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창작강의 - (212) 사물의 감각화 - ② 물의 이미지와 시적 변용 5-1/ 시인 송수권
사물의 감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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② 물의 이미지와 시적 변용 5-1
㉮ 물은 생명의 기원이다
물은 생명의 근원이며 만물의 기원이다.
이는 탈레스의 말이지만 동양에서 물은 일찍이 노자의 《도덕경》이나 장자, 공자 등의 도(道)에 합치되어
최고의 인간상이나 지고지순한 삶의 진리를 표현하는 메타포로 가장 널리 사용되어 왔다.
노자의 《도덕경》 중 8장은 물에 관한 장인데, ‘가장 좋은 것은 물과 같다(上善若水)’라는 첫 구절로 시작된다.
그 전문을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가장 좋은 것은 물과 같다. 물은 만물을 이롭게 하면서도 다투지 않는다.
뭇 사람들이 싫어하는 낮은 곳에 처하기를 좋아한다. 그러므로 도에 가깝다.
살 때는 낮은 땅에 처하기를 잘하고, 벗을 사귈 때는 어질고, 말할 때는 믿음직하기 이를 데 없다.
다스릴 때는 질서 있게 하기를 잘한다.
일할 때는 능력 있기를 잘하고 움직일 때는 바른 때를 타기를 잘한다.
대저 오로지 다투지 아니하니 허물이 없다.
“가장 좋은 것은 물과 같다”라는 말은 물은, 즉 자연과 지구와 하늘의 ‘에코체인(eco-chain)’이라는 뜻이다.
물 한 접시가 태산에서 넘칠 때 이를 남상(濫觴)이라 한다.
이 남상은 개천을 이루고 강물을 이루고 바다에 들어 온갖 것을 다 받아내면서도 스스로 맑아지고 조용해진다.
자연의 원리로 보면 자정(自淨)이고, 사람의 원리로 보면 군자(君子)의 삶이다.
군자의 삶은 항상 물처럼 공평무사하게 수평을 이루는 것을 최고의 덕목으로 삼는다.
‘상선약수(上善若水)’란 말처럼 좋은 삶, 최고의 선(善)은 물이 흐르는 것과 같다.
물에서 삶의 질서르 배우는 깨달음이야말로 ‘발견적 의미’이며 또한 ‘의미 부여’이다.
이것이 물의 이미지며 시적 변용이다.
물의 이미지를 변용시키기 위하여 노자의 《도덕경》에 나오는
물에 관한 전체적 통찰력(total-view)을 확보해보도록 하자.
노자가 삶의 원리(道)를 말할 때 우리 가슴에 가장 쉽게 와 닿는 이미지가 곧 물(水)이다.
㉯ 물을 보는 10가지 관점
㉠ 물은 자신을 낮춤으로써 올라가지 않는 곳이 없고 내려가지 않는 곳이 없다. 즉 무소불위(無所不爲)란 능력을 지닌다.
㉡ 물은 다투지 않는다.(不爭) 암석을 만나면 자신을 낮춤으로써 암석과 다투지 않고 암석의 자리를 차지하려 하지 않는다.(居善地)
㉢ 물은 만물을 이롭게 하지 않는 것이 없다. 물은 그 자체가 생명이다.
㉣ 물은 언제나 수평을 이루는 것으로 본성을 삼는다. 노자는 칼 막스처럼 계급평등을 말하지 않았다.
㉤ 물은 언제나 때가 오면 움직인다. 즉 여름에 넘치면 홍수가 나고 겨울에 눈이 되어 세상을 덮는다.
㉥ 물은 모가 나지 않아 무형, 무색, 무취다. 즉 컵에 담기면 컵의 모양이 되고, 사발에 담기면 사발의 모양이 된다.
㉦ 물은 만물을 비쳐내는 거울과 같다.
㉧ 물은 물을 제어한다.
㉨ 물은 대지를 적셔 풍요한 생산을 낳는다.
㉩ 물이 여성적 꿈꾸기의 세계(아니마)를 이룬다면 남성적 이미지(아니무스)로 곧잘 나타난다.(프로메티우스와 디오니소스)
편의상 물을 보는 관점을 10가지로 요약했지만 물은 ‘시간을 낳고 공간을 낳는다.’는
우주 생성의 원리가 노자의 또 다른 죽간본에 있다 하여 논란이 되고 있기도 하다.
노자의 물은 서구의 불과 정면 대치되는 이미지로서의 성격을 지닌 듯하다.
성경의 메타포인 ‘떨기불’, ‘불기둥’, ‘심판의 불’ ‘지옥의 불’ ‘성령으로서의 불세례’ 등과는 달리
부쟁(不爭)의 태도를 취하고 있다.
기타 고전에 나오는 ‘물’애 관한 인상 깊은 이미지들을 나열해보면 다음과 같다.
물은 형상이 없다.(水無常形) 병사를 다루는 데도 이와 같이 하면 위태함을 면할 수 있다.(兵形象水, 戰似不殆) (물의 유연성)
―《손자병법》
물이 고요할 때는 사람의 수염과 눈썹을 또렷하게 비춘다. 성인의 마음이 맑으면 그것은 하늘과 땅의 거울(鏡)이 되고, 만물의 거울이 된다. 비어 있고(虛), 고요하며(靜), 무미건조(乾), 담담하며, 조용하고, 특색이 없으며, 아무것도 하지 않는(無爲) 것은 표준으로 행동하는 하늘과 땅의 척도이고, 도와 덕의 정점이다.
―《장자(莊子)》
물은 길을 따라 흐른다. 지나가는 것이 다 이와 같구나. 밤낮으로 그 흐름이 약해지지 않는구나.
―《공자(孔子)》
요(堯)임금 때 세상이 물로 뒤덮였다(洪水)는 기록이 많다. 우(禹)를 책임으로 임명하였다. 우는 물의 도(道)를 이용한다. 홍수는 큰 물이다. 인자(仁者)는 이것을 싫어한다.
―《맹자(孟子)》
파편을 나르는 물, 강과 바다가 백 개의 계곡 물을 다스릴 수 있는 것은 낮은 위치에 강과 바다가 있기 때문이다. 자신을 낮추어(聖人) 겸손할 때 군왕의 도가 백성을 지배한다.
―《노자(老子)》
물과 불은 기(氣)가 있으나 생명은 없다.
풀과 나무는 생명은 있으나 인지능력이 없다.
조류와 짐승은 인식능력은 있으나 시비를 판단하는 표상능력이 없다.
사람은 활기, 생명, 인식능력 그리고 시비판단의 느낌을 모두 가지고 있다.
그러므로 세상에서 가장 귀하다.
< ‘상상력 개발을 위한 유형학습, 시창작 실기론(송수권, 문학사상, 2017)’에서 옮겨 적음. (2021. 3.23. 화룡이) >
[출처] 시창작강의 - (212) 사물의 감각화 - ② 물의 이미지와 시적 변용 5-1/ 시인 송수권|작성자 화룡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