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초에 우리교회가 속한 교단의 총회가 있어 다녀왔다.
그리고 돌아오면서 친구 목사님의 모친께서 별세(99세)하여 조문을
다녀왔다. 지금부터 50년전 나의 신학입학동기생이다. 목사님은
강원도 영월출신이다. 내가 신학대학에 입학했을 때 목사님은 나
보다는 훨씬 앞선데가 많았다. 우선 기풍있는 모습에 절도있고
성품또한 남다르게 좋아 나는 그가 신학대학에서 친구가 된것에
대해 감사한 마음을 가졌다. 그리고 대학을 졸업하고 신학대학원을
마친 후에 목사님은 오랫동안 섬겼던 교회를 사임하고 경기도 안산
의 한 빌딩의 지하에 교회를 개척했다.
내가 사당동에 신학대학원에 입학하면서 쌍문동에 있는 우이중앙
교회의 교육전도사로 부임(훗날 2대 위임목사로 섬겼다)했을 때
목사님은 내가 섬기던 교회에서 멀리 떨어지지 않은 우이제일교회
에서 전도사생활을 했다. 목사님은 6남매다. 그런데 형님이 1983년
겨울에 일찍 별세하셨다. 나는 당시 대한신학교 교수로 있으면서
몇몇친구들과 작은 승용차에 5명이 영월의 목사님 댁을 조문하고
돌아왔다. 그만큼 우리는 늘 친구로 살아왔다. 목사님이 개척을 하고
섬길 때, 당시 나는 교회를 섬길수 없는 교수의 신분이어서 목사님
의 교회에 주일예배 출석을 했다.
갈 때마다 항상 만나는 분이 계셨다. 목사님의 어머님이시다. 어머님
의 모습은 단아하셨고 항상 웃음으로 맞이해 주셨고 또한 기도하는
어머니여서 그냥 뵙고 손만 잡아주셔도 나는 힘을 얻곤 했다. 이제서
생각하니까 목사님의 어머니와 나의 어머니의 나이가 똑같음을
알았다. 내 어머니처럼 목사님의 어머니도 일찍 남편을 먼저 보내셨다.
그리고 남편을 먼저 보내신후에 1961년부터 온가족이 예수믿기로
하시고 신앙생활을 시작하셨다. 그리고 영월의 삼옥감리교회에서
충성하신 권사님은 아들, 내 친구를 하나님께 주의 종으로 바침으로
훌륭한 하나님의 종을 길러낸 어머님이 되셨다. 형제들도 장로님,
권사님, 모두 하나같이 신앙중심으로 뭉친 가족이었다.
조문을 갔다가 혹 친구가 외로울 것 같으면 옆에 같이서서 상주노릇
을 하겠다고 갔는데 워낙 형제들이 많고 마치 군대열병식같은 형제
들과 가족들의 모습을 보면서 얼마나 감사했는지 모른다. 그런데
3시에 입관예배가 있는데 2시40분에 날보고 입관예배 집례를 하라
신다. 그래서 다른 친구목사와 함께 입관예배를 인도하고 그 자리에
함께한 목사님의 가족들의 면면을 보면서 이게 하나님믿는 사람들
의 모습임을 가슴 뜨겁게 느꼈다. 설교하면서 1) 예수를 지독히도
사랑한 권사님, 2) 기도의 어머니 3)이 땅에서 사시나 천국에서 사시
나 동일하신 분임을 함께 공유했다. 예배가 마친후 마지막 입관을
하기전 마음의 인사를 나누는 시간이었다.
친구는 "어머니, 가난하고 못살던 시절에 6남매를 거두시느라 고생
하신 어머니 감사합니다. 천국에서 주님과 함께 기쁨의 나날을 보내
시고 천국에서 뵐 때까지 어머니 자녀들과 가족 모두 주님을 잘 섬기
고 믿음으로 살겠습니다" 친구의 인사는 내 마음을 눈물로 가득차게
했다. 그리고 동생 장로님, 사랑하는 어머님을 더 잘모시지 못한 것
이 죄송하다고 그리고 이어서 자녀들 모두가 어머니, 할머니를 부르
며 어머니의 사랑에 목놓아 우는 모습을 보았다. 천국에서 어머님이
얼마나 기뻐하셨을까?
나는 내 친구를 잘 안다. 주님을 사랑하고 복음하나에 목숨을 걸었기
에 교회를 섬기면서 숱한 시련과 고생이 있었음에도 친구는 굴하지
않고 묵묵히 이 새벽길, 이 칠흑같이 어두웠던 진창같은 길을 걸어
걸어 오셨다. 어느 해 예배당 건축을 하다가 재정이 쪼들리자 영등포의
어느 안과 병원엘 가셨다. 의사와 의논을 하러 갔다. 내 눈이 필요한
사람이 있으면 각막을 팔겠다고 말씀을 드리러 간 것이다.그 이야기를
듣던 의사께서 "목사님, 그렇게 하시면 안됩니다. 목사님은 평생 단에
서서 복음을 전하실 분인데 안된다고 극구 말리면서 돌아가시라"는
말을 들었다는 것을 후일에 들은 적이 있다. 이런 목사님이시다. 나는
사랑하는 친구를 좋아하고 사랑한다. 몸을 바쳐서라도 교회를 섬기고
주님을 사랑한 목사이기 때문이다.
나와 동갑인 친구, 신학대학입한지 50년이 된 올해, 그리고 목사로
40년이상을 사역한 친구, 오늘 어머님 장례를 마치고 쓸쓸해 할 친구를
생각하며 그 옛날 젊은 시절, 전도하러 다니고, 기도하러 기도원다니고
함께 했던 시절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간다. 어제 친구인 박선원목사와
임현수목사, 그리고 장훈태 목사가 와서 사랑하는 친구를 위로하는
모습이 아름답고 기뻤다. 사랑하는 안오임 권사님, 어머님? 훗날
천국에 가면 찾아 뵙겠습니다. 저와 아내를 위해 45년간 하루도 잊지
않으시고 기도해주신 은혜를 다시 감사 감사드립니다.
친구, 힘내시게 그리고 사모님! 연로하신 어머님을 모신 효부이십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