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대전은 기대에 찬 분위기였다.
정부기관들이 지역분권의 일환으로 서울 및 수도권을 떠나 지방에 본사를 두게 되었는데, 고속철도시설공단 본사가 대전 중구 대흥동에 있는 대림빌딩으로 임대 이전하여 오게 되었기 때문이다.
입주가 완료되면 직원들의 유입뿐 아니라 주변 상권 형성 및 지역 주민들에게도 큰 경제적 혜택을 줄 것이 분명했기에, 설렘 반, 기대 반 모두가 그랬다.
그들 가운데 당시 교회도 끼여 있었다.
공단으로 인해 다른 지역에서 새로운 사람들이 많이 이주하게 되니 전도할 대상이 많아진 것이다.
박승호 담임 목사님께서 철도시설공단에 대해 말씀하시면서, 전도방법을 찾으라고 지시를 하셨다.
그때는 전임 전도사로 아직 목사 안수를 받지 않은 때였다.
나는 전도팀의 백열전 장로(후에 개명하심)와 함께 무작정 대림빌딩으로 찾아갔다.
정확히 몇 월달인지 기억나진 않는다.
다만 아직 입주 완료가 되지 않은 때여서 직원들이 이사짐을 나르고, 사무용 가구나 용품들이 매일 건물 안으로 들어오고 나가고 하는 그런 어수선한 때였다.
장로님과 나는 기도하고 대책없이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몇 층이였는지?(그때 아직 사내 경비가 이전 등으로 체계적으로 운용되지 않았을 때였다) 엘레베이트를 타고 올라갔다. 아마 그곳에 총무과가 있던지 해서 찾아간 것 같다. 그곳도 이사로 한창 여념이 없이 다들 정신없이 움직이고 있었다.
나는 일하는 분들 중에 한 여직원을 붙잡고 조심스레 물었다.
"안녕하세요? 저, 공단 신우회를 만나러 왔습니다"
그러자 여직원은 내 질문에 당황한 듯 했지만, 나름 내게 친절하게 응대를 해 주려고 했다.
당시 고속철도시설공단에는 신우회가 조직되어 있지 않았다. 그러니 도울 수도 없고, 또 그녀가 신자인지도 모르는데, 어찌 도울 수 있겠는가? 한창 사무실을 이전하는데, 도깨비 같이 나타난 사람이 신우회를 찾으니 어찌보면 무례하고 황당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 여직원 내게 남자 직원 한분을 소개시켜 주셨다. 그 분이 신자라면서....
나는 그 분을 만났다.
그 분은 내가 신우회를 때문에 왔다는 말을 듣고 처음에는 귀찮은 듯이 피했는데...
좀 이야기를 나누면서 마음이 바뀌어, 날 자리에 앉으라 하며 차까지 준비해 주었다.
근데 알고 보니, 그 분은 정통 교회 신자가 아니라, 여호와의 증인 교회 교인이었다.
그는 자신이 도울 수 있는 게 없고, 8층이었던가 11층이었던가, 그곳에 가면 본부장에 계신데, 그 분이 신자이니 그 곳에 가보라고 알려주었다.
나는 그 길로 본부장을 만나러 올라갔다.(지금 생각하면 당돌하고, 무대책이었다)
본부장의 성함은 안낙균이었다.
본부장님을 만나러 왔다니 비서실 직원이 이유를 물었다.
난 공단 신우회 관련하여 말씀 드릴 것이 있어 왔다고 했다.
직원은 친절하게 지금 본부장께서 출타중이시니, 명함이나 연락처를 남겨주시면, 다시 연락을 주겠다고 하였고,
난 그에게 연락처를 남기고 돌아왔다. 그러면서도 설마 연락을 줄까?라는 의심을 가진 채..
일주일인가? 얼마의 시간이 지났는데.. 전화가 왔다.
전화를 받았는데, 바로 안낙균 본부장이었다.
놀랍지 않나? 난 전율을 느꼈다.
아니 일개 지역 교회 전도사가 공단 본부장을 찾아가서, 그것도 이사하는 날에... 신우회 때문에 만나야 한다고 하면..
일반적으로 무시하거나, 응대하지 않아도 될 텐데.. 그 분은 내게 연락을 준 것이다.
이로 즉시 만날 약속을 정했다. 나는 그 분을 찾아뵙고, 공단 신우회에 관한 이야기를 나눴다.
안낙균 본부장은 이렇게 말했다.
"난 신앙도 어리고 해서 할 수 없지만, 내가 아는 직원 중에 신실한 사람이 있는데 그 사람을 소개 해 주겠습니다"
그 분의 협력과 마음에 고마웠다.
하나님께서 공단을 위해 신우회를 세우실 계획에 감사했다
돌아보면 모든 것이 하나님의 은혜였다.
이전 이사 중에 내가 건물 안에 들어가게 된 것도 은혜요, 만난 여직원이 응대해 준 것도 은혜요, 또 소개시켜 준 남직원분이 여호와의 증인이면서도, 호의적으로 나를 대하고 본부장에 대한 정보를 준 것도 은혜요, 또한 비서실에서 나를 문전박대하지 않고, 연락처를 받아 준 것도 은혜요, 그 연락처를 받았다고 해서 본부장이 손수 지역교회 전도사에게 연락해 만나 준 것도 은혜요. 또 만난 후 도울 사람을 소개시켜 연결해 준 것도 은혜이다. 어느 하나 하나님의 손길이 없으면 불가능한 일이었다.
본부장이 소개해 주신 분과 약속을 잡았다.
대림빌딩에서 만났다.
'임봉우 집사'
지구촌 교회 안수집사로서 주를 향해 신실하신 분.. 비록 그가 세상에 속한 자가 아니었기에 많은 환란과 고난은 있었지만, 하나님께서는 임봉우 집사를 통해서, 한국철도시설공단 신우회(현재, 선교회)의 물꼬를 트신 것이다.
그러면서 신우회를 조직하고 창단하게 하는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인물들이 모이게 되었는데..
그분들은.
'문재석 장로', '백승갑 장로', '이성기 집사', '강종구 집사' 등이었다.(이들은 철도시설공단선교회를 창립하는 주역들이었고, 그들을 통해서 공단선교회가 발족이 된 것이다) 또한 이를 위해서 당시 내가 섬겼던 세광장로교회의 전폭적인 지원이 있었다.
선교회는 매주 수요일 점심시간에 예배를 드리고 식사를 함께 했으며, 내가 대전을 떠나기 얼마 전부에는 임봉우 집사가 중심으로 되어 '하나님을 경험하는 삶'이라는 교재를 가지고 신우회 내에서 일대일 양육도 시작하게 되었다.
선교회는 직장이라는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함께 모여 공단을 위해서 기도하고, 복음전파와 서로를 위해서 중보했다.
철도시설공단 선교회는 원래 신우회라는 이름으로 발족했지만, 이후 선교회로 개명하였다.
단지 친목단체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직장선교와 해외선교를 담당하는 회가 되겠다는 포부였다.
철도시설 공단 선교회는 지금 크로아티아 선교의 동역자이며 오랜 기간동안 함께 마음을 나누고, 묵묵히 뒤에서 섬겨온 거목이다.
바라기는 고속철도시설공단 선교회가 더욱 부흥하여 공단의 발전과 직원 복음화에 사명을 잘 감당하길 간절히 기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