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사왓티에 보석세공인과 아내가 살고 있었다.
띳사 장로는 이 보석세공인 집에서만 12년 동안 매일 탁발을 해 갔다.
어느 날 집 주인이 고기를 다루고 있던 차에 꼬살라 국왕 빠세나디로부터 심부름꾼이 왔다.
왕은 그에게 루비 하나를 보내면서 즉시 광택을 내어 되돌려 보내라고 지시했던 것이다.
그래서 그는 보석을 받아 책상 위에 놓고는, 고기를 다루느라고 피가 묻은 손을 씻으러 잠시 자리를 떠났다.
그런데 그 사이에 그가 키우던 거위가 피 묻은 루비를 고기로 잘못 알고 삼켜 버렸다.
바로 그때 그 집에 탁발을 나와 있던 아라한 비구가 그 장면을 보았다.
주인 남자는 손을 씻고 돌아와 루비를 찾았으나 보이지 않으므로 아내와 아들에게 물어보았다.
그러나 아무도 루비의 행방을 모르므로 옆에 서 있는 띳사 장로에게도 물어보았다.
그러자 장로는 모른다고는 대답하지 않고, 자기는 그 루비를 가지지 않았다고만 대답했다.
그러나 주인은, 집안에는 자기와 아내, 그리고 아들 하나와 장로가 있었을 뿐이었다면서 장로의 대답을 믿으려 하지 않았다.
그래서 그는 아내에게 그 루비는 국왕의 것이어서 없어진 이유가 분명하게 밝혀지지 않으면 자기는 극형을 면치 못하게 될 것이니,
고문을 해서라도 저 비구에게 자백을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자 그의 아내는 깜짝 놀라며 남편을 말렸다.
"띳사 장로께서는 지난 12년 동안 우리를 착한 사람이 되도록 지도해 주신 분입니다.
그리고 우리는 저분의 가르침을 따라 정직하게 살아왔습니다. 또 장로께서는
그동안 저희들에게 단 한 번도 나쁜 말을 하신 적이 없습니다.
그런데 이런 일로 장로를 의심하거나 비난해서는 안 됩니다.
이번 일 때문에 우리가 국왕으로부터 처벌을 받을지언정 어찌 성자께 죄를 덮어씌운단 말입니까?"
그러나 마음이 급한 남편은 아내의 충고를 받아들이지 않고 장로를 밧줄로 꽁꽁 묶고 작대기로 마구 두들겨 패며 자백을 강요했다.
마침내 장로는 코와 귀와 머리에서 피가 뚝뚝 흘렀다. 그러자 옆에 있던 거위가 다가와 그 피를 먹으려고 했다.
이에 잔뜩 화가 나 있던 주인은 거위를 발로 걷어차 버렸는데, 그 바람에 거위는 즉사하고 말았다. 그때 장로가 말했다.
“그 거위가 죽었는지 살았는지 확인해 주시오.”
주인은 소리쳤다. “당신도 이 거위 같이 될 걸 뭐가 걱정이오?”
장로는 거위가 아주 죽어 버린 것을 확인한 뒤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신도여, 루비는 저 거위가 삼켰다오.”
이에 남자는 반신반의하면서 칼로 거위의 배를 갈라 보았는데, 과연 그 뱃속에 루비가 들어 있었다.
남자는 자기가 장로에게 한 행동이 얼마나 큰 잘못이었는지를 깨닫고는 두려움에 온몸을 부들부들 떨며 엎으려 용서를 빌었다.
그러나 장로는 아무 대답 없이 다만 처음의 자리에 돌아가 탁발하는 자세로 서 있을 뿐이었다.
마침내 장로는 흐느끼는 주인 남자에게 이렇게 한마디 하였다.
"신도여, 이것은 그대의 잘못도 아니오. 이번 일은 당신과 내가 과거생에 지어 놓았던 행위의 결과일 뿐이오.
우리는 생사윤회 속에서 이런 빚 갚음을 수도 없이 주고받는다오. 나는 조금도 당신을 원망하고 있지 않소."
장로는 이렇게 덧붙였다. "이번 일이 있게 된 것은 내가 당신 집 안에 들어가 있었기 때문이었소.
그러므로 나는 이후로는 다시는 어떤 집 안에도 들어가지 않겠소. 다만 문밖에 서 있기만 할 것이오."
그런데 이 장로는 심하게 맞은 후유증으로 얼마 지나지 않아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그런 일이 있은 지 얼마간 세월이 흘렀을 때 비구들이 부처님께 여쭈었다.
"이 사건에 관련된 사람들은 죽어서 어디에 태어났습니까?“
그러자 부처님께서는 대답하시었다.
“거위는 죽어서 그 집의 아들로 태어났으며, 얼마 후에 죽은 남자는 지옥에 태어났느니라.
그리고 아내는 죽어서 천상에 태어났고, 띳사는 아라한이었기 때문에 반열반에 들었느니라.”
이어서 부처님께서는 게송을 읊으셨다.
어떤 자는 모태에 들고
악한 자는 지옥에 태어나며
선한 이는 천상에 태어나고
번뇌가 없는 아라한은 반열반에 든다네.
Some are born in the womb;
the wicked are born in hell;
the devout go to heaven;
the stainless pass into Nibbana. <법구경 126번 게송>
---- * ----
아라한을 영어로 저렇게 번역하기도 하는군요.. 스테인레스.. 스뎅? ㅎㅎ (때가 끼지 않는, 얼룩지지 않는, 흠이 없는)
그건 그렇고.. <1>처음에 띳사장로는 왜 거위가 먹었다는 말을 안 했을까요?
그 말을 하면 주인이 거위를 죽일 게 뻔하고..
그러면 불살생계를 어기는 것이 되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2>그 남자의 잘못이 아니라면 그 남자의 업이 아닌가?
장로가 아라한으로서 수용했으므로 상대방과 관련된 업은 없게 되었으나
자신의 마음과 관련된 악업은 존재 (사참은 필요 없게 되었으나 이참은 필요)
<3>그 남자는 12년 동안 쌓은 선업 공덕이 이번 사건으로 완전 소멸되었나? 아니다. 두 가지는 통장이 각기 다르다.
그 선업 공덕(흰 늑대)은 그대로 남아 있고, 이번 악업(검은 늑대)은 악업 대로 남아 있다.
어느 늑대가 먼저 힘을 발휘할 지는 내가 먹이를 주는 늑대가 이긴다. <원빈스님>
一念嗔心起 百萬障門開 (일념진심기 백만장문개)
"한순간 화를 내는 마음에서 백만 가지 장애의 문이 열린다." <화엄경>
"애써 닦고 기른 공덕림(功德林)을 진심의 불이 다 태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