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석남의 시로 가꾸는 정원] 수묵화 속에 들어앉아
수묵화 속에 들어앉아
박종해
강은 강끼리 어울려 웅얼웅얼 이야기하며 질펀하게 흘러가는데 소나무, 잣나무는 저희들끼리 손을 잡고 무덤덤하게 서 있다. 새는 새끼리 허공에 길을 내며 날아 오르고 나는 나 혼자 강 언덕에 앉아 있다. 붓 한 자루 들고 재 넘어가는 구름을 붙들어 놓고 바다로 흘러가는 강물도 붙들어 놓고 나는 고요의 그물을 둘러친다. 조바심내지 않고 넉넉하게 시간의 뒷덜미를 잡아서 소나무 가지에 묶어둔다. 모든 갈등들이 고요 속에 빨려들어 소나무 널따란 오지랖이 느긋해진다.
-박종해(1942~)
둘러보면 나를 둘러싼 풍경이 깨끗한 거울이 되어 나를 향해 다가올 때가 있습니다. 내 모습마저도 깨끗한 형상으로 그 안에 오롯이 돋을새김되어 기억속으로 옮아갈 때가 있습니다. 사람 만나는 일만이 사는 일의 중요한 부분 같지만 착각입니다. 강물, 소나무, 새들, 허공, 구름과 만나는 일이 더 큰 공부일 수 있습니다.
'붓 한 자루'로 그 지혜의 문장들, 그러니까 '재 넘어가는 구름' '바다로 가는 강물'들을 '수묵'으로 그립니다. 거기 진실한 응시, '고요'가 있으면 됩니다. 사느라고 겪었던 '모든 갈등들'을 고요 위헤 비춰 봅니다. 별거 아니었습니다. 지금 우리나라 모든 강물이 풀려서 '어울려 웅얼웅얼 이야기 하며' 가고 있듯이 별거 아니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