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곡(The Divine Comedy)
연옥편 제21곡 : (제5원)인색(吝嗇)과 낭비(浪費)/스타티우스(Statius)
강사: 김문자 선생
1. 제 21 곡 개요
1.망령이 나타남(1-39):시인의 뒤를 따라감(1-6), 한영혼이 나타남(7-15), 버질과 한영혼(16-39)
2.지진과 큰소리를 설명함(40-81):연옥의 기상학(40-57),정화느낌-울림,고함(58-72),
이제야 알겠노라(73-81)
3.스타티우스가(82-102):버질의 물음에 답함.<테바이스>와 <아킬레우스>의 저자
4.너도 그림자 나도 그림자(103-136): 스승이 잠잠하라 했으나 스타티우스에게 말함
2. 줄거리
두 시인이 다섯째 대지를 지나갈 때 망령 하나가 나타나 그들에게 말을 건넨다(10). 베르길리우스는 단테가 아직도 이승의 육체를 지닌 사람임을 설명해주고 그들의 여행목적을 망령에게 들려준다(31). 그리고 어찌하여 산이 진동했는지를 물어본다. 그는 망령들의 고함소리와 연옥산의 비, 바람, 천둥의 변화를 두 시인에게 설명한다(40). 그리고 정화(淨化)의 때가 끝나고 천국에 오를 준비가 되면 산이 진동하고 하나님을 찬미하는 고함소리가 난다고 했다. 지금 말하고 있는 망령도 500년 이상의 정화를 끝내었기에 산이 진동했다고 설명한다(67). 그는 자신이 스타티우스(Statius)라고 말한다(91). 스타티우스는(AD45-96년) 테바이스(Thebaid)와 아킬레이스(Achilleid)의 저자이다. 그는 베르길리우스의 서사시 '아에네이스(Aeneid)'로 부터 시적영감을 받았다고 말한다. 스타티우스는 베르길리우스가 살았던 시절에 살았더라면 좋았을 것이라고 말한다(100). 단테는 억제 할 수 없는 웃음을 참는다. 단테는 스타티우스에게 당신이 말하는 분이 바로 여기 계시다고 말한다(124). 스타티우스는 베르길리우스 앞에 무릎을 꿇고 그의 발을 껴안으려 할 때, 스승은 이를 만류하면서 나도 그림자 너도 그림자라고 말한다(130-132).
3. 본문 해설
1) 영혼 하나가 우리에게 나타났다(1~39행)
20곡 마지막 행(127,145~148)의 의문이 갈증(요한4:6 이하)이 되어 단테를 괴롭혔다. 사마리아 여인이 찾아오신 예수께 생수를 구함같이 단테는 진리에의 탐구정신과 목마름을 우리에게 가르쳐준다. '정의의 복수(6행)'는 정당한 복수이다. 탐욕자들이 받고 있는 형벌이다(1~6). 죄란 달콤하다. 보암직하고 먹음직하고 지혜롭게 할 만큼 탐스럽기도 하다. 범하는 순간 죄는 양심의 그물이 되어 삶을 속박하는 속성이 있다. 죄(罪)라는 한자의 윗부분은 그물모양이고 아랫부분은 새의 날개 모양이다. 자유롭게 공중을 날으는 새가 그물에 걸리면 어떻게 될 것인가? 이것이 죄다. 이때에 영혼 하나가 두 시인에게 나타나서 말을 걸어온다(10행).베르길리우스는 림보에 자기를 보낸 하나님의 이름으로 그를 축복한다(7~18행). 스타티우스는 림보의 혼이 또 하나의 망령(단테)을 데리고 어떻게 여기 까지 오를 수 있었느냐고 묻는다(19~21행). 그는 망령이 아니고 육체를 지닌 사람이며 그 증거로 이마에 3개의 P(23행)가 있으며, 그가 사람이라는 증거는 운명을 맡은 세 여신 클로토(수명할당), 라케시스(수명의 실을 짬), 아트로포스(수명의 실을 짜름) 중 아트로포스가 아직 생명을 짜르지 않았다고 말한다(25~27행). 베르길리우스 자신은 하늘의 부르심을 입고 단테의 길잡이로 여기 있다고 설명한다(19~33행).영어의 옷감(cloth)은 클로토에서 파생한 말이다. 하나님이 우리 인생에게 할당한 수명을 매일 길삼하듯 열심히 살아야 한다. 아트로포스 여신이 수명의 실을 자르기 전 까지......
2) 그 산이 요동한 이유가 무엇이냐? (40-78행)
정죄산은 베드로의 삼층계단 아래를 전연옥이라 하고 그 위를 본연옥이라 한다. 스타티우스는 '성스러운 이산(40)' 즉 본연옥은 하늘 자체의 이유 외에는 기상변화의 영향을 전혀 받지 않는다고 설명한다. 삼층계단은 연옥 9곡 76행 이하 참조할 것이다. '타우마스의 딸(51행)'은 무지개의 여신이다. 아침에는 서쪽에 저녁엔 동쪽에 나타나므로 '자리를 바꾼다'고 한다(34~57).
스타티우스는 전연옥에서 300년 제4둘레에서 400년 제5원에서 500년 총1200년을 정죄(淨罪)했다면서(67~69행) 산이 진동한 것은 지진 때문이 아니고 정죄가 끝나고 천국을 오르려 할 때 일어나는 현상이라고 말한다(58~60행). '의지하나 뿐인데(61행)'는 천국에 오르겠다는 의지 이다. '벗을 갈다(63행)'는 연옥의 벗을 떠나 천국의 벗을 만나게 된다는 뜻이다. 연옥의 정죄의지는 천국행 의지를 거스른다(66행). 스타티우스의 설명을 듣고 단테는 아주 기뻐한다(58~78행). 루터가 회심의 눈을 뜨자 16세기 서유럽의 땅이 진동했고 수많은 영혼들의 합창소리가 종교개혁의 새벽을 열었다. 한 영혼의 진정한 깨우침이 그 사회를 진동시킨 사례는 역사상 많았다.
3) 스타티우스의 자기소개(79-102행)
베르길리우스의 두 번째 질문이 시작된다. 너는 누구였으며 누슨 일로 이렇게 오래 죄를 씻느뇨(79행)? 기원70년 로마의 황제 티투스(Titus)가 예루살렘을 함락했을 무렵에 자기 자신은 신앙은 없었으나 명성은 떨쳤다고 한다(79~85행). 단테는 예루살렘 멸망이 예수를 팔아넘긴 죄 값이라고 이해했다. 스타티우스(AD45~96)는 로마시인으로 서사시 <테바이스> 와 미완성의 <아킬레우스>를 남겼다. 단테는 불란서 출신의 스타티우스(89행)를 나폴리출신의 스타티우스로 혼동하고 있다. 스타티우스는 베르길리우스 면전에서 그 인줄 모르고 그로부터 시적 영감을 받은 것과 그에 대한 사모의 정을 토로하고 있다(94~102행). '불길(95행)'은 베르길리우스의 서사시 '아이네이스'이다. 베르길리우스는 기원 전 19년에 사망했다. 아비 없는 자식을 호로 자식이라 하듯 스승이 없는 제자는 이와 마찬가지이다. 김흥호는 유영모 선생을 유달영은 김교신 선생을 강연 할 때 마다 말했다. 내 인생을 변화시킨 한 권의 책이 있는가? 나는 고교시절 <사상계>에서 함석헌 선생님의 글을 읽고 선생님을 늘 사모해왔다. 1970년도 중반 경에 부산집회에서 함석헌 선생님이 참석하여 나의 에베소서 강의를 듣고 소감을 말씀해준 적이 있다. 함 선생님을 통해서 김교신, 우찌무라(內村)와 무교회를 알았다. 단테를 알게 된 것도 무교회주의 선생들의 글을 통해서였다.
4) 스타티우스와 베르길리우스의 해후(103~136행)
베르길리우스가 스타티우스의 말을 듣고 단테에게 아는 척하지 말라고 눈짓을 준다. 단테는 참지 못하고 반만 웃는다. 스타티우스가 씽긋 웃음을 내게 보여준 이유가 무엇이냐고 묻는다(114행).
스승의 허락을 받고 단테는 이 분이 베르길리우스라고 말한다(124~126행). 너무나 반가운 나머지 스타티우스는 자신이 실체없는 혼이란 사실을 잊어버리고 스승의 발목을 잡으려 몸을 굽히매 베르길리우스는 '너도 그림자요 너 보는 것(나)도 그림이거든, 형제여, 그리 말라(130~132행)' 한다. 스타티우스는 이 말을 알아듣고 '그림자를 단단한 무엇(실체)인 양 다루었구료'라고 말한다. 색즉시공(色卽是空)이요, 공즉시색(空卽是色)이다. 허깨비 놀음을 사실로 착각하고 사는 것이 우리네 인생살이이다.
(2007년 1월25일 홍 응 표 씀), 2017. 3. 2 교정
<참고문헌>
1.Robert Hollander/Dante, Purgatorio, Anchor Book, 2004
2.原 基晶譯/ Dante著, 煉獄編, 講談社, 2014
3.矢內原忠雄, 土曜學校講義(6), 煉獄編, Misuzu書房, 1969
4.Mark Musa, Purgatory(vol 2), Penguine Books, 1985
(용어 해설)
■ 스타티우스(Publius Papinius Statius, AD45~96)
고대 로마 시인. 나폴리 출생. 시인이었던 아버지에게 시를 배우고 궁정시인으로 있으면서 이름을 떨쳤다. A. 단테와 G. 초서에게 큰 영향을 끼쳤다. 현존 작품으로는 서사시 《테베 이야기(12권)》, 서사시 《아킬레스 이야기(미완)》, 32편의 시를 모은 《실바에(5권)》이 있다. "내 아킬레스 건을 건들이지 마라" 흔히 약점을 건들지 말라고 쓰는 이 말의 아킬레스건(An achilles"heel)은 발뒤꿈치에 있는 중요한 근육의 이름으로 그가 쓴 「아킬레스 이야기」에서 유래되었다. 아킬레스의 어머니이자 바다의 님프인 테티스는 아들이 태어나자 불사의 몸으로 만들기 위해 스틱스 강물에 아들을 담그었는데 그녀가 손으로 잡고 있던 발뒤꿈치만은 강물에 닿지 못했다. 테티스는 이 하나의 결점을 고치기 위해 다른 신에게 부탁해보지만 결국 그리스의 영웅 트로이의 파리스(Paris)에게 아킬레스의 건(발꿈치)에 독화살을 맞고 죽는다.1864년 토마스 칼라일은 이 은유에 인간의 치명적인 결점이나 가장 상처받기 쉬운 점이라는 의미로 사용한데 이어 발뒤꿈치의 근육이름을 아킬레스건이라는 의학적인 용어까지 만들어 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