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서 몸져누운 날은 고 정 희 (1948~1991)
오월의 융융한* 햇빛을 차단하고 아파서 몸져누운 날은 악귀를 쫓아내듯 신열과 싸우며 집안에 가득한 정적을 밀어내며 당신이 오셨으면 당신이 오셨으면 하다 잠이 듭니다 기적이겠지 기적이겠지 모두가 톱니바퀴처럼 제자리로 돌아간 대낮에 이심전심이나 텔레파시도 없는 이 대낮에 당신이 내 집 문지방을 들어선다면 나는 아마 생의 최후 같은 오 분을 만나고 말 거야 나도 최후의 오 분을 셋으로 나눌까 그 이 분은 당신을 위해서 쓰고 또 이 분간은 이 지상의 운명을 위해서 쓰고 나머지 일 분간은 내 생을 뒤돌아보는 일에 쓸까 그러다가 정말 당신이 들어선다면 나는 칠성판*에서라도 벌떡 일어날 거야 그게 나의 마음이니까 그게 나의 희망사항이니까…… 하며 왼손가락으로 편지를 쓰다가 고요의 밀림 속으로 들어가 다시 잠이 듭니다 흔들림이 끝난 그 무엇처럼
*융융(融融)한 : 기운이나 감정이 넘칠 듯 가득한, 화기애애하고 화목한 *칠성판(七星板) : 염습(殮襲)한 시신을 눕히기 위해 관(棺) 속 바닥에 까는 얇은 널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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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금방이라도 숨이 멈출 것처럼 아픈 순간에
기다리는 그 사람을 기다린다는 그 몇초 몇분이 얼마나 길었을지 상상이 됩니다
끝내 오지 않는 그 사람이 미워서 칠성판을 들어내고 일어나 나올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