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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전국 각지의 역사와 환경에 대해서 상세히 소개하는 내용의 '대한민국 도슨트' 시리즈 가운데 한 권이다. 도슨트(Docent)란 미술관이나 박물관 등에서 전시작품을 설명하는 전문 안내인을 일컫는 단어이지만, 책의 저자들이 안내인이 되어 독자들에게 해당 지역을 자세히 소개한다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고 이해된다. ‘하나의 지역을 한 권의 책으로!’라는 문구가 이 책의 성격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았다고 하겠다.
더욱이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군산은 내가 태어나서 자랐던 고향이다. 비록 고등학교를 졸업한 이후 고향을 떠났기에 살았던 기간보다 떠나 있던 기간이 훨씬 더 길어졌지만, 지금도 여러 가지 일로 가끔 고향인 군산에 들르곤 한다. 지금은 내가 태어났던 집과 동네가 모두 공원으로 조성되어 탯자리마저 사라졌지만, 그럼에도 친척이나 친구들을 만나러 갈 때에는 마음이 편안하게 느껴지는 곳이다. 은퇴 후에도 돌아가서 정착하겠다는 생각을 지니고 있지 않기에, 앞으로 군산은 나에게 고향이면서 다른 이들과 마찬가지로 하나의 여행지가 될 것이다.
이 책의 저자는 나와는 다르게, 고등학교를 졸업한 이후 군산에 자리를 잡고 지금까지 살고 있다고 한다. 책의 서문이라고 할 수 있는 '시작하며'에서, 저자는 군산에 정착을 하고 애착을 갖게된 이유를 상세하게 소개하고 있다. 다른 책과 달리 이 책은 천천히 음미하면서 읽었는데, 아마도 읽는 동안 내 자신의 과거 추억들이 동반되었기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이미 많이 변해버린 군산의 모습을 새삼 확인하였고, 고향이면서도 미처 알지 못했던 군산의 역사와 환경에 대해서 배우게 되는 기회가 되었다.
이 책은 군산의 역사와 현재 그리고 문화를 소개하는 내용으로 이뤄졌다. 모두 28개의 항목으로 나누어, 군산을 찾는 이들에게 친절한 안내서로서의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여겨진다. 나 역시 이 책을 통해서 비로소 알게 된 장소와 그곳의 역사도 있었다. 아울러 소개한 항목 중 일부는 익히 알고 있는 내용이었지만, 시대의 변화에 따라 새롭게 각광받는 장소들이 적지 않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비록 내가 어린 시절에 살았던 삶의 흔적은 대부분 사라져 과거의 추억으로 변했지만, 다음에 군산에 갈 때는 꼭 이 책을 챙겨 저자가 소개한 곳을 찬찬히 둘러보리라고 생각했다.
주지하듯이 군산은 채만식의 소설 <탁류>의 배경으로 잘 알려진 도시이다. 원래는 앞바다에 있는 수많은 섬들을 지칭하는 '군산(群山)'이라는 명칭이 당시 서해를 방어하던 수군진이 육지로 옮겨지면서, 지금의 군산이라는 이름으로 바뀌었다고 한다. 그래서 서해의 섬들은 '옛 군산의 섬들'이라는 뜻의 '고군산열도'라고 지칭되었지만, 지금은 새만금 방조제가 완공되면서 해안선에서 멀지 않던 적지 않은 섬들은 이미 육지로 변했다. 1990년대 이후 공단이 들어서면서 급속하게 성장하였고, 군산을 둘러싼 옥구와 통합되면서 그 면적도 크게 늘어났다. 대한민국의 여느 항구가 다 그렇듯이 1899년 개항장으로 문을 연 군산은 일제 강점기를 거치면서, 일제의 곡물 수탈의 장으로 바뀌게 된다. 군산의 근대박물관에 가면 당시 수탈을 위해 항구 마당에 산처럼 높이 쌓아놓은 쌀가마니의 사진을 볼 수 있다. 우리의 아픈 근대사의 흔적이라고 하겠다.
1990년부터 군산에 정착하여 살고 있는 저자는 그곳을 '변화를 포용할 줄 아는 열정의 도시'라고 규정한다. 다양한 내용들을 모두 28개의 항목으로 구분하여, 저자가 알고 있고 또 새롭게 조사한 군산의 역사와 특징들을 서술하고 있다. 장방형으로 잘 닦여진 도시계획을 통해 '시간여행마을'로 설명하고, '옛 군산세관'이 품은 일제에 의한 수탈의 역사를 소개하고 있다. 좁다란 기찻길로 역과 공장을 오가던 '경암동 철길마을' 사람들의 삶의 애환을 느낄 수 있으며, 70대 디자이너가 여전히 옷을 만드는 '키타의상실'에 관한 역사가 설명되어 있다. 한 번의 방문으로 저자가 소개한 모든 곳을 다 찾을 수는 없겠지만, 군산을 찾는 사람들에게 한번 읽어볼 것을 권하고 싶다.(차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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