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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은 인간의 심적인 현상을 탐구하는 학문 분야인데, 초기에는 이론 중심의 연구가 활발하게 이뤄져 왔으나 갈수록 임상에 대한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고 한다. 이 책은 급변하는 사회 속에서 ‘인간, 우리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을 던지고, 그에 대해 답을 내리는 과정을 탐구하고자 기획되었다고 한다. ‘오늘보다 더 나은 내일을 위한 여섯 가지 조언’이라는 부제가 인상적이었다. ‘심리학, 인간을 말하다’라는 주제로 모두 6차례의 대중 강연을 열고, 그 내용들을 엮어 <심리학 프리즘>이라는 제목으로 출간한 것이다. 따라서 여기에 수록된 글들은 이론 중심의 딱딱한 내용이 아니라, 특정 주제를 심리학적인 접근을 통해 분석하여 독자들로 하여금 쉽게 이해할 수 있다는 점이 특징이라고 여겨진다.
‘프리즘’이라는 항목의 1부에서는 ‘나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라는 주제로 3인의 강연 내용이 수록되어 있으며, ‘스펙트럼’이라는 2부 역시 3명이 참여한 강연의 내용을 ‘우리는 어떤 존재인가’라는 주제를 다루고 있다. 이 책을 읽으면서 그동안 어렵고 딱딱하게만 느껴졌던 심리학이라는 분야가 적어도 나에게는 조금은 편안하게 다가왔다고 여겨진다. 특히 형이상학적인 개념을 앞세우지 않고, 우리의 삶에서 마주칠 수 있는 문제들에 대해 전문가들의 진단과 조언을 나의 입장에 견주어 생각해볼 수 있었다.
‘내 삶을 망치는 심리학의 조언’이라는 1부의 첫 번째 글에서, 저자는 ‘좋은 삶’이 아닌 역발상으로서의 ‘나쁜 삶’에 대해서 생각해보도록 조언을 던지고 있다. 예컨대 ‘나쁜 삶을 위한 심계명’이라는 제목을 설정하여, 결국 그것을 통해 자신의 삶의 문제를 되돌아볼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저자가 제시하는 ‘십계명’에 국한하지 않고, 각자 스스로의 삶에 대해서 ‘나쁜 삶이란 무엇인가’를 따져보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고 할 수 있겠다. 나아가 일과 삶의 균형을 의미하는 ‘워라밸’의 성격을 기계적인 균형으로 따지지 말라는 것이다. 좋아하는 일을 하며 사는 것이 행복할 수는 있으나, 사람들은 결코 좋아하는 일만 하며 살 수는 없다는 것을 직시할 필요가 있다. 이밖에도 나에게는 관대하며 타인들에게 엄격한 잣대를 들이미는 일반적인 경향에 대해서 쉽게 설명하며, ‘좋은 삶’에 대한 우리의 생각을 수정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두 번째의 주제는 특히 인상적으로 받아들여졌는데, ‘아직도 공감을 믿는 당신에게’ 모든 공감이 항상 좋은 결과를 이끌지는 않는다는 것을 설득력이 있게 제시하고 있다. ‘타인의 생각과 느낌을 판단하는 능력’을 공감이라고 할 수 있다면, 저자는 사람들이 때로 ‘편파적이고 편향된 시선’에 의해서 공감이 행해진다는 것을 직시하라고 말하고 있다. 즉 내가 공감하는 대상에게는 한없이 너그럽지만, 그렇지 않은 대상에게는 ‘폭력 충동’으로 발현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저자는 나찌의 홀로코스트나 20세기 전반 미국 남부에서 자행되었던 흑인 교수형 등의 원인 가운데 하나가 바로 공감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즉 내가 공감하지 않는 대상에게 자행되는 폭력의 실상을 가장 잘 보여주는 사례라는 것이다. 그렇다고 공감을 마냥 나쁘게만 평가하는 것이 아니라, ‘공감을 구별하고 선택하는 능력’을 함양하고 이성적인 태도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1부의 나머지 하나의 주제는 ‘잠든 창의성을 깨우는 긍정 심리’로서, 기술이 발달할수록 ‘창의성’이 중요하다는 것을 다양한 각도에서 실증하고 있다. 여기에 2부는 개인의 문제가 아닌, ‘우리’를 탐구하는 존재로서 ‘무의식, 알지 못했던 나와의 만남’이라는 첫 번째 주제로부터 논의를 시작하고 있다. 여기에 인간의 행동에 대한 의미를 설명하는 ‘내 탓인가, 뇌 탓인가’라는 주제가 이어지고, 마지막으로 이미 다문화 사회로 접어든 우리의 현실에서 ‘다문화 세계에서 조화롭게 사는 법’이라는 주제가 이어지고 있다. 다양한 사례와 경험들을 통해서, 저자들 각자에게 제시된 주제를 어렵지 않게 설명하고 있다는 점이 특징적으로 여겨졌다. 특히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구체적인 사례를 통해서 설명하는 방식이 심리학이라는 주제에 보다 가까워질 수 있었던 기회가 되었다고 생각된다.(차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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