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주명, 우리 나비에 우리말 이름 지어줘[얼레빗으로 빗는 하루 5027]
[우리문화신문=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역사 교사들이 한 컷의 사진으로 풀어낸 《한 컷 한국사(해냄에듀)》에 보면 “석주명, 우리 나비에 우리말 이름을 지어 주다”란 글이 있습니다. 석주명은 일본에서 농생물학을 배우고 돌아와 1913년부터 모교인 개성의 송도고등보통학교에서 생물을 가르치면서 나비 연구에 전념한 분입니다. 선생은 방학 때 고향에 가는 학생들에게 나비 200마리씩 잡아 오라는 방학숙제를 냈고, 이래도 부족한 것은 직접 온 나라를 돌아다니며 채집했다고 합니다.
▲ 나비 박사 석주명이 송도고등보통학교 과학실에서 나비 표본을 살피는 모습. 이때 이 학교의 과학실은 나비 표본이 대영박물관보다 많아 세계 으뜸으로 일컬어졌다.(출처, 《한 컷 한국사》)
그렇게 채집하고 관찰한 다음 서양과 일본학자들이 잘못 분류한 844종을 정리했으며, 선생의 연구는 영국왕립학회의 요청으로 1940년에 펴낸 《조선산 나비 총목록》이라는 책에 담겨, 전 세계에 팔렸다고 하지요, 이 책에는 일본 학자들이 붙인 한국산 나비의 이름을 아름다운 우리말로 새로 지어 붙였습니다. 이때 일제는 한국인을 일본에 동화시키려고 했는데 이에 안재홍, 정인보 같은 민족주의자들이 ‘조선학 운동’을 펼쳤고, 석주명 선생은 나비학 연구도 조선학의 일부로 생각했다고 합니다.
선생은 연구 대상을 철저하게 ‘조선 나비’로 한정하였고, 논문 대부분은 “조선산~”이라는 제목으로 시작했다고 하지요. 또 우리나라 나비의 역사를 찾으려고 《조선왕조실록》을 뒤졌고, 나비와 관련 있는 역사적 인물까지 조사했습니다. 식민지인으로 살아가던 석주명 선생에게 ‘나비 연구’의 모든 것은 ‘조선의 생물학’이자 새로운 민족문화 건설운동이었다고 이 책은 강조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