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류발전>
바닷물의 일정한 흐름을 해류라고 한다. 통에 담겨 있는 물은 외부에서 힘을 가하지 않아도 열에너지를 흡수하면 대류가 일어난다. 바다라는 거대한 물통에 담겨 있는 바닷물도 매일 태양의 열에너지를 받는다. 적도 부근의 해수는 더 많은 열을 받아 온도가 높고, 고위도 지역으로 갈수록 적은 열을 받아 수온이 낮다. 크게 보면 온도가 낮은 남극과 북극의 표층수는 가라앉고 적도부근의 고온의 표층수가 극지방으로 흘러가는 흐름이 생긴다.
그런데 표층수의 흐름에는 바람도 한몫을 한다. 적도 부근의 무역풍, 중위도의 편서풍과 같이 지속적으로 부는 바람이 표층수의 흐름에 영향을 미친다. 또한 지구의 자전에 의해 생기는 코리올리 효과에 의해 유체의 흐름이 휘게 되는데, 북반구에서는 오른쪽으로 남반구에서는 왼쪽으로 휜다. 이렇게 해서 북태평양의 해류는 적도를 따라 서쪽으로 흘러 동아시아 대륙과 일본열도를 따라 북동쪽으로 이동하고 북아메리카 서안을 따라 적도 쪽으로 내려오는 환류를 형성한다. 남태평양은 시계 반대 방향으로 도는 환류가 나타난다.
(그림 3-16) 해류 출처: 실감나는바다세상, ‘바다의 운동’

한편 달과 태양의 인력에 의해 일어나는 조석도 해수의 흐름에 영향을 끼친다. 하루에 두 차례씩 밀물과 썰물에 의해 바닷물의 흐름이 바뀌어 나타나는 현상을 조류라고 한다. 연안의 바닷물은 지형의 특성과 함께 해류와 조류의 혼합에 의해 주기성을 갖는 일정한 흐름을 형성한다.
조류발전은 이런 해수의 흐름을 로터나 터빈을 이용해 회전력으로 바꾸어 전력을 생산하는 것이다. 현재는 조류속이 초속 2m 이상이면 경제성이 있는 것으로 판단한다. 우리나라의 서해안은 조류속이 높으므로 이를 이용한 조류발전에 적합한 지역이다. 지형적인 특징으로 해류속이 높은 남해안의 경우는 해류발전이라고 부르는 것이 맞겠지만, 연안의 경우 조류와 복합적으로 발생하는데다 발전원리가 같고 설비가 유사하므로 통상 조류발전이라고 한다.
조류발전은 물의 흐름을 이용하므로 수력발전의 경험과 기술도 반영되지만, 유체의 흐름을 이용하므로 설비에서는 풍력발전과 유사한 면이 많다. 그런데 물의 흐름은 공기의 흐름보다 에너지 밀도가 훨씬 크므로 로터의 날개가 작아도 된다. 즉, 조류발전 설비는 작은 풍력발전 설비가 유속이 빠른 물속에 들어가 있다고 보면 된다.
조류발전과 다음에 논의할 파력발전에 가장 적극적인 나라는 사방이 바다인 섬나라 영국이다. 1990년대 초부터 조류발전 연구를 활발히 해온 영국은 2000년대 들어 본격적으로 실해역에 시험발전소를 설치하는 단계에 들어섰다. 이 분야 선두업체인 MCT(Marine Current Turbines)사는 2003년 영국 남서부의 린마우스 지역 포랜드 포인트 해양에 300kW급 시험발전 시스템을 설치하는 시플로우 계획과 2008년 북아일랜드의 스트랭포드 해협에 600kW 로터 2개를 설치하는 시젠 계획을 성공적으로 완수하였다. MCT사의 조류발전기는 두 개의 날개를 갖는 수평축 형식으로 고정식 모노파일에 의해 로터를 수면 위로 이동시킬 수 있다. MCT사는 이를 바탕으로 영국 내 확대 설치는 물로 알제리 웰시 섬과 캐나다 동부의 노바스코티아 지역에 조류발전 단지를 건설하는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영국의 EB사는 2002년 가오리 터빈 형태의 조류발전 실험에 성공하였다. 마치 가오리가 지느러미를 상하로 움직여 추진력을 얻는 것과 같이 페달의 상하운동을 이용하는 방식이다. SMD하이드로비전사는 부유식 조류발전을 시도하였다. 계류체인으로 고정시킨 부유식 로터는 조류의 입사 방향 변화에 자체적으로 대응하여 발전 효율을 높일 수 있다. 또한 루나에너지사는 에너지 효율을 높이는 덕트형 조류발전장치를 개발하여 2007년 현장 실험을 마쳤는데, 2008년에는 1MW급 발전기를 전남 완도지역에 설치하기 위해 한국중부발전(주) 및 전라남도와 양해각서를 체결하기도 하였다.
캐나다의 블루에너지캐나다 사는 수직축 형태의 데이비스 터빈을 자체 개발하여 필리핀과 멕시코 등지에 시험 발전 설비를 수출하였다. 미국도 1995년 수직축 형태인 헬리컬 터빈을 개발하였고, 일본 역시 수직축 형태인 다리우스 터빈을 도입하여 기술을 축적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2000부터 2010년까지 한국해양연구원 주도로 ‘해양에너지 실용화 기술 개발’사업을 수행하여 기초조사를 마쳤다. 한국해양연구원은 2003년 미국 골로브사로부터 수직축 터빈인 헬리컬 수차의 기술을 제공받아 100kW급 시험설비를 전남 진도의 울돌목에 설치하였다. 헬리컬 수차의 국산화에 성공한 해양연구원은 2005년부터 울돌목에 1MW의 시험발전소를 건설하여 2009년 완공하였다. 에너지관리공단은 인하대 및 오션스페이스와 산학공동 연구를 통해 부유식 조류발전 시스템을 개발하고, 25kW의 시제품을 2008년 삼천포화력발전소와 하동발전소의 방수로에 설치하여 실험을 완료하였다.
(그림 3-17) 울돌목 조류발전소 출처: 에너지관리공단 신·재생에너지센터, ‘해양’

연구개발 사업이 성과를 내면서 인천시는 2009년 4월 (주)포스코건설, 인하대, 한국남동발전(주)과 조류발전단지 건립을 위한 공동개발사업 양해각서를 체결하였다. 이 사업은 조류가 강한 덕적도 인근에 총 사업비 8천억원을 들여 조류발전기 200기를 설치하여 총 발전용량 200MW의 조류발전단지를 목표로 하였다. 전라남도는 2008년 한국중부발전과 완도 횡간수도 인근에 1MW급 조류발전기 300대를 설치하려는 계획을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하였다.
그러나 의욕을 가지고 추진했던 조류발전 개발 계획은 2012년 들어 난관에 봉착했다. 2011년 동서발전(주)은 울돌목 조류발전소가 경제성이 없다는 이유로 시설의 인수를 거부하였다. 재생가능에너지에 의한 발전 지원 정책인 현재의 의무할당제(RPS)에서 조류발전에 대한 가중치가 주어지지 않아 손실을 보전할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조류발전소 건설 당시 일대에 청정에너지 테마공원을 건설하려던 진도군청은 조류발전소가 인근 경관을 해친다는 이유를 들어 철거를 요구하기도 하였다. 세계적으로 앞선 기술임에도 불구하고 현재의 경제성을 이유로 기술이 사장될 위기에 처한 것이다. 운영비가 없어 설비를 철거하려던 해양연구원은 실험 자료 수집을 위해 일단은 조류발전설비를 유지하기로 하였다.
경상남도와 한국남동발전, 오션스페이스 등이 2006년부터 추진한 대방수도 조류발전소 건립계획은 주민들의 반발로 무산되었다. 부유식 조류발전 설비를 개발하여 삼천포화력발전소 방수로에서 시험을 마친 이들은 대방수도에 100kW급의 실해역 시험을 거쳐 500kW급의 본격 조류발전소를 건립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2008년 말부터 세 차례의 주민 공청회를 개최하여 사업 설명을 하고 어민들의 의견을 청취한 결과 어장의 피해에 대한 우려와 설치 지역이 주요 항로라는 인근 조선소의 반발에 부딪혀 2009년 말에 계획을 취소하였다. 오션스페이스와 남동발전은 추후 여수 등 다른 설치 장소를 물색하였으나 아직까지 건설계획이 표류하고 있다.
조류발전의 실해역 설치 운영에 성공한 나라는 영국과 우리나라뿐이다. 1980년대 초반 덴마크의 베리타스사가 제작한 풍력발전은 화석 연료에 의한 발전에 비해 발전 비용이 높았다. 당시 덴마크 정부의 풍력발전 계통연계와 지원 정책이 없었다면 오늘날 세계 시장을 지배하는 베리타스사는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덴마크의 풍력발전처럼 세계를 이끄는 기술이 될지, 훗날 영국의 기술과 장비를 들여오는 신세가 될지는 우리의 손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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