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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인 내게 그림이 다가와 말했다’라는 부제가 달린 이 책은, 화가와 그들의 그림을 통해 저자의 마음을 전하는 에세이라고 할 수 있다. 책을 읽으면서, 나는 저자가 예술가로서 매우 섬세하고 내성적인 사람일 것이라고 짐작을 했다. 크게 두 부분으로 나뉜 목차는 각각 ‘어떤 말들이 당신을 힘들게 하나요?’와 ‘어떤 순간들이 당신을 괴롭게 하나요?’라는 제목을 달고 있다. 아마도 이 제목들에는 저자의 평소 고민이 담겨있을 것이라 여겨진다. 누군가로부터 들었던 말 때문에 힘들었던 상황 그리고 생활하면서 괴로웠던 순간들을 생각하면서, 저자는 그림을 통해서 위안을 얻었던 기억을 떠올렸을 것이다.
모두 14명의 화가들을 소개하고 있는데, 저자는 프롤로그에서 그들을 통해서 ‘나를 사랑하는 열네 가지 방법’을 들려주고 싶었다고 말하고 있다. 이 책에 소개된 화가들 가운데 미켈란제로와 로트렉을 제외하면, 나머지 화가들은 미술에 무지한 탓이겠지만 나에게는 무척 생소한 인물들이었다. 다만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라는 작품을 익히 알고 있었으나, 그것을 그린 화가의 이름이 ‘요하네스 베르메르’임을 이번 기회에 확실히 알게 되었다. 저자는 ‘그림을 보고 글을 쓰는 일을 하’는 사람으로서, 그림만이 아닌 화가들의 삶을 독자들에게 소개해주고 싶은 생각으로 이 책을 기획했을 것이라 여겨진다.
첫 번째 ‘어떤 말들이 당신을 힘들게 했나요?’에 수록된 글들의 제목은 아마도 저자가 직접 들었거나, 누군가에게 건넸던 ‘상처의 말’들을 떠올리며 붙였을 것이다. ‘넌 살만 빼면 예블 것 같은데’, 혹은 ‘왜 그렇게 예민하게 굴어?’와 같은 표현은 듣는 사람 입장에서 때로는 충분히 상처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인지 이 글들은 대체로 저자가 겪었던 상황들을 간략하게 서술하면서, 그것을 극복하면서 활동했던 화가들과 작품들을 소개하고 있다. 그래서 저자는 19세기 말에 머리를 짧게 자르고 역동적인 동물들을 주로 그렸던 여성 화가 ‘로자 보뇌르’의 주체적인 삶과 작품 세계에 대해 높이 평가하고 있다.
사람들은 다른 이들의 평가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외출하기 전에 옷이나 화장 등 외모에 신경을 쓰고, 자신의 말과 행동에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하는지 등에 대해서 고민스러울 수밖에 없을 것이다. 저자 역시 그러한 사회적 시선이나 평가에 자유로울 수 없음을 고백하면서, 주체적으로 살았던 화가들의 삶과 작품에 주목하고 있는 것이다. 즉 예술을 위해 기존의 관습이나 사회적 평가에 갇히지 않고 당당하게 살았던 화가들을 주목한 것도 바로 이런 이유라 할 것이다.
법학을 전공했지만 화가로 변신한 ‘피에르 보나르’, 이른 나이에 고아가 되어 남의 집 식모로 살면서도 그림을 포기하지 않았던 ‘세라핀 무이’ 등의 삶이 보여주는 형상이라 할 것이다. 이밖에도 뒤늦은 나이에 직장을 그만두고 화가의 길로 접어든 ‘앙리 루소’, ‘실내’와 ‘혼자만의 공간’을 작품에 담아낸 ‘빌헬름 함메르쇠이’, 그리고 일상의 모습을 보석같이 그려낸 ‘귀스타브 타유보트’ 등이 첫 번째 항목에서 다루어지는 화가들이다.
‘어떤 순간들이 당신을 괴롭게 하나요?’라는 제목의 두 번째 항목에서도 모두 7명의 화가들과 작품이 소개되고 있다.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라는 작품을 그린 ‘요하네스 베르메르’, 당당한 여성들의 모습을 화폭에 그려낸 ‘커트니 커란’, 늙은 귀족들의 모습들을 기괴하게 형상화한 ‘캥탱 마시’, 그리고 인상주의와 표현주의 양식을 결합한 화풍의 ‘로비스 코린트’ 등의 삶과 작품들을 감상할 수 있었다. 서양 미술사에서 주요한 위치를 차지하는 미켈란젤로, 유전병과 불의의 사고로 평생 장애 속에서 살면서 술집과 매음굴을 전전하며 그림을 그렸던 로트렉, 그리고 마지막으로 이탈리아 출신의 화가 ‘주세페 데 니티스’와 같은 화가들의 삶에 대해서 상세히 알 수 있었다.
미술을 전공하는 사람들에게는 작품을 감상하는 것이 그리 어렵지 않겠지만, 일반 사람들은 평소 특별한 기회가 아니라면 그림을 정성들여 감상할 시간을 얻는 것이 쉽지 않다. 더욱이 그림을 보더라도, 미술사에서 거론될 정도의 유명한 화가나 작품들이 주로 관람 대상이 될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을 통해 나에게는 새로운 화가들과 작품들을 알 수 있었던 기회였다고 하겠다. 특히 저자의 설명을 들으면서, 화가의 삶이 어떤 형식으로든 작품 속에 반영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차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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