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석남의 시로 가꾸는 정원] [63] 곁에 누워 본다
곁에 누워 본다 // 문동만
달빛이 곤히 잠든 엄마 등을 적실 때 그냥 엄마하고 부르고 싶을 때가 있다 부르지는 못하고 그냥 곁에 누워본다 곁에 가만히 누워 곁에 혼자 자고 있는 강아지를 바라보다 너에게도 엄마가 있었구나 또 자리를 옮겨 그 곁에 누워본다
―문동만(1969~ )
엄마'가 '어머니'가 되는 동안 아이는 '품'에서 '곁'으로 옮겨집니다. 그리고 어느 봄날 뚜벅뚜벅 세상 속으로 나아갑니다. 아기는 소년이 되고 어른이 되고 아버지, 어머니도 됩니다. 그러나 늘 그 '품'이 그립습니다. 세상사에 상처받은 날 찾아가 울고 싶으나 울 데가 없습니다. 홀로 남은 어머니를 찾아갑니다. 가슴에서 솟아 올라왔으나 그대로 입에 머금고 마는 '엄마'라는 말. 가장 오랜, 전생으로부터의 사원. 절하듯 가만히 '그냥 곁에 누워' '엄마'를 마음으로만 외웁니다. 이때 '달빛'이 어머니를 감싸고 있습니다. 달빛은 조금씩 젖어갔을 겁니다. 이제 하늘에 가깝다는 말이겠지요. 그 '곁에' 또 하나의 어미 잃은 것이 있습니다. 그 곁으로도 가서 누워볼 수밖에는 없습니다.
우리 삶에 '곁'이 있어 다행입니다. 세상 그 어떤 당위(當爲)도 이 '곁'의 침묵에 도달할 수는 없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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