 인생이 카네기홀의 조명 아래 다시 피어납니다.
오는 2026년 10월 3일 토요일 오후 7시 30분, 뉴욕 카네기홀 잔켈 홀(Zankel Hall at Carnegie Hall)에서 한국이 낳은 세계적인 1세대 피아니스트 서혜경이 독주회 ‘In Love · 연모 — 이야기로 만나는 서혜경 리사이틀’을 개최합니다.
서혜경재단(SUH HAI KYUNG FOUNDATION)이 주최하는 이번 공연은 오랜 시간 그녀의 음악을 사랑해 온 글로벌 관객들에게 깊은 감사의 마음과 '사랑(In Love)'의 메시지를 전하기 위해 기획됐습니다.
이번 무대는 단순히 한 거장의 귀환을 알리는 자리가 아닙니다. 아홉 살의 나이에 국립교향악단과 처음으로 오케스트라 협연을 가지며 세상에 음악적 천재성을 드러낸 지 올해로 꼭 55주년이 되는 해를 기념하는 아주 특별한 자리입니다. 올해로 피아노 여정 60주년을 맞이한 피아니스트 서혜경은 오랜 시간 자신을 지켜봐 준 관객들을 향해 온 마음을 다해 보내는 연서(戀書)와도 같은 공연입니다.
피아니스트 서혜경은 1980년 부조니 국제 피아노 콩쿠르에서 동양인 최초로 우승하며 세계 클래식계에 이름을 알렸고, 이후 1988년 카네기홀이 선정한 '올해의 세계 3대 피아니스트'로 이름을 올리는 등 전 세계 무대에서 강력하고 낭만적인 타건으로 격찬을 받아왔습니다.
커리어의 정점에서 맞이한 유방암 3기 진단과 근육마비 등 수많은 신체적 고비를 불굴의 의지로 극복하며 '불사조 피아니스트'라는 별칭을 얻은 그녀는, 이번 독주회를 통해 자신이 삶과 음악을 향해 품어온 깊은 '연모(In Love)'의 마음을 한 편의 이야기처럼 풀어낼 예정입니다.
■ 음악으로 엮어낸 인생의 서사, 서혜경이 고백하는 ‘네 개의 장’
이번 공연을 주최하는 서혜경재단은 음악을 통해 사회적 치유와 환원을 실천하기 위해 설립된 비영리 단체입니다. 평소 암 환자, 소외계층 청소년, 저소득층 아동 지원에 앞장서 온 재단은, 이번 카네기홀 공연 역시 단순한 음악회를 넘어 상처받은 이들을 위로하고 사랑을 나누는 '나눔의 장'으로 만들겠다는 포부를 밝혔습니다.
이번 리사이틀은 서혜경 재단의 공식 스토리와 맞물려, 그녀가 평생을 바쳐 마주해 온 음악과 삶에 대한 사랑을 작곡가들의 선율을 통해 ‘네 개의 장(Four Chapters)’의 서사로 풀어냅니다.
공연은 글룩(Gluck)의 오르페오와 에우디리체 중 '멜로디'(스감바티 편곡)로 문을 열며, 이어 브람스의 '두 개의 랩소디(Op. 79)', '6개의 피아노 소품(Op. 118)' 등을 통해 묵직하고 깊이 있는 감성을 전달합니다.
특히 주목할 점은 한국을 대표하는 작곡가 류재준의 '발스(Valse)'가 이번 무대에서 세계 초연(World Premiere)된다는 사실입니다. 한국 음악의 예술성을 뉴욕 중심부에서 전파하는 뜻깊은 순간이 될 전망입니다. 공연의 대미는 화려하고 압도적인 테크닉을 요구하는 리스트의 '초절기교 연습곡 10번', '페트라르카의 소네트 104번', '스페인 랩소디'가 장식합니다.
제1장: 잃어버린 사랑 — 글룩 (Gluck)
9세 소녀가 처음으로 거대한 오케스트라와 호흡을 맞추며 피아노와 사랑에 빠졌던 순간, 그리고 찬란했던 무대 뒤에 찾아온 삶의 상실과 아픔을 기억합니다. 글룩의 오르페오와 에우디리체 중 '멜로디'(스감바티 편곡)를 통해 슬프도록 아름다웠던 '잃어버린 사랑'을 고요하게 고백하며 공연의 문을 엽니다.
제2장: 말하지 못한 사랑 — 브람스 (Brahms)
세계적인 커리어의 정점에서 맞이한 암 투병과 고독, 그리고 오직 건반 앞에서만 쏟아낼 수 있었던 내면의 치열한 감정들을 브람스의 선율에 의탁합니다. 평생 가슴속에만 묻어두었던 뜨거운 열정과 고독이 브람스의 '두 개의 랩소디(Op. 79)'와 '6개의 피아노 소품(Op. 118)'을 통해 깊고 묵직한 '말하지 못한 사랑'으로 울려 퍼집니다.
제3장: 새로 태어나는 사랑 — 류재준 (Jaejoon Ryu)
고통의 터널을 뚫고 재기에 성공하며 세상으로부터 ‘불사조’라 불리게 된 그녀는, 자신이 받은 ‘두 번째 생명’의 은혜를 음악을 통한 치유와 환원으로 갚아나가고 있습니다. 한국을 대표하는 작곡가 류재준의 '발스(Valse)' 세계 초연(World Premiere) 무대는 아픔을 딛고 다시 피어난 그녀의 '새로 태어나는 사랑'을 상징합니다.
제4장: 시가 된 사랑 — 리스트 (Liszt)
첫 협연 후 55년이 지난 지금, 그녀의 손끝에는 테크닉을 넘어선 삶의 깊이와 영혼의 울림이 고스란히 담겨 있습니다. 화려하고 압도적인 테크닉을 요구하는 리스트의 '초절기교 연습곡 10번', '페트라르카의 소네트 104번', 그리고 '스페인 랩소디'에 이르러, 그녀의 치열했던 55년 음악 여정은 마침내 가장 아름답고 찬란한 '시가 된 사랑'으로 완성됩니다.
■ 맨해튼 스튜디오에서 마주한 눈물과 기적의 고백
카네기홀 본 무대를 앞둔 지난 8월 8일(토) 오후 5시, 맨해튼에 위치한 서혜경의 개인 스튜디오에서는 지인 20여 명을 초청한 프라이빗 리허설이 열렸습니다. 연주가 끝난 후 참석자들은 저마다의 감동을 나누었습니다. 본 공연을 방불케 하는 그녀의 열정적인 연주를 듣는 동안, 필자는 흘러내리는 눈물을 주체할 수 없었습니다.
감동은 무대 밖에서도 이어졌습니다. 후원자이자 지인인 신석호 회계사가 인근 이태리 레스토랑에서 모인 이들 모두에게 따뜻한 만찬을 대접하며, 서 피아니스트의 뜻깊은 55주년 기념 카네기홀 복귀를 축하하고 뉴욕 한인 사회의 따뜻한 정과 결속을 다지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지인들의 사랑과 성원이라는 든든한 날개를 단 서혜경은 이제 카네기홀 본 무대에서 그 에너지를 모두 쏟아낼 준비를 마쳤습니다.
🔺창문 앞에 흰옷입고 앉아있는 신석호 회계사
서혜경을 사랑하는 이들이 모인 훈훈한 만찬 자리에서, 필자는 그녀가 연주하는 동안 감동의 눈물을 흘린 이야기를 다시 한번 했습니다.
“연주가 흐르는 동안 내내 눈물이 멈추지 않아, 주께 여쭈어 보았습니다. 잠시 기도하며 묵상해보니, 그 혹독한 암 투병의 터널을 지나 이토록 뜨겁게 사랑과 생명을 노래할 수 있는지, 그녀가 홀로 견디며 통과했을 외롭고 힘든 시간이 제 마음을 적셨기 때문입니다. 그 모든 걸 이겨내어 다시 피아노 앞에 앉을 수 있었던 것은 전적으로 하나님의 은혜가 아니면 도저히 설명할 수 없는 기적이기에, 감사와 감동의 눈물이 멈추지 않았습니다.”
🔺소피아(매니저), 김수경 목사, 서혜경
서혜경 씨는 조용히 과거 암 투병 당시의 기적 같은 이야기를 털어놓았습니다. 당시 의사들은 암 수술을 하게 되면 피아노를 칠 수 있는 근육이 다 망가져 다시는 연주할 수 없을 것이라 경고했습니다. 하지만 그녀는 피아노를 포기할 수 없었기에, 어떻게든 다시 연주하겠다는 일념으로 수술 전에 먼저 고통스러운 항암치료(chemotherapy)를 8회나 받으며 암 세포를 작게 만든 후 수술대에 올랐고, 33회의 방사선 치료까지 견뎌야 했습니다.
당시 그녀의 어머니는 “피아노를 못 치더라도 그저 살아있는 것만으로도 감사하지 않느냐”며 딸을 위로했지만, 서 씨는 “그게 무슨 말씀이냐. 지금까지 피아노만을 쳐온 내 인생이 그저 살아 숨 쉬는 것만으로 감사할 수는 없었다”며 기를 쓰고 치료를 버텨냈다고 회고했습니다.
결국 그녀는 2008년 1월 다시 무대에 섰고, 당시 2천 4백 명의 관객 앞에서 기적 같은 연주를 선보였습니다. 모두가 다시는 피아노를 치지 못할 것이라 생각했던 서혜경이 건반을 울리는 모습을 보며, 객석의 모든 이들이 눈물을 흘렸다는 당시의 신문 기사는 클래식계의 유명한 일화입니다.
■ "하루 8시간의 연습, 하나님이 내게 주신 외로움의 이유"
그 기적을 경험한 거장은 지금도 매일 하루에 7~8시간씩 피아노 연습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서 씨는 싱글맘으로 살아왔다며 “오늘 내 연주를 듣고 이곳에 모인 모든 분들이 이토록 즐거워하시지 않느냐. 사람들을 이처럼 즐겁게 해주고 위로해주기 위해서 나는 매일 그렇게 연습을 해야만 한다”며, “하나님께서 나를 이토록 치열하게 연습하도록 만들기 위해 어쩌면 나를 외롭게 만드신 것 같다”는 묵직한 고백을 덧붙였습니다.
누군가 매일 하루에 8시간씩 투자하는 정성이 그 사람을 해당 분야의 최고 전문가로 만듭니다. 필자 역시 목사이기에 하루 8시간 이상 찬송하고 기도하며 성경을 읽고 연구하는 일에 온전히 전념하고 있습니다. 그것이 세상에서 가장 즐겁기 때문이며, 연구하고 묵상한 것을 의에 주리고 목말라하는 가난한 이들에게 나누어줄 때 가장 행복하기 때문입니다.
필자가 뉴리는 행복처럼, 피아니스트 서혜경은 그렇게 온 삶을 다해 피아노와 그녀의 연주를 듣고 행복해 할 이들을 사랑하고 있었습니다.
"제 피아노 인생 55년은 관객 여러분이 보내주신 과분한 사랑, 그리고 하나님의 은혜 덕분이었습니다. 상처 입은 날개로도 다시 날아오를 수 있었던 그 기적 같은 힘을, 이번에는 '연모'라는 음악으로 여러분에게 돌려드리고 싶습니다."
위로와 치유가 필요한 뉴욕의 가을밤, 피아니스트 서혜경이 온 영혼을 담아 건네는 가장 아름다운 사랑의 고백의 자리에 여러분을 정중히 초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