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께에 압도되어 엄두를 내지 못하던 그림 형제 민담집.
한 편씩 읽어가다 보면 고양이에게 '깡그리' 다 뺏기는 쥐처럼 어리석은 상황은 덜 만들겠지?
알모 다녀온 날은 밥 안 먹어도 배부...르진 않고 이야기를 하고 싶어진다.
1. 개구리 왕자
-싫다고 했는데도 들이대면 집어 던져라.저주가 풀릴 것이다.
이전엔 공주가 나빠 보였다. 자기 실속만 차리고 약속을 어기는 아주 철없는 존재로 읽었다.
그런데 오늘은 이 공주 마음에 든다. 공을 되찾자 집요하기 짝이 없는 개구리에게 치를 떨고 일관되게 싫어한다.
공을 잃어 버려 속상한 마당에 도와 주겠다고 아주 길~~~게 조건을 붙이는 개구리의 말 따위가 귀에 들어 오겠냔 말이지.
양심? 못생기고 뻔뻔하기까지 한 개구리 따위에게 웬 양심? 침대까지 올라와 같이 자겠다 하고 거절하면 임금인 아버지에게
일러 바치겠다고 협박까지 하는 개구리다.
여보세요, 개구리 씨. 물속을 자유롭게 오가는 능력을 발휘해서 공 좀 찾아줬다고 이러는 거 아닙니다. 이건 뭐 범죄 수준이잖아요.
다행히 자신의 감정에 솔직한 공주가 뻔뻔하게 침대에 기어오르려 하는 개구리를 냅다 집어 던진다.
선뜩하고 차갑고 축축한 개구리를 집었다!!! 너무너무 싫은데 만지는 것이 더 싫어서 울고 자빠져 있는 공주가 아닌 것이다.
얼마나 솔직하고 용감하냔 말이지. 덕분에 왕자도 저주가 풀린 거잖아.
왕자는 자기 저주를 풀기 위해 최선을 다했을 뿐 공주를 대단히 사랑하는 것 같지는 않아. 자기 실속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존재에게 감동 받을 이유는 없잖아? 오히려 공주보다 먼저 왕자를 사랑한 하인리히 심장 상태가 더 걱정이다.
딸의 마음을 온전하게 이해하려 하지 않고 명예를 우선한 아버지는 각성하세요.
약속도 약속 나름이지 그런 말도 안 되는 약속대로 개구리를 딸의 침실에 들어가게 하다니요.
그냥 개구리에게 미안하게 됐다고. 딸이 약속을 어긴 건 분명 잘 못한 일이나 개구리를 너무 싫어하니 밥이나 먹고 가라고
그럴 수도 있는 거잖아요. 그 시대엔 명예가 딸의 행복보다 중요하고 아버지 말이 법이였나 봅니다 그려.
다행히 용감한 딸이 제 힘으로 개구리를 왕자로 만들었으니 천만다행이긴 합니다만 임금님 태도가 영 마음에 걸리네요.
어쨌든 오늘 나는 공주의 행동이 아주 마음에 든다.
싫으면 싫다고 말하고 개구리처럼 집요하게 말도 안 되는 요구를 해댈 땐 집어 던질 수 있는 용기를 가진 여성들이 많아지면 좋겠다.
첫댓글 기다리고 있었어요, 미래소년님~
이렇게 해서 슬금슬금 '그림형제민담집' 이야기를 나누게 되네요.
이야기는 읽을 때마다 그때그때 달라요.
공주에게 꽂힌 미래소년이 들려주는(읽어주는 말고) '개구리 왕자' 이야기 듣고 싶어요.
그냥 떠오르는대로~ 들려주는 이야기.
<그림 메르헨>에선 4번째 이야기네요.
'옛이야기' 게시판에서는 27번째 글!
원래 제목은,
Der Froschkönig oder der eiserne Heinrich
개구리 왕자 또는 강철 하인리히
하인리히의 심장 터지는 소리에 더 꽂히는 날도 있겠지요? 알모 덕분에 시원시원한 독일 옛날이야기 읽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상징이나 형식에 대해 말할 형편이 아니니 마음에서 일어나는 감상 위주로 써 볼까 합니다. 구하기 어려웠던 키핑의 '윌리의 소방차'를 만나서 더 기쁜 하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