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부터 좋은 교회가 있다.
젊은 시절 신학을 하면서 어른 목사님에게서 들은 이야기다.
"좋은 교회는 나를 섬기려는 사람이 많은 곳이 아니라, 내가
섬겨야 할 사람들이 많은 곳이다”
이런 주옥같은 말씀을 젊은 시절에 들은 것은 내 목회에
엄청난 자산이다. 그럼에도 섬김을 받으려는 욕망이
내속에 꿈틀거리고 있어 몸서리친 적이 몇번 있다. 은근히
기대도 했으니 말도 안되는 태도다. 100만분의 1도 어림없는
처신이라고 생각했다.
하나님께 받은 것이 얼마나 큰데. 신학대학교수, 담임목사로
섬기면서 받기만 했다. 좀 부끄러운 말이지만
나는 얼마나 얻어 먹고만 살았는지 모른다. 어린 시절 부모에게
얻어먹었고 교회에서 얻어먹고 살았고 대학에서 얻어먹었다.
지금도 얻어먹고 사는 사람이 아닌가! 이런 주재에......
내 스승목사님은 교회건축한다고 오랫동안 사시던 집도 팔고
그리고 여섯식구가 건축중인 예배당 지하에서 3-4년을
사셨다. 먼지가 일고 시끄러운 데서 그렇게 사신 것을 보았다.
내가 교육전도사로 섬길 때였는데 목사님은 그런 티를
한번도 내신 적이 없으셨다. 조기 은퇴를 하시고 내가 그 교회의
담임목사로 위임목사가 되어 섬길 때 스승목사님의 손이 닿은
예배당 면면을 보면서 나는 예배당을 조심스럽게 대했고
정중하게 거닐었고 지하층 교육관과 1층의 소예배실들,
그리고 2층의 주일예배실을 가끔 오르내리면서 목사님의
삶의 체취를 맡으며 사역했다.
난 목사님에게 많이 얻어먹고 살았다. 좋은 교회는 스승목사님
처럼 아들같은 나를 귀하게 여겨주시고 항상 인격적으로
항상 뭘 못주셔서 아쉬워하시면서 작디 작은 나를 섬겨주셨다.
내가 유학을 갔을 때 목사님은 미국방문중에 나를 찾아주시고
일년간 살아갈 기숙사비를 해주시고 떠나셨다. 아, 목사님,
그냥 이렇게 먹여살리신 은혜를 제가 무엇으로 보답할까요?
오늘 지상에서 가장 온유한 사람, 모세의 온유함을 주제로
설교하면서 나의 정체성, 섬기기 위해 오신 주님을 온몸으로
받고 철저하게 성령에 의해 길들여지고 하나님의 간섭과
통제를 받는자로 살아야겠다는 생각과 조심스러운 마음으로
이 길을 걸어간다.
우리 교회는 좋은 교회가 아닌가? 왜 나를 이렇게 잘 섬겨
주시는지! 내가 섬겨야 할 사람이 많은 교회가 좋은 교회라
배웠는데 그게 거꾸로 되는 것 같아 미안하고 씁쓸하다.
새벽에 하나님의 잔소리 듣는 것을 더 잘 해야겠다. 아름다운
하모니를 이루는 목회를 위해 섬길 사람을 찾는 목사로
살아가길 소망한다. 그리고 나도 성도를 섬기는 목사, 섬기기를
좋아하는 교회가 좋은 교회라는 것을 머리와 가슴에
다시 담아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