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레빗으로 빗는 하루 5256]
[우리문화신문=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속은 좁아도 맛은 일품인 ‘밴댕이’ 우리는 흔히 속이 좁고 옹졸한 사람을 보고 “밴댕이 소갈머리(소갈딱지) 같다”라거나 “속이 밴댕이 콧구멍 같다”라며 혀를 차곤 합니다. 사소한 말에도 쉽게 토라지고, 너그럽지 못하며, 자기주장만 고집하는 사람을 이 작은 생선에 견주는 것입니다. 밴댕이는 다 자라도 몸길이가 10~15cm 정도밖에 안 되는 청어과의 작은 물고기로 다른 생선과 달리 내장이 매우 작아 없는 듯 보이기 때문에 ‘속이 좁다’라는 비아냥을 듣습니다. 게다가 성질이 급해 그물이나 낚시에 걸리면 스트레스를 견디지 못해 물 위로 올라오자마자 몸을 비틀고 파르르 떨다가 금방 죽어버리는 특성 때문에 옹졸함의 대명사가 되었습니다.
▲ 속은 좁지만 맛은 일품인 ‘밴댕이’(해양수산부 제공)
성격에 대한 오명과 달리, 맛과 영양은 으뜸입니다. 특히 7월 중순의 산란기를 앞둔 5월부터 7월 초까지는 살이 통통하게 오르고 기름기가 돌아 고소함이 극에 달하는데, 그 맛이 고급 어종인 농어나 도미와 견줘도 손색이 없습니다. 또 영양상으로도 매우 훌륭한데 칼슘과 철분이 풍부하여 골다공증 예방에 효과적이며, 불포화지방산이 다량 함유되어 있어 성인병 예방과 피부 미용에도 탁월한 효능을 보입니다.
뛰어난 맛 덕분에 밴댕이는 역사적으로도 귀한 대접을 받았습니다. 조선시대 정조는 자신이 아끼던 실학자들에게 밴댕이를 하사품으로 내렸으며, 이덕무의 《청장관전서》에 그 기록이 남아 있습니다. 또한 충무공 이순신은 전장에서 멀리 떨어져 지내던 어머니께 직접 효도할 수 없게 되자, 마음을 담아 밴댕이를 선물로 보내드렸습니다. 그뿐만이 아니라 조선시대 궁궐 음식을 담당하던 사옹원(司饔院)에는 밴댕이를 전담하여 관리하는 ‘소어소(蘇魚所)’를 따로 둘 정도였습니다. 밴댕이는 겉모습과 성질 때문에 ‘속 좁은 생선’이라 불리지만, 오랜 세월 우리 선조들의 입맛을 사로잡아 온 반전 매력의 으뜸 식재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