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장불광산 장안사
동해선 철길 따라 바다를 건너뛰어
천년고찰 장안사로 말머리를 돌려보면
척판(擲板)의 그 임 모습이 하늘 끝에 걸려 있다.
조두(鳥頭)의 명당이던 서기를 안에 모아
계곡은 방이 되어 두 물머리 들여 놓고
임 말씀 법구경(法句經) 새겨 향이 되어 번져온다.
오솔길 가풀막에 가지런히 내건 잎들
정화수 머금어서 천 년 시름 잠재우고
찾아온 객을 불러서 먼지를 떨어낸다.
* 척판의 임 ; 척판암(擲板庵)에서 중국 종남산 태화사(운제사)의 대중을 구한 원효대사
매실 따기
넘치는 초록물결 덧대어 넣는 그림
뻐꾸기 앞뒤 산에 널려 펴서 우는 유월
별 달린 나뭇가지에 손을 올려 봅니다.
도처에 감겨들어 사슬 되는 칡넝쿨로
후두둑 익은 놈은 제 알아 떨어지고
아직은 못생긴 얼굴 푸른 낟알 비늘 떤다
곁자리 매운 향이 부스스 잠을 깬다.
마침내 터져 오는 세월의 무게 더해
숨겨서 결을 삭이는 그 근심을 발라내고
창녕남지개비리길
세월의 꼬리 끝에 이어오는 빛을 본다
구불구불 흐르다가 경계의 창을 열어
화사한 길의 가운데 울어 잣던 나루터
전장의 기억으로 되비진 얘기들이
임진년 의병들에 한국전 무늬 얹어
풀어낸 실밥의 무게 쓸어안던 그 무게
마분산(馬墳山) 돌아들어 원점 회귀 길을 열고
명품의 이름으로 두 물머리 내다보는
기음(岐音)의 갈라진 강가 들려오는 승전보
창 나루 문을 열어 헤아려 앞을 보며
죽림 성터 빈자리에 보채는 하늘 아래
영아지 쉼터를 놓아 명주실을 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