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주자가 내면의 음악성이 어떻게 활을 통하여 현에 전달되는지 느낍니다(7-14세를 위한 교육예술, 2022, 188)."
누구나 살면서 궁금한 것이 있을 것이다. 그런데 현실에서 그 답을 얻지 못한다면, 그 답이 정신세계의 일이기 때문이다라는 사실이다. 먼저 말하면 정신세계는 반드시 경험해야만 이해하기 떄문이다. 필자 역시 자라면서 궁금한 것이 있었는데, 누구도 어디에서도 답을 구하지 못했지만, 그 의문이 정신세계를 경험(?)하고 나서 풀렸기 때문에 그렇다. 그 중에서도 가장 충격을 받은 내용은 단연 물컵사건이다. "물컵을 잡기 위해서 내 손이 물컵이 있는 쪽으로 움직인 것이 아니라, 보이지 않는 또 다른 나의 존재가 건너편에서 와 내 손을 물컵으로 이끌었다(12감각, 2016, 63)." 처음 이 내용을 접했을 때 이해하리라고는 필자 역시 감히 상상하지 못했다. 하지만 두 번쯤 경험을 하고 나니 이해가 되었다. 이 사건을 계기로 필자는 정신세계의 이야기를 믿게 되었다. 요컨대 현실에서 이해가 안되는 문제가 있다면, 배척하지 말고 '경험을 하지 못했구나'라는 생각을 하는 것이 문제의 답을 구하는데 훨씬 더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다음 이야기도 그런 내용이다.
필자는 평소 <크리스티안 지메르만> 폴란드 피아니스트의 연주(CD 등등)를 들으면서 다른 연주자들과는 뭔가 다르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꼭 연주회를 가서 직관해야 겠다는 마음을 먹고 있었는데, 마침 롯데 콘서트 홀(2024, 01,10)에서 열린다기에 갔다. 가기 전에 연주회에서 연주되는 곡을 한번이라도 듣고 가야겠다는 마음도 먹었지만 뜻대로 되지는 않았다. 그래서 그냥 오롯이 몸과 마음을 맡기고 들어야겠다는 생각만을 했다.
처음에는 평범한 연주로 시작된 듯하다. 3곡 정도가 연주된 듯 한데, 갑자기 팽팽한 진공 상태에서 누군가 그 진공을 톡하고 깨뜨렸다. 그렇게 강한 힘도 아니었다. 마치 어미 닭이 병아리가 나오도록 밖에서 계란을 톡하고 깨뜨린 것과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중에 생각하니 그 순간 필자의 내부로 음악이 들어 오지 않았나 한다. 이어서 필자의 자아가 아무도 없는 텅빈 공간에서 모습을 드러내었다. 하늘을 쳐다보는 형상이었지만, 현재의 모습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과거를 회상하면서 슬퍼하는 것같기도 하고, 외로운 듯한 모습이기도 하였다. 슈타이너에 따르면 모든 인간은 현실에서 자신의 자아를 보지 못하고, 다음 생에서나 지금의 자아를 만난다고 하였다. 그런데 정신세계를 탐구하면, 한 팔로 자신의 자아를 안은 모습을 보기도 한다고 하였는데, 그 자아를 현실에서 만난 것이다.
이어서 귀에 익숙한 곡이 연주되었다. 옆에서 누가 쇼팽의 <장송행진곡>이라고 말해줬다. 그런데 필자가 느끼기에는 마치 고향에 온듯 따뜻한 감정이 일었다. 그 고향에서 필자의 자아가 안전하게, 편안하게 있었다. 마치 봄날처럼 따뜻한 분위기였다. 그리고 마지막 곡에서는 필자의 자아를 힘껏 응원해 주는 메세지, 예컨대 용기와 희망을 주는 메세지를 받았다. 그러자 움츠려서 가슴조이고 있던 자아가 뭔가 '다시 할 수 있다'는 감정이 들었다. 참 신기한 일이다. 어떻게 이럴 수가 있을까? 경험하지 않았다면 절대 이해하지 못하는 사실이다. 거기 있었던 많은 관객들이 모두 이와 같이 느끼지는 않았을 것이다. 연주회를 마친 지메르만이 관객을 보고 웃었다. 그 웃음에는 이러한 일들에 대한 답이 없었다. 지메르만의 편안하고 소탈한 분위기만을 느꼈다.
어떻게 해서 지메르만은 이런 연주를 할 수 있었을까? 생각한 결과 얻은 결론이 "연주자의 내면의 음악성이 바이올린의 활을 통하여 현에 전달된다는 것에 도달했다(슈타이너의 주장). 바이올린의 현에 전달되는 것, 연주자의 내면의 음악성은 아스트랄체이다. 연주자의 아스트랄체가 피아노의 선율을 통하여 전달된다는 것이다. 즉 연주자의 아스트랄체가 피아노의 선율을 통하여 필자의 아스트랄체에 전달되었다. 그럴려면 먼저 지메르만의 아스트랄체가 피아노의 선율을 통하여 전달되어야 한다. 그전에 지메르만이 자신의 아스트랄체를 파악해서 피아노의 선율에 실어야 하는 것이다. 음악이 정신세계의 문을 여는 열쇠임은 슈타이너가 여러 차례 강조한 바, 그렇기에 필자의 정신세계에 들어왔을 것이다. 지메르만의 아스트랄체가 진공상태에 있던 정신세계의 문을 연 것이다. 정신세계의 문이 열리면, 관객의 정신세계와 대화가 가능하다. 그곳에서 자신의 자아를 만나고, 다시 자아가 고향에 온 듯 편안하게 느끼는 것, 그리고 자아에게 용기를 주는 것이 가능했을 것이다. 이런 일련의 과정이 지메르만이 연출한 스토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떤 음악이든 음악이 정신세계의 문을 열기 떄문에 이런 스토리가 가능할 것이다.
문제는 지메르만이 이런 스토리를 어떻게 구성할 수 있었을까이다. 정신세계는 밖으로 드러나지 않기 떄문에 그 세계를 이해한다는 것은 굉장히 어렵다. 음악을 통해서 누구나 들어가지만, 모든 연주자들이 들어가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슈타이너에 따르면, "진실한 예술은 어떤 경우라도 영적인 것과의 관계를 추구한다(색채를 위한 본질, 2016, 90)." 이 말은 예술이란 영적인 것을 추구한 결과라는 말이다. 요컨대 영에 접근하는 정도가 예술의 수준이다. 지메르만은 음악을 통해서 자신의 정신세계를 열었고, 그 정신세계를 관객에게 음악을 통해서 전달할 수가 있게 된 것이 아닐까 한다. 관객의 정신세계를 어떻게 열수가 있는가를 묻는다면, 모든 정신세계는 하나이므로, 그 세계에서는 서로 대화하고 용기를 주기도 하는 그런 세계이기 떄문이다. 되풀이 하지만 지메르만의 연주를 들음으로써 슈타이너가 주장하는 정신세계에 대한 신뢰가 더 확실해졌다.
그래서 중요한 것은 내가 '이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이다. 내가 나의 아스트랄체를 통하여 관객의 정신세계를 열어서 자아를 드러나게 해서, 그 자아에게 고향에 온 것처럼 따뜻하게 위로해 주고, 마지막 용기도 주는 일이다. 짐작하기에 일단 음악을 통해서 필자가 먼저 정신세계에 들어가야 한다. 그리고 관객의 정신세계를 여는 것이다. 진공상태에서 공기를 톡하고 두드리는 것인데, 이를 위해서는 먼저 필자의 몸에 든 힘을 완전히 빼야 할 듯하다. 아마 필자의 자아가 정신세계에 있다면 가능하다는 생각이 든다. 왜냐하면 정신세계에서 자아는 상대방의 자아를 언제나(?) 만나기 떄문이다. 그리고 음악의 정서를 통하여 위로를 건네는 것이다. 많은 곡이 그렇게(감정) 작곡되었기 때문에 이또한 가능하다는 생각이 든다. 더 나아간다면 응원까지 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것이 '음악의 본질이다'라고 생각한다. 세계적으로 많은 피아니스트가 있지만, 이렇게 음악의 본질을 전달하는 피아니스트는 많지 않은 듯하다. 정신세계가 보이지 않아서 접근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정신세계를 이해하는 일은 누구나 반드시 해야 하는 일이 되는 것이다.
슈타이너에 따르면, "영학(신비학)의 길을 걸어가는 사람은 자신의 혼적이며 영적인 인식의 정도에 따라 이론으로서가 아니라 체험적으로 자신의 음악충동에 풍성한 자극을 줄 수 있을 것이다(색채의본질, 2016, 90)." 이와 같이 지메르만은 자신의 음악으로 관객에게 풍성한 자극을 전달한 것이다. 더불어 영학의 길은 특별한 사람만이 걸어가는 것이 아니라 누구라도 걸어가야 한다. 먼저 자신의 삶의 문제를 해결할 수가 있을 것이고, 나아가 다른 사람에게도 위로와 격려를 건네기 때문이다.
지메르만의 연주회에서 얻은 경험에 대하여 궁금해하다 보니 위 문장, "연주자의 내면의 음악성이 활을 통하여 현에 전달된다는 사실을 꺠달은 것이다. 많은 사람이 지메르만의 연주가 특별하다는 것은 느끼는데 어떻게 그런지 이해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출발이 위 문장인 것이다. 더불어 느낀 것은 지메르만이 절대 교만하지 않고 순수하고 겸손한 신(또는 자연)앞에 선 하나의 인간이었다라는 사실이다. 신앞에 서면 누구라도 겸손하고 신을 공경하지 않을 수가 없을 것이다. 그리하여 누구라도 신앞에 설려면 이와 같아야 한다는 사실이다.
슈타이너의 책은 대부분 이해하기가 굉장히 어려운 내용들이다. 그런데 계속 읽으면 뭔가 새로운 사실을 깨닫는다. 그때의 기쁨이 필자로 하여금 정신세계를 계속 탐구하게 하는 힘이라는 생각이 든다. 정신세계는 여러 방향의 길이 있지만, 시냇물이 바다에 모이듯, 그 모이는 곳이 같기 떄문에 어떻게 가더라도 한 곳으로 모인다. 그러므로 자신에게 어떤 문제가 있다면, 자신의 정신에 대해서 깊이 탐구해 보기를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