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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저자는 아나운서 출신의 방송인으로 잘 알려진 인물이다. 이전에도 저자의 책을 읽은 적이 있는데, 그 내용과 문체에서 매사 당차고 자신감 넘치는 힘이 느껴졌다. 남들이 부러워하던 아나운서라는 직업을 그만두고 대학 시절 자신의 전공을 찾아 훌쩍 스페인으로 유학을 떠나고, 그곳에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서 공부하는 내용이었다. 그처럼 당당해 보이던 저자가 어느 날 문득 ‘마음이 불행하다’는 생각이 들어, 그러한 상황을 극복해나가는 과정을 그린 책을 출간했다. 이 책을 읽는 동안 과거 나의 경험이 겹쳐지면서 크게 공감할 수 있었다.
책의 서문에 해당하는 프롤로그의 제목은 ‘이제, 열심히 살지 않기로 했다’라고 선언하고, 저자 자신의 생각을 풀어내면서 글을 써나가기 시작했다. 저자는 어린 시절부터 모든 일에 계획을 세우고 그것을 실행에 옮기는 습관이 자리를 잡고 있다고 소개하고 있다. 학교를 졸업하고 사회 생활을 시작하면서도 지속된 이러한 습관이 지금의 당당한 저자의 모습을 만들어나가는 원동력이 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저자는 ‘어느 날, 마음이 불행하다고 말’하는 소리를 듣게 되었다고 고백한다. 그리고 그것이 저자 앞에 나타난 ‘일종의 신호’라는 것을 자각했으며, 구체적으로 너무도 열심히 살아 더 이상의 삶에 대해 어떠한 노력도 할 수 없는 '번아웃 증후군'이었던 것이다. 그러한 과정을 겪으면서, 독자들에게 ‘열심히 살고 있는데 행복하지 않다면, 지금 가고 있는 길이 맞는지 확신이 없다면’ 저자의 경험을 접하면서 극복할 수 있는 힘을 얻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이 책을 썼다고 한다.
내용으로 보아 태국에서 체류 중 저자에게 갑자기 찾아온 ‘번아웃 증후군’의 자각, 그리고 인도 출신의 명상가에게 자신의 상황과 심정을 털어놓은 후 떠난 ‘자유로운 영혼’을 회복하기 위한 여행의 과정이 소개되어 있다. 그리고 남미의 쿠바에서 춤을 배우고, 코스타리카의 히피마을에서의 생활하는 모습, 그리고 새로운 언어를 배우기 위한 이탈리아에서의 한 달 살기 체험 등을 거치며 다시 태국의 조언자를 찾아가 그동안의 자신의 변화된 모습을 확인하는 과정을 그려내고 있다. 그 과정에서 자신이 겪었던 다양한 사건들과 에피소드들을 소개하면서, 그야말로 ‘번아웃’되었던 자신의 몸과 마음을 다시 회복하는 과정이 인상적으로 그려지고 있었다. 물론 그것을 성공적으로 극복했기에, 저자는 자신의 경험을 독자들에게 들려주고자 했을 것이다.
이 책을 읽는 동안,나 역시 내 자신이 겪었던 비슷한 과정을 떠올렸다. 전혀 다른 사회생활은 하지 못하고 대학원에 진학하여 공부만 하던 시절, 논문을 쓴다는 분명한 목표가 존재했었다. 그리고 학회에서의 발표와 그 결과로 학회지에 수록되었던 논문들을 확인하는 것은 개인적인 성취를 구체적으로 확인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대학에서 학생을 가르치는 일을 할 수 있게 되고, 그 생활이 안정적으로 여겨지던 순간 나에게도 ‘번아웃 증후군’이 찾아왔던 것 같다. 당시에는 그러한 증상이 있는지도 몰랐지만, 지금 되돌아보면 그 당시의 내 상황이 바로 ‘번아웃 증후군’에 해당했다고 기억된다.
더 이상 글을 쓰고 책을 읽는 것도 고통스럽게 느껴지던 시절, 나 역시 모든 일에 열정이 느껴지지 않고 힘들기만 하던 시간을 견뎌내며 그저 하루하루의 일상을 흘려보내기만 했었다. 다행히도 그 즈음 지금 재직하고 있는 학교로 직장을 옮기고, 처음으로 방문학자로 캐나다 밴쿠버에서 1년 동안 지낼 기회가 주어졌다. 주어진 연구 주제가 있었지만 돌아와서 수행하기로 결심하고, 나는 가족들과 주위 사람들에게 1년 동안은 아무런 계획없이 재충전할 시간으로 활용하겠다고 선언을 했다. 캐나다에서 그 흔한 영어공부도 하지 않고, 걷기와 자전거 타기 그리고 로키와 밴쿠버 주위를 여행하면서 1년을 마냥 쉬면서 휴식하는 시간으로 삼았다. 그곳에 있는 1년 동안 개인적으로 개설한 블로그와 메일을 통해서 나의 생활을 보여줄 뿐, 일체의 외부로부터의 요구와 사회적 관계들을 정지시키고 그저 쉴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밴쿠버에 도착한 이래 그곳을 떠날 때까지 끝내 16시간의 시차를 극복하지 못했지만, 오히려 그로 인해서 저녁에 일찍 자고 새벽에 일어나는 습관이 들어 독서와 자전거타기 등으로 소일했다. 틈틈이 가족들과 함께 밴쿠버 주위를 여행하면서 몸과 마음에 휴식을 취한 결과, 귀국하면서 훨씬 더 활기를 찾을 수 있었다. 그러한 과정을 거치면서 무리한 목표를 세우지 말고, 내가 할 수 있는 일에 최선을 다하고 즐겁게 살자는 생각을 가지게 된 것이다. 남들에게 보여지는 내 모습에 신경쓰지 않고,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를 끼치지 않는다면 하고 싶고 즐거운 일들을 즐기면서 살려고 노력하고 있다. 어쩌면 남들과 달리 좋은 기회를 얻을 수 있었기에, 그 과정을 통해서 어려운 상황을 극복할 수 있는 행운이 나에게 깃들었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그 시간들이 나의 삶의 방향을 결정짓는 가장 중요한 순간이었다고 여겨진다.
아마도 남들에게 철저한 '계획녀'로 인식되었던 저자 역시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삶을 살면서 어느 날 문득 찾아온 것이 바로 '번아웃 증후군'이었을 것이다. 다행히도 누군가의 조언을 통해 '몸'과 '마음'을 쉴 수 있는 시간을 가졌으며, 그리고 '정신'의 강박에서 벗어나기 위한 노력을 했다고 한다. 마침내 그것을 극복한 후, '마음이 불행하다'는 상태에서 벗어난 것을 저자는 이 책을 통해 독자들에게 알리고 있는 것이다. '정신'의 강박에서 벗어나, '몸'과 '마음'을 자유롭게 하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은 아니지만 우리의 삶을 더욱 풍요롭게 할 수 있는 지름길이다. ‘욕망의 덩어리’가 될 수도 있는 ‘정신’의 무한질주를 다잡으면서, 진정 자신이 즐겁고 행복한 일을 찾아 ‘몸’과 ‘마음’을 놓아두는 것이 바로 저자가 독자들에게 들려주고자 하는 내용의 핵심일 것이다.(차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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