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1회
詩와 연꽃의 만남 시화전
주최: 한국문인협회 부여지부, 사비문학회 후원: 부여군
전시기간 :2007.7.10. ~8.20. 장소 ; 서동공원(궁남지)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 연꽃의 10가지 특성
1.‘이제염오(離諸染汚)
진흙탕 물속에도 물들지 아니하고
깨끗한 마음으로 고고히 자라나서
한평생 이제염오로 겸손하게 벙 그는 너.
<연꽃사진>
연꽃은 진흙탕에서 자란다. 그러나 진흙에 물들지 않는다는 점이다. 주변의 부조리와 환경에 일체 물들지 않고 고고하게 자라서 아름답게 꽃피우는 연꽃같이 사는 분을 ‘연꽃의 이제염오(離諸染汚)의 특성’을 닮았다고 한다.
2.,불여악구(不與惡俱)
한 방울 물이라도 가지려 아니하고
지나간 흔적조차 가진 것 빈 손일뿐
봄부터 진선미 갖춰 불여악구 알린다 .
<연꽃사진>
연꽃잎 위에는 한 방울의 잡것도 머무르지 않는 특성이 있다. 물이 연잎에 닿으면 그대로 굴러 떨어질 뿐, 지나간 자리에 어떤 흔적도 남지 않는다. 이처럼 악과 거리가 멀고 또 그런 환경에서도 악에 물들지 않는 깨우침을 알린다.
3.계향충만(戒香充滿)
못 안을 채운 향기 자비로 보듬으니
웃음 띤 얼굴마다 꽃이 된 부처처럼
고결한 너의 마음이 중천에 뜬 달여라.
<연꽃사진>
연꽃이 피면 물속의 시궁창 냄새가 사라지고 한 송이의 연꽃은 진흙탕의 못을 향기로 채운다. 한 사람의 인간애 또한 우리 사회를 한결 정화하고 훈훈하게 만들기도 한다. 인격의 훈훈한 향기는 흐트러짐 없이 근신하며 사는 생활태도 및 폭넓은 관용과 자비심에서 나온다. 이런 연꽃처럼 사는 분을 ‘연꽃의 계향충만(戒香充滿)의 특성’을 닮았다고 한다.
4.본체청정(本體淸淨)
옹이진 아픔 잊고 늘 푸른 너이기에
단장한 맑은 얼굴 하늘 향해 열렸어라.
고결한 청정함이여, 그대이름 사랑이라.
<연꽃사진>
연꽃은 어떤 곳에 있어도 푸르고 맑은 줄기와 잎을 유지한다. 스스로 자체 정화하여 바닥에 오물이 즐비해도 거기에 뿌리를 내린 연꽃의 줄기와 잎은 청정함을 잃지 않는다. 이런 연꽃처럼 항상 청정하게 사는 분을 ‘연꽃의 본체청정(本體淸淨)의 특성’을 닮았다고 한다.
5.면상희이(面相喜怡)
시냇물 흘러가듯 둥글게 태어나서
구름이 산을 넘듯 온화한 마음으로
한평생 옆에 두고서 너를 보며 살련다.
<연꽃사진>
연꽃은 잎 모양이 둥글고 원만하여 보고 있으면 마음이 절로 온화해지고 즐거워진다. 사람도 항상 웃음을 띠고 말이 부드럽고 인자한 분은 옆에서 보기만 해도 보는 이의 마음이 화평해진다. 이렇게 사는 분을 ‘연꽃의 면상희이(面相喜怡)의 특성’을 닮았다고 한다.
6.유연불삽(柔軟不澁)
유연한 마음으로 태풍의 바람에도
꺾이지 아니하고 상처 없는 연잎은
올곧은 몸가짐으로 부드럽게 살라한다.
<연꽃사진>
연꽃의 줄기는 부드럽고 유연하다. 그래서 좀처럼 바람이나 충격에 부러지지 않는다. 이와 같이 생활이 유연하고 융통성이 있으면서도 자기를 올곧게 지키는 현인이 있다. 이런 연꽃처럼 사는 분을 ‘연꽃의 유연불삽(柔軟不澁)의 특성’을 닮았다고 한다.
7.견자개길(見者皆吉)
연꽃을 바라보니 웃음이 뒤 따르고
얼 켰던 옭매듭이 저절로 풀어지듯
부처님 만나 뵈듯이 세상일이 고와라.
<연꽃사진>
연꽃을 꿈에 보면 길하다고 한다. 더욱이 연꽃을 보거나 지니고 다니면 한층 좋은 일이 생긴다고 한다. 사람도 마찬가지다. 어떤 분은 꿈에만 보아도 그날이 즐거운 사람이 있다. 또 어떤 분을 만나는 날은 하루가 즐겁고 일이 척척 풀린다는 사람이 있다. 많은 사람에게 길한 일을 주고 사는 분을 ‘연꽃의 견자개길(見者皆吉)의 특성’을 닮은 사람이라고 한다.
8.계부구족(開敷具足)
꽃피워 웃음주고 향기로 위로하니
꽃피운 연봉마다 염주 알 가득 하듯
씨앗은 좋은 일 한만큼 본보기로 알린다.
<연꽃사진>
여덟째, 연꽃은 피면 필히 열매를 맺는다. 사람도 그러하다. 꽃피운 만큼의 선행(善行)은 반드시 그만큼의 결과를 거두는 법이다. 연꽃 열매처럼 좋은 결실(씨앗)을 맺으면서 사는 분을 ‘연꽃의 개부구족(開敷具足)의 특성’을 닮았다고 한다.
9. 생이유상(生已有想)
애당초 떡잎부터 고매한 기품으로
몸 낮춰 겸손하게 생색내지 않아도
잡초 속 돋보인 너를 마음깊이 반긴다.
<연꽃사진>
연꽃은 넓은 잎에 긴 대, 굳이 꽃이 피어야 연꽃인지 확인되는 것이 아니다. 어느 곳에서 누가 보아도 연꽃임이 구별되기 때문이다. 누가 보아도 존경스럽고 기품 있는 분이 있다. 고매한 인격자는 난세를 피해 은거해도, 스스로를 낮추어 겸양해도, 생색내지 않아도 마냥 돋보이기 마련이다. 이런 분을 ‘연꽃의 생이유상(生已有想)의 특성’을 닮았다고 한다.
10.성숙청정(成熟淸淨)
어렵게 자라나서 활짝 핀 너를 보니
어머니 품안 같아 맑아진 마음과 몸
꽃 중에 연꽃을 닮은 인품으로 살련다.
<연꽃사진>
연꽃은 만개(滿開)했을 때의 색깔이 곱기로 유명하다. 활짝 핀 연꽃을 보면 마음과 몸이 맑아지고 포근해짐을 느낀다. 사람 역시 연꽃처럼 활짝 핀 듯한 성숙감을 느낄 수 있는 인품의 소유자가 있다. 이런 고결한 분들과 대하면 은연중에 눈이 열리고 마음이 맑아진다. 이렇게 연꽃같이 사는 분을 ‘연꽃의 성숙청정(成熟淸淨)의 특성’을 닮았다고 한다.
서동요
선화공주(善花公主)님은
남 몰래 짝 맞추어 두고
서동(薯童) 방을
밤에 몰래 안고 가다.
<바탕: 서동요 시비사진>
< 문인협회 부여지부 편>
하늘 꽃이여!
정안길(문협 부여지부장)
세상 끝 맨바닥
물위에서
너부죽 잎을 피워
둥실둥실
떠도나니
무상(無上)의 성(性)이여
하늘 꽃이여!
소망의 하늘가에
빛 무리 져
종횡을 가늠하며
우아우아
함성치는
진공(眞空)의 성(性)이여
하늘 꽃이여!
피멍 든 물밑에
뿌리내려
급류를 싫어해서
송알송알
맺힌 슬픔
정적(靜寂)의 성(性)이여
하늘 꽃이여!
허무로 포개지는
늪의 노래
가슴 뚫린 구멍으로
소곤소곤
두 손 모아
기원(祈願)의 性이여!
하늘 꽃이여!!
아, 다시 태어나는
유월의 새
만겁 가슴에 꽂고
잠잠 함함
정물의 꿈
평화(平和)의 성(性)이여
하늘 꽃이여!
낮게 주저앉은
늪 속에서
한줌의 물을 줍고
꼬장꼬장
기립하는
회귀(回歸)의 성(性)이여
하늘 꽃이여!
1. 연(蓮)
강흥순
엄마야!
썩어 문드러진 땅이 흐르다 머문 곳
오욕(五慾)이 넘실대며
칠정(七情)이 부글대는 여기에 살자
누나야!
어둠 또한 빛이고 죽음까지 목숨인 곳
아픔조차 기쁨으로
슬픔마저 아름다운 이승을 살자
하지만 누나야!
넓게 펼친 옷자락에 이슬을 얹고
성신(聖身)을 보듬는 꽃으로 피어
마침내 엄마야!
삐죽이 솟은 빈 대궁에
사리를 머금고 죽어버리자
2. 연꽃
김영애
아마도 하늘에서
날아온 것임에 틀림없다.
맑고 고운 모습
흐트러지지 않는 자세
바람을 타고 앉아
먼 하늘을 바라본다.
이슬 받아 마시며
맑은 햇살에 눈을 씻고
언제나 두고 온
먼 나라를 생각한다.
아무리 허물 많은
세상에 살아도
티 하나 묻지 않은 사람,
이 세상사람 다 가고 나도
그 자리에
그렇게 남아 있을 사람.
3. 4월의 궁남지
우산( 牛山): 김응길
4월 하늘
회색빛 도화지
옛 그리움
올올 수놓고 파
들에 널린 새싹
쑥 향으로 그려 넣고
활활 타 오르는 꽃불은
붉은 피로 그려 넣고
훨훨 나비 되어
방긋거리는 꽃 찾아
맘껏 비상하리라
그렇게
나래 끝에 머문 그리움
잊혀진 추상화로
허공(虛空) 가득 가득
화려한 그림을 그린다.
4. 연화
김용현
나는 옳고
너는 글러
다툼이 얽힌 세상
아무리 고해래도
돌아서면 뭍인 것을
세파가
그리 거세도
법어로 핀 부처꽃
5. 연(蓮) 그곳에 그렇게 있었네
연당/ 박정철
연꽃 그녀를
사랑하기 위해서
우리는 서로
마주서야 했습니다
가장 친밀하고 아름다운
거리와 각도에서
서로의 눈길을 보내고
그녀는 미소 짓고
나는 기뻐
첫 포옹만큼이나
설레고
가슴 떨렸습니다.
순간의 셔터는
나의 존재의 의미였습니다.
6. 연 꽃
변영민
천만년
굽은 세월
새물에 갈아주듯
곱다랗게 자라나온
너의 심상 높고 높아
연분홍
살결마다
해오름 짙어진다.
7. 백련화(白蓮花)
서석순
푸른 들판 넓다란 잎새
살랑살랑 바람 속에
하얀 면사포
백제에 왕비님 납시어
포룡정에 향긋한 향기
백련화의 아름다운 그 모습
천연에 세월이 흐른들
그대 사랑 끝이 있을까
만년의 세월이 흐른들
그대 사랑이 식을까
세세생생 백련화야
푸른 들판 널따란 잎새
사이사이 피워서
그대의 애틋한 사랑
너에 가슴 태우리라.
8. 서동 연가
- 2006 궁남지 연꽃축제 축시-
윤 순 정
여인은 한 송이 수련 이었다
제왕의 눈빛이 살처럼 빛났다
수련의 심방이 봉긋이 열리며
탐스러운 용의 여의주를 삼키려
대지에 살포시 누우려는 순간
드높은 사비의 하늘이 열리고
지상의 모든 새들이 날아올랐다
서동이라 했다
용모가 수려하고 재주가 범상치 않았다
마를 캐어 홀어미를 부양하여 마동이라 했다
산과 들을 구르고 헤매기만 하기엔
걸출한 그의 기상이 허락치 않았다
새벽마다 정한 수 떠놓고 소지를 올리는
그 어미의 눈물이 마르지 않았다
서동은 국경을 넘어 서라벌을 달렸다
선화라 한다 했다
고요한 물속을 들여다보고 있노라면
본 적도 없는 그녀의 얼굴이 가슴에 일렁였다
선화를 부르는 서동의 노래가 아이들의 동요가 되고
화랑청년들의 사랑가 되어 온 서라벌 장안에 울려 퍼졌다
서동의 손에 이끌려 선화는 국경을 넘어야 했다
흑요석처럼 빛나는 그의 눈빛이 마냥 좋기만 하였다
장이를 끌어안은 제왕의 용안에 뜨거운 눈물이 고였다
태평성대였다
궁의 남쪽에 삼신산을 상징하는 섬을 만들어
대지를 축조하여 배를 띄우고
신선의 도를 깨우치며 아름다움을 추구하였다
비가 내리고 수련들이 잠들어가는 어느 날 오후
무왕과 선화는 손을 잡고 지변을 거닐다
그윽한 눈길로 서로를 마주보고 있었다
제왕의 눈빛이 살처럼 빛나며 그녀의 동공에 꽂혔다
처음처럼, 그 아비용의 눈빛처럼
선화여 그대는 보살의 현신이었느니
내가 그대에게 가기까지 그대 내 품에 안길 때 까지
얼마나 고통이었겠느냐 서러움이었겠느냐
백학이 하늘을 날고 수면위로 수많은 연꽃송이들이
합장을 하듯 두 손을 모으고 있었다
물안개 속에서 새로운 시대의 용이 출몰 하려는가
대지의 기운이 심상치 않았다
9. 사랑의 무릉도원
이 윤 미
햇살이 담뿍 내려앉은 저녁
궁남지에 가 보았지
유월의 신록을 타고 올라가
궁남지에 그대로 내려앉았네.
옴뽁옴뽁 솟은 연꽃송이
봉우리 채 열리기 전에
부끄러워 아무리며 얼굴 붉히고 있었네.
무왕의 사랑을 꽃피우던 곳
사랑은 국경을 넘어 타고 올랐지.
패망한 역사는 소슬한 버드나무 가지로 늘어져
폐사지의 자취마냥 쓸쓸하더니
천년 세월
사랑과 정의와 젊음이 다시 피어올랐네.
어여뻐라, 그 자취.
총총히 피어난 꽃봉오리
먼 하늘 흰 구름에 사뿐히 타고 오를 때
못가의 물고기 유유히 물결 따라 흐르고
포룡정 한 가운데서 들려오는 사랑 노래
꽃잎을 타고 올라, 물고기를 타고 나가
한 가닥 고운마음, 몰아일체의 세상
21세기의 무릉도원, 바로 여기로구나.
10. 궁남지 연꽃
들샘/이흥우
장대비 내리는 날
궁남지에 갔더니
넓적한 연잎마다
은구슬로 흘림은
한세상
냄새도 흔적도
물들지 말라하네.
연약한 줄기라도
꺾이지 아니함은
한 자루 촛불이
방안 어둠 밝혀주듯
연꽃 향
못 안을 채워
달빛처럼 살라하네.
꽃잎진 자리마다
고운 마음 우려서
세월 무게 매달아
겸손하게 보여줌은
만인이
우러러보는
꽃 중에 꽃이어라.
11. 궁남지 홍련(紅蓮)
이희열
새벽안개 자욱한 궁남지에서
그대를 보았네.
무거운 어둠 물밑에 벗어놓고
알몸으로 솟아오른
햇살무늬 하나
긴 머리채 끝 빨간 댕기로
청량한 향기 바람에 흩날리며
다박다박 오솔길을
거니는 그대
아득한 그날
모처럼 포룡정에 오르신 상제
달빛을 품은 용포자락 너머
보일 듯 숨겨진 여인의 어깨처럼
새벽 물안개 위로 솟아오른
향기로운 햇살무늬
균형이 무너진 시간의 무덤 속에
애틋한 사랑도 짓밟혀
한 세상 뒤안길로 사라진
그리운 그대 모습
철새들은 다시 떼 지어 날아들고
시간을 이어주는 포룡정 교각 아래
물결 따라 봉긋봉긋 얼굴을 내밀더니
싱싱한 초여름 아침
징검다리로 이어진 푸른 연잎 위로
터질듯 부풀어 오른
눈부신 횃불 하나
오, 그대였구나.
천 년을 기다려온 뜨거운 눈물로
다시 피어난 사랑
찬란한 햇살무늬
궁남지 홍련
12. 연꽃사랑
임용식
넓은 잎 하늘을 가린다
붉으래한 얼굴들
세상을 감싸 안고
뜨거운 태양빛에
옥구슬이 흐른다.
장대 높은 솟대
빙그레 웃는 만년 꽃
발가벗어 벌린 다오
청사초롱 불 밝힘이
귀한 보석들의 노래에
수채화속의 고귀한 자태
전생 환생 후생
수렁 속에 핀 고요한 얼굴들
연꽃은 평화의 자리에
달빛을 빨아 마신다.
세월의 구수한 냄새도
희고 붉은 물레방아 인생
자자손손의 자리 돌아
팔도에 꽉 핀 사랑노래
연꽃송이 들은 활짝 웃는다.
13.연꽃
원종호
미꾸라지 더듬적거리는
혼탁한 미궁 속
마음을 비운 넌
오묘하게도 세상사는
이치를 터득 했구나
탐욕도 오만도
가까이하지 않고
더불어 사는 맛에
취 하였구나
살포시 웃는 그대여
너의 그 잘난
자존심이 부럽구나.
4. 궁 남 지
소산 / 정 석 채
오산 영봉에 기운 받아 제국을 포효하는
마동 왕자 태어난 곳 즈믄년이 지난 후에
길손 잡아 진흙 속에 연꽃으로 피어난다.
오산에 떠오른 해 포룡정 용마루를 비추고
천기로 내린 햇살 남지에 무왕을 잉태하니
운무는 바람 따라 흩어지고 새날을 연다.
비단 강 옥배나루 님 사랑도 완연한데
능수버들 춤을 추고 꽃나비 화접 하니
망국의 회고가는 청아한 젓대 소리로다.
15.인고로 맺힌 연꽃
정은미
물여울 한 점 없고 찾는 손 소금쟁이
진흙 탕 우렁쉥이 되새김 발자취는
어스름 조심스럽게 연 이파리 깨운다.
미안타 정색하며 휘도는 발길 속에
내 어찌 해야 할 바, 길 없는 시선에게
각인(刻印) 된 정화의 모습 보여주며 살라네.
내 언제 웃어볼 지 앞길을 모르거니
절름발 인생하나 고운 빛 도도함이
어설퍼 고달파져도 참으면서 살라네.
16. 궁남지(宮南池)
정진석(鄭眞石)
2004년 8월 22일 일요일
세 아이 데리고 갔다
전라북도 익산시 함열면 다송리 와야부락 선영(先塋)
아버지 어머니 산소
구다보고 예산(禮山)으로 돌아가는 길
초가을비 내리자
지금은 없어진 초임지 논산(論山) 가야곡면 왕암초등학교
새내기 교사 시절, 귀여운 꼬마 1학년
연무대 양지뜸 외딴집에서 달려온 제자
차타고 지나다가
잠시 들린 백제(百濟)의 옛 사비성(泗沘城)터 부여(扶餘)
달빛은 내리고
구드래에서 저녁 맛납게 들고
80년대 중반 여기 살 적
몇 마리 고추잠자리나 놀던 궁남지(宮南池)
아낙네마냥 곱살하게 페인트 화장하고
연못에 돛단배 한두 척 띄워 놓고
능수버들 궁녀 삼아
언저리 빙둘러 20,000평(坪)짜리 논 꽃밭
전주 덕진공원 연꽃
아산 신창면 인취사, 백련지(白蓮池) 연꽃
태안 남면 청산원(靑山園) 연꽃
저리 가라
논배미마다 색달리 심어진
백련(白蓮), 홍련(紅蓮), 가시연(蓮), 수련(睡蓮), 어리연(蓮), 부레옥잠
그걸 보러 온 관광객
연못가 산책 나온 부부
갓 하나 된 젊은 쌍쌍
워낙 꽃 좋아하는 아내는
연꽃, 연잎, 연줄기, 연밥, 연뿌리 향하여
아주 슬기로운 눈빛으로 바라보다가
어느새 뿅 취한 선화공주(善花公主) 되어
잃어버린 서동(薯童) 그리며
내 손목 꼬옥 잡았다.
17. 포룡정 사랑
정 해 춘
서동과 선화가 사랑을 맺은 포룡정
능수버들로 병풍을 치고
연꽃잎 엮어 돛단배 띄우고
서동과 선화는 사랑을 했다오
활짝 핀 연꽃잎 사이마다
꿀벌들이 노래하고
물위엔 물방개 쌍쌍이 춤을 추고
연꽃잎 위 청개구리 개골개골 노래하며
갈대 숲속엔 온갖 새 소리 풀벌레 소리
아름다운 궁남지
백제의 젊은이들이여
이 아름다운 궁남지에서
사랑 한 번 해보시지 않을래요?.
예쁜 연꽃 아가씨가
기다리고 있어요---
18.궁남지
지철승
연못에
물길 이어지면
태고적 사랑 눈을 뜬다
숨쉬는 것조차 사랑스러워
뱃속 아이만은 지켜내고 싶었다
황산벌 그 골짜기
지키다 지키다 끝내
돌아오지 못한 남편
소식에 애태우다
죽어가던 아내
천년을 살아서
피어나는 한 송이
착한 아내의 얼굴이련가
색 붉은 너의 연정에
붉어지고 붉어져
혼빛에 홀려 잠드는가 싶다
궁남지 저편에 서면.
19. 궁남지 연가
한상익
백제 충절의 혼
수정 눈물 되어
진녹의 연잎에 떨구더니
천년세월 묻어버린
궁남지의 진흙 속에
연꽃으로 피었구나
만개한 연꽃처럼
대백제의 영광이여
피어나라.
20. 저를 어쩌나
요산/ 한상조
저를 어쩌나
시뻘겋게 붉어져 아예 터져버린
저 아픈 가슴을 어찌하나
속세가 그토록 싫어서 였나
말 못할 분통이 깨어져 였나
시원한 말 한마디 하지 못하고
온통 가슴을 쥐어뜯으며
더럽디 더러운 물구덩이를 박차고
버럭 소리를 지르며 힘껏 솟구쳐 버린
저기
저 연꽃 한 송이
그래도
너와 나 모두를 부여잡고
푸른 창공을 향하여
더 높은 하늘 위를 향하여
더 붉게 더 맑게
상처를 아물며 나래를 편다.
<초대시인 편>
1. 연꽃의 축제
김영배
꽃이거니, 진정 꽃이거니
천하비색 더 어디 있을까
진흙탕 시궁창에
발을 묻고 산다 해도
사랑을 다듬는 미소
저리 고요 하구나
둥근 잎 진세를 덮고
하늘 향해 손 흔들며
그 잎잎 푸른 속을
분홍빛이 떠받으면
빈 마음 공 그린 가슴
저리 넉넉하구나
꽃이거니 꽃답구나
천성 지켜 사는 고독
차라리 무채색에
소리 없는 빛을 담고
오롯이 높 세운 꽃관
저리 고고 하구나.
2.연 꽃
서정애
우수에
젖은 듯한 마음을
보고 있노라면
그대는 천 년의 연꽃이어라
연모 깊은 바닥에
두 발 세 발로 서서
수면으로 연분홍 얼굴
내밀면 나를 반기고 있지만
내 어찌
그대의 힘든
발버둥을 모를까
무더운 여름날
나 그대에게
가슴속에 맺힌 설움
힘찬 소낙비로
한 설움 털어내시게나.
3. 수 련
이 극 래 (한국문인협회 충남지회장)
고풍(古風)이 무르녹는
연못 가 하얀 수련
흙에 배인 미소가
하늘 바라 번지고
엉길 듯 듣는 물은
보살의 두 맘인가.
저 외론 수련인 양
이면(二面)을 사는 내야
시공(時空)이 엇갈리는
황혼에 서 있을 손,
땅거미에 젖은 눈
빨간 놀도 보리라.
진흙에 물들세라
고이 펴는 망울엔
물살도 맴을 도는
하늘이 또 열리고
미풍에 떠는 잎새
태고적 음향이여.
4. 궁남지 연꽃
권선옥
길을 걷는데 어디선가 문득
함성이 울렸다.
말발굽 아래 고운 피를 흘리며
쫓기어 쓰러졌던 아낙들이
여름 땡볕 받아 일제히 일어섰다.
우우우 우― 함성을 지르면서
긴 머리채는 반쯤 흩뜨리고
허이연 허벅지와 젖가슴을 드러낸 채
맨발로 달려오는 소리.
나는 길을 걷다가
그 함성에 갇혀, 온몸이 꽁꽁 묵여
한 발자국도 떼지 못하고
멈추어 섰다.
5. 연(蓮)의 꽃
이정숙
포로롱
진흙탕 냉물 속
백팔번뇌 환생타
어지신 님 뉘인 자리
저녁놀 비끼더니
무아지경
경 읽는 여인네야
가고 오다 스친 인연
머문 자리 매듭 푸니
연(蓮)의 꽃
피고 지고
피고 지고
6. 연화(蓮花)
용미자
그대 보다 낮아지려
깊은 연못 진흙 속에
뿌리 내렸습니다
그대는
속물살로 나를 품고
꽃대를 밀어 올려
안개 자욱한 새벽
고매(高邁)한 자태
고상(高尙)한 향기로
높여주셨습니다
그대 위에 피어난
향기 높은 연화(蓮花)
천년에 천년을 살아도
그대 위해
천상의 꽃보다
고운 미소 짓겠습니다
7. 연꽃, 그 눈부심을 위하여
-궁남지에서
조 근 호
하늘빛이 푸를수록
타오르는 뜨거운 가슴
알 수 없는 피안을 향해
꽃은 그냥 그렇게 웃는데
나 또한 행복이었음을
문득 깨치는 햇살이다.
가슴에 담아둔다는 게
억울할 때도 있었지
꽃잎 스치는 바람결에
들려오는 해탈의 함성
내 안을 들여다보며
녹슨 이야기 솎아낸다.
지천명을 살아오며
다져온 숱한 언약
받은 만큼 돌려주며
뒤돌아 부끄럼 없기를
해맑은 네 모습 보며
하늘을 우러른다.
8. 연꽃
노을재 / 최언진
수없이
피고 지는
인생의 꽃 중에서
제 안의
상처들을
곰삭히고 곰삭어
피어 난
꽃만큼이나
향기로운 것 있을까
뿌리줄기 정착 못한
저
오월의 푸른 슬픔
뻘밭 흙탕물속에
둥둥
전설을 묻고
말로는
다할 수 없어
솟아오른 번뇌여
9. 궁남지 홍련꽃
한휘준/ 설봉
궁남지 가득 피운
홍련 꽃 고운미소
진창에 살아가도
염원은 하늘에 있어
꽃 대궁
하늘거리며
온몸으로 나래 짓
발목을 조여 오는
수렁에 빠진 삶이
뙤약볕에 쓰러질듯
힘이 들어 흔들려도
선녀 옷
휘날리면서
두 손 모아 합장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