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여행 마지막 날이다. 첫 날 빨아서 소파에 널어놓은 빨래가 이제야 겨우 뽀송하다. 객실 베란다 문을 열었다. 비는 그치고 상쾌한 바람이 분다. 잿빛 구름 사이로 언뜻언뜻 파스텔톤 비취빛 하늘도 보인다. 실낱같은 황금빛 햇살도 조금씩 퍼지고 있다. 느긋하게 아침을 먹고 8시 50분에 호텔을 떠났다. 王朝大酒店(Sunworld Dynasity Hotel)에서 세 밤을 보냈다. 정구종심精苟縱心! 추사 선생이 "정을 주면 이 세상에 예쁘지 않은 풀이 없다."고 했다. 떠날려니 아쉬운 정이 밀려온다.
시내 면세점에서 내렸다. 면세점 규모도 중국 본토 규모처럼 넓디넓다. 잘못 들어가면 길을 잃어버릴 것 같다. 대부분이 가격이 아주 비싼 명품 화장품, 술, 가방, 의류이다.
우리는 가이드가 추천한 알코올 도수 58도 ‘금문고량주’를 사고, 영천에서 오신 선생님이 추천한 ‘록시탄 핸드크림’을 샀다. 대만 물가가 우리나라와 비슷해서 저렴한 가격으로 물건을 살 수 없다. 아기자기하면서도 저렴한 토산품을 사고 싶었지만 못 사서 그 또한 아쉽다.
마지막 여행지인 <중정기념관>에서 내렸다.
장중정은 장개석의 본명이다. 국부인 손문선생의 유지를 받들어 공산당을 물리치기 위한 동정東征과 군벌을 물리치기 위한 북벌 및 8년간의 항일전쟁을 거쳐 중화민국의 현대화를 위해 평생을 바친 장개석을 기념하기 위한 건물이다. 1975년 장개석이 사망하자 온 국민들이 슬픔에 잠겨서 깊은 경의와 영원한 그리움을 전하고자 시민 기부금과 정부의 공동출자로 1976년에 완공되었다. ‘대충문’으로 들어서니 일본의 오사카성 같은 엄청난 규모의 기념관이 우리를 압도한다. 대만 영토는 우리나라 경상도와 전라도를 합친 것과 같고 인구는 2,300만이지만 사고는 여전히 중국 본토에 닿아있음을 알겠다. 기념관 안에는 장개석의 사진과 각종 유물이 빼곡히 전시되어있다. 가장 높은 3층에는 장개석동상이 우람하게 서있다. 동상 앞으로는 멀리 총통부 건물이 보이고, 예쁘게 꾸민 정원에는 푸른 잔디와 붉은 꽃들로 장식되었다. 기념관을 꼭짓점으로 해서 정삼각형 되는 곳에 음악장과 국립극장이 있다. 그리고 정문인 ‘패루’가 있다. 패루는 5칸 6주 11붕의 거대한 건물이다. 장개석이 중국 본토에서 국공내전으로 대만으로 건너올 때, 세 가지 중요한 것, 국보급 유물과 300만 냥의 황금과 우수한 인재를 데리고 왔다. 이것이 그 후 대만 경제 발전의 큰 기폭제가 되었다. 그것이 장개석의 여러 가지 결점에도 불구하고 국민들이 장개석을 사랑할 수밖에 없는 이유인 것 같다.
1시 50분 비행기를 타기 위해 공항으로 이동했다.
유화진 가이드는 짐을 부치고 출국장까지 따라와서 우리와 작별인사를 했다.
해외여행이 잦아지면서 가이드도 많이 만났지만 여화진 가이드 같은 사람은 처음이다. 해박한 지식에 친절함과 성실함, 따뜻함과 유머까지 갖춘 사람이다. 시간이 늦어서 화를 낼만 한 상황에도 여유를 잃지 않았고, 어떤 개인적인 질문이건 자상하게 설명해주었다. 부탁한 일에 대해서는 봉사를 주저하지 않았다. 가이드 직업이 힘은 들고 박봉이라서 추천하고 싶지 않다고 하니 콧날이 찡하다. 그분의 앞날에 큰 복이 있기를 빈다.
첫댓글 대만은 우리와 비슷한 한이 있는 나라라서 연민의 정이 갑니다.양국이 사이 좋게 발전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