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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에 대한 사람들의 취향은 사람마다 조금씩 다를 수밖에 없다. 좋아하는 음악의 장르가 서로 다를지라도, 노래가 생활의 활력을 제공하는 수단이라는 것에는 누구나 쉽게 동의할 수 있을 것이다. 노래를 좋아하고 즐겨 불렀던 것은 예나 지금이나 마찬가지일 것이다. 중국의 기록을 보면, 고대에도 우리나라 사람들이 음주와 가무를 즐겼다는 기록을 남기고 있다. 오늘날에도 회식자리는 저녁을 먹은 후에 대부분 노래방에서 한바탕 노래를 부르고 마무리를 짓는 경우가 많은 것도, 바로 이런 기질 탓이라 생각되기도 한다.
‘음악을 편들다’라는 부제를 지닌 서정민갑의 저서 <음악편애>는 특이하게도 음반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다. 이제는 많은 사람들이 인터넷을 통해 유튜브나 스트리밍으로 음악을 듣는 경우가 대부분이기에, 가수들이나 제작자 입장에서도 음반을 제작하기 위한 결정을 내리기 쉽지 않다고 한다. 그러한 음악 소비의 경향은 음악이나 노래에 대한 편식을 유발할 수밖에 없어, 새로운 음악이 유통되는 것에 대한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는 문제점도 발생한다. 그럼에도 무명의 가수들이 자신을 알릴 수 있는 효과적인 수단이 음반이기에, 과거에 비해 비중이 줄었지만 여전히 음반은 계속해서 새로이 만들어지고 있다.
평론가가 아닌 ‘대중음악 의견가’를 자처하는 저자는 2015년부터 ‘민중의 소리’에 대중음악 음반들을 소개하는 글을 연재했고, 그 중에서 80편을 뽑아 이 책을 엮어냈다고 한다. 이 책에 소개된 음반들 가운데 일부는 내가 보유하고 있는 경우도 있기에, 그 부분을 읽을 때는 마치 음악을 듣는 것처럼 쉽게 이해되기도 했다. 또한 가수의 이름을 알고 있는 경우, 비록 이 책에 소개되지 않은 노래를 떠올리며 저자가 소개하는 음반에 대해 흥미를 느낄 수 있었다. 그러나 상당히 많은 가수들과 그들의 음반은 나에게는 생소할 수밖에 없었고, 그래서 책의 내용들이 잘 이해되지 않았다는 것을 굳이 밝히고자 한다.
그동안 음악 관련 서적들을 적지 않게 읽어왔지만, 나에게 이 책은 매우 불친절하게 여겨졌다. 일단 책의 목차 구성에서부터 무엇을 염두에 둔 편집인지가 잘 이해되지 않았다. 아마도 연재 순서에 따른 목차 구성이라고 생각되는데, 음악의 장르나 시대별 특징을 포착할 수 있는 방식으로 구성을 했다면 좋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들었다. 또한 나에게는 여전히 생소한 아티스트들의 이름이나 특이한 음반의 명칭이 지닌 의미들을 설명했더라면 좋았을 것이고 여겨졌다. 대체로 아티스트들이 자신의 예명을 지을 때, 자기만의 방식으로 청자들과 소통하고자 한다. 그래서 자신의 이름에는 나타내고자 하는 의미가 분명히 드러나 있다고 생각된다. 음악을 하는 이들에게는 다른 아티스트의 이름과 의미가 상식처럼 통용될 지라도, 나와 같은 일반 독자들에게는 그들의 이름이 지닌 의미가 궁금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여전히 많은 아티스트들의 이름이 지닌 의미가 궁금하다.
이밖에도 이 책에 사용된 음악 용어들도 역시 일반인들에게는 다소 낯설게 느껴질 수밖에 없으며, 지나치게 저자의 주관적인 평가 위주로 서술되어 있는 내용들이 많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특정 매체에 연재되는 경우 관심이 있는 독자들만 찾아 읽으면 되지만, 책으로 출간할 경우 음악을 잘 모르는 사람들도 배려할 필요가 있다고 할 것이다. 아마도 이러한 글의 특성을 고려하여 저자는 평론가라는 명칭 대신에 대중음악 ‘의견가’라는 명칭을 고집한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여기에 소개된 80편의 글을 통해서, 동시대에 활동하는 아티스트들의 면면을 확인할 수 있다는 점은 이 책이 지닌 장점이라고 평가할 수 있을 듯하다. 시간이 걸리겠지만, 기회가 된다면 이 책에 소개된 음반들을 하나씩 구해서 들어보고 싶다고 여겨졌다.(차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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