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 노보살이 어린 손자를 데리고 절에 가서 '관세음보살'하며 기도를 한참 했다. 지겨워진 손자는 할머니 소매를 잡으며 조그맣게 "할~머~니"했다. 노보살이 짜증내며 "왜 귀찮게 하느냐!"고 하자 손자는 혼잣말을 한다. "할머니는 내가 한 번 불렀는데도 귀찮다 하는데, 관세음보살은 얼마나 할머니가 싫을까?"〉
절에서 드물지 않게 볼 수 있는 장면이지만 스님이 뒤에 붙인 한 마디가 걸작이다. "꼬마가 선지식(善知識)이다."
송광사 서울분원인 서울 사간동 법련사 주지 보경 스님이 최근 펴낸 산문집 《사는 즐거움》(뜰출판사)에 나오는 한 대목이다. 보경 스님의 이번 산문집은 위의 일화처럼 대중의 눈높이에 맞춘 점이 눈에 띈다.
2일 간담회를 가진 보경 스님은 "하루하루 치열하게 사는 세상 사람들의 모습이 참 아름답다"며 "하루 평균 34명이 자살한다는 이 나라에서 세상 사람들의 삶에 대한 욕구에 응원을 보내드리기 위해 책을 냈다"고 말했다. 책은 〈일하는 즐거움〉〈공부하는 즐거움〉〈사람을 얻는 즐거움〉〈베푸는 즐거움〉〈비우는 즐거움〉〈함께 사는 즐거움〉 등 여섯 가지로 나눠 불교적 가르침을 다양한 일화를 통해 소개한다. 이들 글은 그동안 불교계 언론에 발표한 것들이다.
보경 스님은 엄청난 다독가(多讀家)이다. 평생 1만권을 목표로 1년에 200권씩 읽는다. 그는 "입산 초기 '산중무역일(山中無曆日·산속에는 날짜가 없다)'이란 구절을 보고 독서를 결심했다"고 했다. 세속과는 시간의 흐름이 다른 산중에서 뚜렷한 목표가 있어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는 것이다.
그 이후 동서양의 고전은 물론 자기계발서까지 섭렵했다. "올해 안에 목표의 절반을 채울 것 같다"는 게 보경 스님의 말이다. 엄청난 독서량을 바탕으로 대중의 눈높이에 맞춘 그의 글은 지난 2003년 법련사 주지로 오면서 시작됐다.
현호 스님(전 송광사 주지)을 은사로 출가해 10년간 선방에서 수행하고 송광사 재무·총무 등 소임과 조계종 교육원 연수국장 등을 역임한 그는 법련사 주지로 부임하면서 "사랑받는 주지가 되겠다"고 신도들에게 약속했다. 그리고 새벽마다 법련사 홈페이지에 신도들이 하루를 살아갈 힘을 불어넣는 글을 올리기 시작했다.
산중을 떠나 6년째 서울 생활을 하면서 동국대 대학원 선학과에 재학 중인 스님은 "현세의 각박한 삶을 빠른 호흡으로 살고 있는 사람들을 위한 새 시대의 수행법을 모색하고 있다"고 말했다.
첫댓글 보경스님은 나의 고향마을에서 함께 자란 1년 선배다. 초등6년과 중등 3년을 1년의 간격을 두고 가깝게 생활했었는데,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그는 스님이 되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는 가장 웃기는 사람이었다. 유우머가 있었고 재치있으며, 디스코라는 일명 보리떼춤도 좀 췄다. 학습의욕도 상당했다. 그의 집은 산 아래에 있었는데, 그 옛날 절을 짓기 좋은 위치라며 터를 닦아 놓은 "절터"에서 가장 가까운 집이었다. 그가 스님이 되었을 때 나는 묘한 기분이 들었다. 중. 고 시절 불교서적을 나도 많이 보았던 터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