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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근대문학사 가운데, 특히 연극 분야에서 버나드 쇼의 영향력은 적지 않았다. 버나드 쇼를 포함해서 서구의 몇몇 작가들의 작품이 희곡을 쓰는 교과서로서의 역할을 했고, 연극에 대한 열정을 불러일으켰다는 기록이 전하고 있다. 한국의 연극 무대에도 올려졌던 버나드 쇼의 작품 가운데 하나가 바로 <캔디다>이다. 이 작품에는 사회주의 사상을 지닌 목사 모렐과 자유분방한 성격의 그의 부인 캔디다, 그리고 자본주의적인 욕망에 충실한 사업가이자 장인인 버게스가 등장한다. 그리고 모렐의 비서 프로서파인과 부목사인 렉시도 극의 전개에서 적지 않은 역할을 하고 있다.
버나드 쇼가 1897년에 창작한 희곡으로, 당시 영국의 남성주의적인 문화에 자기의 주체를 뚜렷하게 드러내는 캔디다의 존재가 주목된다. 아이들과 함께 요양을 떠났던 캔디다가 잠시 집으로 돌아오면서 발생하는 에피소드를 중심으로 내용이 전개되는데, 자신감이 넘치는 캔디다를 사랑하는 소심한 귀족 청년 마치뱅크스의 등장으로 모렐은 심한 질투를 느끼게 된다. 여주인공인 캔디다와 상관없이, 남편인 모렐과 귀족 청년 마치뱅크스의 애정을 얻기 위한 ‘싸움’이 벌어지는 것이다. 그러한 가운데 남성중심적인 사고에 젖어있는 목사 모렐의 허위의식이 발가벗겨지게 되는 것이다.
아내에게 정숙과 순결이라는 관념을 강요하지만, 주체적인 성격의 캔디다는 이를 일축하면서 자신감 있는 삶을 살아간다. 그리고 모렐과 마치뱅크스의 애정을 구걸하는 행태는 결국 부부 관계를 지키는 결말로 이끌어지지만, 그 선택은 다른 누구도 아닌 캔디다가 결정한다는 것이 핵심이다. 즉 캔디다는 정숙과 순결이라는 고리타분한 이념이 아닌, 남편을 사랑하고 누구보다 약한 남자인 모렐을 선택한다는 것이다. 만약 21세기의 현 시점을 배경으로 한다면, 아마도 캔디다는 두 남성을 다 버리고 독신을 선택하지 않았을까? 기존의 관습에서 벗어나, 자신만의 삶을 추구하는 캔디다의 주체적인 면모가 두드러지게 표현되고 있는 작품이라고 하겠다.(차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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