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6년 전입니다만 미주가효님께서 몽골에서 한국을 일컫는 '솔롱고'라는 명칭에 대해 근대 이전 기록들을 통해 무지개이기보다는 족제비류 동물을 의미하는 명칭이었을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말씀하신 적이 있었습니다.(http://cafe.daum.net/alhc/4xOO/12996)
그때는 그저 말씀따라 14세기 이래 몽골에 의한 비칭일 거라고만 생각했었습니다.
그런데 요즘 제가 서당 학습차 『논어』를 외우는 와중에 9편 자한(子罕)의 26장을 보면서 순간 이 옛날 글이 떠올랐습니다.
子曰 "衣敝縕袍 與衣狐貉者立而不恥者 其由也與! ...(후략)"
볼드밑줄 표시한 글자(貉)는 '담비 학'이면서, 한편으로는 우리민족을 가리키는 '맥(貊)' 字와도 통하는 글자입니다.
그런데 『논어 언해』를 보면 이 글자를 '락'(현대 자전에는 없어 古音으로 여겨짐)으로도 읽고 있어, '담비 학/락' or '오랑캐 맥'으로 읽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 비슷한 글자로는 '오소리 학(狢)' 자가 눈에 띄는군요.
그런데 담비, 오소리를 보다 보니 순간 미주가효님 글이 기억난 것입니다.
그러고 보니 14세기 몽골에서뿐만 아니라, 여진어에서도 고려를 소고ㄹ 구룬(so-gor guru-un)으로 불렀다고 하며(http://babelstone.blogspot.co.uk/search/label/Jurchen 참조, 아마 14세기보다 전인 것으로 여겨짐)
지금 생각난 바와 같이 고려시대보다 훨씬 이전인 고대 중국인들이 우리민족을 가리켜 담비의 뜻을 갖는 맥(貊, 貉)이라고 부른 것을 보면 우리민족을 공통적으로 부른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드는 것입니다(참고로 오소리, 족제비, 담비는 모두 족제비과에 속하는 동물들임).
그렇다면 14세기 몽골인들이 단순히 임의로 고려인들을 낮추어 특정 동물로 비하해 불렀다고만 보기는 조금 어렵지 않은가 합니다. 이 족제비류 동물들이 우리민족과 어떠한 밀접한 관련이 있었던 것일까요? 발해의 담비의 길도 그렇고.
첫댓글 고대에 맥이라고 불린 사람들은 어떤사람들인가요? 예와는 구분되는거같은데...
예와 맥족에 대해서는 기존에도 많은 연구들이 있기는 합니다만, 일단 제가 기억나는대로만 적으면 다음과 같습니다. 가장 이른 시기의 기록으로는 『시경』한혁편에 나오는 추&맥족으로서 연칭으로 등장하고, 『논어』 다른 편에서도 공자가 '만맥(蠻貊)의 나라'라는 이야기를 하니 선진(先秦)시대 이미 만주 지역에 존재했던 종족의 하나였던 것으로 보입니다. 거주 범위도 꽤 넓어서, 만주 지역에도 위치하여 고구려 건국세력이 되었지만 한반도 춘천(얼마전 중도 유적 때문에 회자된 그곳)에도 맥국(말갈로도 지칭된 것으로 여겨짐)이라는 소국이 있었습니다. 예족과 구분되기도 하는 것 같지만, 예맥으로 연칭되는 경우도 흔한 것으로 봐선
아예 이질적인 종족은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넓게 보면 이들이 부여, 고구려, 백제, 두막루 등의 북방국가군을 이루었음). 반면 예맥족과 남부의 한(韓)의 관계가 어땠는지는 현재로서는 자료가 없어 이야기하기가 어렵습니다.
하나 또 기억나는 것이 있다면 옛날 만화책에서 흔히 접했던 추모왕(주몽)의 아버지 해모수 신화인데, 수신 하백이 그를 사위삼을 만한지 테스트하고자 잉어로 변했더니 해모수가 수달(水獺, 水㺚-역시 족제비과)로 변신하여 제압했다는 이야기입니다. 출전을 확인해보니 『삼국사기』『삼국유사』에는 없고, 『동명왕편』에만 전해지는 내용이네요.
담비와 수달은 고급 모피 동물입니다.
네 그래서 제 생각에 이게 단순한 폄하만은 아니었을 가능성도 있다고 봅니다. 김선생님 글을 보니 조선시대에도 초피(貂皮)는 사치품이었네요.(http://cafe.daum.net/alhc/N2bq/160 - 네이버캐스트 "모피와 한국사")
초(貂)와 맥(貊)은 의미가 다릅니다. 치(豸)는 공격성이 강한 개나 고양이 종류를 의미하고, 各나 召는 원래 뜻이 국자와 그릇을 의미합니다. 사람들을 불러 모은다는 소집(召集)이라는 단어가 있는데요. 국자와 그릇을 들고 (밥 먹으러) 모이는 걸로 생각하면 이해가 쉬울 것입니다. 그래서 초(貂)는 잡아 먹는 사나운 개나 고양이류(담비)를 의미합니다. 반면 맥(貊)은 100마리의 사나운 개, 혹은 데리고 다니는 사냥개가 많다등으로 의미를 확장할 수가 있습니다. 소나 말을 키울때도 몰이용 개들이 필요합니다. 정리하면, 초는 잡아먹는 동물을 말하고, 맥은 해당 지역의 가축과 관련된 특징을 나타낸 것으로 추정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