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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제가 봄바람이 났습니다. 바람이 시작된지 꼭 4일째군요. 이 좋은 계절에 지붕만 둘러쓰고 살겠냐고 주변으로 부터 운둔병이 어쩌거 저쩌고 자극을 주어도 까딱도 않던 마음이 어느 순간 변화가 일어 발딱 일어섰다는 이야기지요. 첫날은 아침 일찍 옆지기를 따라 네군데의 현장을 돌고나니 축 늘어졌으나 그 다음날도 걸어서 왕복 두시간 거리인 서오능까지 산책, 피곤한 나머지 잠이 펑펑 오는 것입니다. 아, 이거다. 역시 피곤해야 잘 수 있는거구나. 불면증을 해결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래서 어제는 갈현동 뒷산을 접수할냥으로 공사할 도면을 붙잡고 있는 옆지기에게 산에가자 했더니 어찌된 일이냐며 선뜻 길안내를 해주더군요. 갈현동 뒷산을 다 돌아보려면 왕복 4시간 걸리는 코스인데 두시간 반 정도 걸려 집으로 오는 길 배가 출출하니 무언가를 먹고싶어지겠지요. 아, 운동하니 이렇게 밥맛이 돌아오는구나! 그 대단한 깨우침! 여기까진 참 좋았습니다. 오후 7시가 지난 시간에 갈비집엘 가서 고기를 먹고 있는데 옆지기의 손전화가 울리겠죠. 어쩌구 저쩌구 몰랐어요 알았어요 라며 전화를 끊더니 "오늘이 제삿날이래" "뭐???!!" 어떻게 몰랐을 수가! 이왕 이렇게 된 것 먹고 가자는데 놀래서 고기가 다 뭡니까. 저로선 팔딱 뛸일이었습니다. 이십년간 이런 일이 없었고 이런날이 있을 수도 없는 집안의 막내 며느리가 아니 막내 동서가 이때나 저때나 오겠지 하다가 해가 다 기울어도 안나타나 얼마나 황당했을까를 생각하니 제가 저지른 실수가 기도 안차더군요. 아시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저는 지금 시댁의 작은 집 사촌 시아주버님 시형님과 아래위층에 같이 삽니다. 작은집 아주버님이 사촌지간에 가장 나이가 많으신 관계로 큰집인 우리 형제들이 제삿날을 잊을까봐 미리미리 챙겨오던 분이신데 이번에는 사촌아주버님조차 아무 말씀이 없으셨기에 얼른 전화를 걸었더니 아주버님이 전화도 안가지고 성당가셨는데 모두가 깜빡 해버렸으니 이 일을 어쩌냐고 더 난색이셨습니다. 일단은 매사에 확실한 분들, 깜빡 동지가 있다는 것은 좀 안심이 되지만 어째서 몰랐던 것일까 하고 집으로 달려와서 달력을 보니 음력 3월 15일이 양력 5월1일이었던 관계로 달력을 넘기지 않아 못본 것이었습니다. 그래도 그건 이유가 안되는 일. 특히나 아버님 기일이었다는 사실!!! 형님은 아주버님 찾아 성당으로 달려가고 어수선을 떠는 그 틈에 강아지까지 집을 빠져나가 버렸으니 이 일을 어쪄~ ㅋㅋ 세식구가 미친듯이 강아지를 불러대며 정신을 빼고 다니다가 다행이 아이들이 안고있는 강아지를 찾아놓고 더이상 아주버님을 기다릴 수 없어 우리만 큰집으로 향했지요. 큰댁에 도착하니 호랑이 같은(그순간의 내맘) 시누님들 고모부 등등 온가족들이 거실에 모여앉아 우리를 기다리고 있더군요. 어메 기죽어~~~~~ 이만코 저만코 이리저리해서 죄송해요 연락이라도 좀 주셨더라면 좋았잖아요 맞형님은 새초롬히 가만 있고 입쎈 둘째 형님이 한마디. " 잊어먹을 일이 아니니까 당연히 알거라 믿고 무슨 일이 있나보다 했지 " 아마 우리 혼자만 몰랐다면 더한 질책이 떨어졌을지 모르는데 다행히도 윗분인 동지가 있어 생각보다 너그러운 말투에 아휴 살았다 했습니다. 제사를 항상 9시에 지내왔는데 작은집 아주버님이 출발하셨다는 연락이 와서 기다리다 보니 이번 제사는 10시가 훌쩍 넘어서 지내고 화기애애 제삿밥을 먹고난 뒤 죄인된 맘으로 설겆이를 도맡아 하고 있는데 큰아주버님께서 하시는 말씀이 '다음주에 또 제사 있습니다' 라며 웃으시데요. "네~ 아주버니~임~~~ " 하하하하 이야기는 여기까집니다. 제가 봄바람이 나서 이렇게 큰 실수를 했다는 건 순전히 제 생각입니다. 그렇치만 않았던들 며칠 사이 달력 한번 안보진 않았을 것 같아서지요 . 이번에 제가 참말로 큰 실수를 했습니다. 봄바람이 나더라도 실수는 없었어야 했는데요^^ 어쨌거나 한번 내친 걸음을 위하여 오늘 오후엔 기자촌 진관사 쪽으로 나가볼까 합니다 하하하 오늘문득 님들 오늘도 좋은 하루 되시길 바랍니다. 누리하제올림 |
첫댓글 살다보면 그럴 수도 있는 거지요 저도 추도식 한번 빼 먹었지요 ㅎㅎ 워낙 달력을 볼 사이도 없이 바쁜지라 그냥 넘어 갔는데 남편도 그날 모르고 지나가더라구요 ㅎㅎ 산 사람 살기도 바쁜데 먼 오랜 조상챙기는것 잊을 수도 있지 않을까요? ㅎㅎ 나이가 들면서 제사나 추도식이나 덤덤해 지네요 ^^ 실수가 아니라 그럴수도 있다는 말입니다 ㅎㅎ 조상이 들으면 화 내실라 ㅎㅎ
이번에 하도 놀래서 다음부턴 단디 조심하게 생겼습니다^^
ㅎㅎㅎ 저도 자주 그래요 봄바람 누구나 꽃 같이 아름답게 피지용 요즘은 왜그렇게 세월이 바른지 ,,
자주 그러면 혼날텐데요~ 아마 인사님은 막내며느리가 아닌가 봅니다~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