꿀차
구례터미널에서 혼자 타고 온
군내버스에서 내려
피아골 계곡식당 문을 살짝 열고
계세요? 했더니
주인 할머니가 안에서 나오시는데
눈빛이 선하고 맑으시다
간판에 꿀차라고 적혀 있던데요
핸드폰 충전하는 동안
꿀차 한 잔 마실 수 있겠어요? 여쭈었더니
따순물로 타드릴까요? 하고 물으셨다
예, 따순물로 타주세요, 하고서는
배낭을 내려놓고 기다리는데
잠시 후 유리컵에 꿀차를 타서 내오셨다
차가 따숩고 꿀맛이었다
찻값을 미리 지불해드리고
핸드폰이 충전되는 동안
직전마을 주민이라도 된 듯
뒷짐을 짓고 식당 앞을 어슬렁거리는데
여자애 둘이 고무호스를 들고
물장난을 치고 있었다
물을 흠뻑 뒤집어쓰고도
장난질을 그치지 않았다
초가을 햇살이 따사로운
아침의 일이었다
첫댓글 오늘처럼 바람이 서늘한 날엔 따순차가 제격이죠.^^ 시 읽으며 저도 피아골계곡 식당에 동행한듯 시인님의 여행이 눈에 선해옵니다. 예쁘게핀 꽃이 가을가을하네요.
군산 지인님들과 따순 차 한 잔 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