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치 술 상무나 되듯이 : 지리산 3암자길 순례(1) – 금주일지186(2023.3.18.)
오늘은 아침부터 분주하다.
얼마 전에 안내를 받고 참가를 예약한 지리산 3암자길 순례에 나서는 날이기 때문이다.
광주전남불교환경연대의 산애들애라는 동호회에서 주관하는 행사이다. 오늘이 산애들애 100회 기념행사라고 하니 축하해 해주고 싶고, 지리산 실상사 방문과 그곳에 기거하고 계시는 법인 스님이 길잡이를 하신다니 주저 없이 참가를 결정한 것이다. 법인 스님은 언론을 통해 그 글을 애독하고 있던 터다. 또 법인 스님의 글을 읽고 정서적 공감을 갖고 있는 강하주 씨도 기꺼이 함께 하기로 했다. 또 하하님들에게도 안내했더니 이한, 김지음, 김시원 님들도 동참하였다.
어젯밤부터 도시락 반찬을 준비하고 이른 아침에 도시락을 싸고 가방을 챙겨 약간 들뜬 마음으로 집을 나선다. 아침 일찍 차를 준비하여 집앞까지 와서 동행할 수 있도록 배려한 김시원 하하님이 감사하다. 밤늦게까지 근무하고 피곤할 텐데 일부러 집앞까지 태우러 온 그 마음이 고맙고 따뜻하다. 이미 차 안에는 김지음 하하님이 타고 있었고, 나와 하주 씨가 탄 후 조금 가서 이한 하하님까지 함께 타서 출발지인 광주문화회관 후문에 도착하였다.
약속 시간인 7시가 되자 버스는 28명의 동행자들을 태우고 지리산으로 향했다.
가는 길에 각자 자기소개와 참여 동기를 얘기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한, 강하주, 김지음, 김시원 하하님들이 차례에 따라 자기소개를 하였는데 모두 소속을 하하문화센터라고 밝히셨다. 한 분이 아니고 4분이나 하하를 말하니 다른 참여자들이 궁금해하는 듯했다. 맨 뒤쪽에 앉은 내 차례가 되어 소개하는 중에 하하문화센터도 소개하였다. 산애들애와 비슷한 시기인 2009년에 시작하여 지금까지 인문학 공부를 하면서 영화도 보고, 산행도 하고 봉사도 하는 소박하고 아름다운 공동체라고 소개하였다. 그리고 특별히 100회 행사를 축하하는 마음으로 하하님들과 함께 참여하게 되었고, 개인적으로 축하의 마음으로 올 1년 동안 후원회원으로 참여하겠다고 하니 모두 큰 박수로 감사를 표시해 주었다. 참고로 후원회원은 월 1만 원씩 회비를 내고, 산애들애가 주관하는 행사에 참여할 때 20% 내외의 참가비 할인을 받을 수 있다고 했다.
소개가 진행되는 중에 과일 간식을 가져와서 아침을 거르고 오신 분들을 챙기는 모습도 예쁘게 보였다.
8시 20분에 오래전부터 오고 싶고 보고 싶었던 실상사에 도착하였다. 도착하자마자 가방을 내려놓고 절 명상을 준비하였다. 100회 산행 기념 선물을 ”생명 평화를 위한 100배 절 명상“으로 하기로 했다니 탁월하고 절묘한 발상이다. 너무 훌륭하고 멋진 선물이지 않은가. 생명 평화를 외치면서 기념품으로 또 다른 자원 낭비와 쓰레기를 생산하지 말자는 법인 스님의 뜻이 반영된 것이라고 했다. 정신이 번쩍 뜨이는 훈훈한 선물이다.
9시부터 법인 스님을 좌장으로 하여 죽비소리와 함께 100배 절 명상을 시작하였다. 1배 할 때마다 새기고, 아끼고, 다짐하고, 깨달을 것들을 한 가지씩 생각할 수 있도록 준비된 화제를 들려주어 생각할 기회를 갖도록 하였다. 몸이 불편하여 처음부터 정좌하고 앉아서 묵상하는 분도 있었고, 100배를 채우지 못하고 중간에 정좌하여 묵상하시는 분도 있었지만 대부분은 100배를 채우고 있었다. 무릎을 꿇고 납작 엎드렸다 다시 무릎을 펴고 일어서는 진지한 절 동작을 100번씩 진행하였다. 옆에서 같이 참여한 하하님들도 끝까지 100배를 채우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약 30분에 걸친 100배 절 명상과 법인 스님의 설법을 듣고 난 후 곧이어 법인 스님이 앞장서서 서진암으로 이동하기 시작했다. 3암자 순례를 시작하는 것이다. 3암자란 실상사, 서진암, 백장암을 일컫는 말이었다.
서진암으로 가는 길 구간 중에는 약 600m쯤 되는 다소 경사진 오르막길이 있어 힘들어하는 분들도 있었으나 하하님들은 끄떡없이 서진암까지 직진하였다. 서진암에 오른 후 그 소롯길 위에 자리한 나한굴(羅漢窟)에 올랐다. 비좁은 나한굴(羅漢窟) 앞에 서서 앞을 내다보니 지리산 반야봉과 천황봉을 한눈에 바라볼 수 있었다. 모두들 전경이 너무 아름다워 감탄하였다. 참가자들이 모두 모여 사진을 찍으며 자연과 지리산의 아름다움을 만끽하는 시간이었다. 다시 서진암으로 내려와 점심을 먹게 되었다.
점심은 우리 하하에서와 비슷한 광경이 연출되었다. 각자 준비해 온 도시락을 펼쳐놓고 함께 먹는데 우리는 하하님들끼리 자리하였다. 하하님들의 도시락 반찬은 단연 압도적이었다. 법인 스님의 식사 자리에 있던 산애들애 부회장님께서 몇 가지 반찬을 가져왔다. 아마 손님으로 참여한 하하님들에 대한 특별한 대접인 듯하여 마음 씀씀이가 넉넉하고 감사했다. 그런데 하하님들의 반찬을 보고 반색하면서 몇 가지를 담아달라는 것이었다. 법인 스님에게 맛보게 하고 싶다는 것이었다. 하하님들이 누구인가. 평소 하하님들이 몸에 밴대로 이것저것 덜어 드릴 수 있어 감사하고 뿌듯했다.
그런데 여기저기서 반주라며 약주, 담금주, 독주(도수 높은 술) 등을 맛보시라며 술잔을 내밀었다. 거절할 겨를도 없이 엉겹결에 술잔을 받았다. 마치 술 상무나 되듯이 곁에 있는 이한 씨, 하주 씨 등에게 술잔을 건넸다. 하하님들이 곁에 있어 술잔을 비우며 술맛을 음미할 수 있어 다행이었다. 자반무침, 머위나물, 파김치, 파숙지, 묵은지지짐, 멸치볶음, 꼬막전 등 너무 훌륭한 반찬으로 지리산의 품속에서 푸짐하고 넉넉한 점심을 나눌 수 있었다. 행복하고 감사하기가 이루 다 말할 수 없을 정도다.
첫댓글 덕분에 진귀한 술맛을 봤습니다.
아주 쪼금이라 감흥도 없었지만 즐거웠습니다.
실상사와 백장암의 고즈넉함을 잊을수가 없네요.
'산애들애'를 통해 좋은 시간을 갖을수있었어요.
교수님 덕분입니다.
이번달에 갈 소매물도도 참석할 생각이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