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해 전 현역으로 근무할 시절 , 재미삼아 시작한 그림에
조금씩 흥미가 붙을 즈음, 책상위의 메모지에 스케치를
하고, 물감으로 색을 입혀 직원들에게 책갈피나 하라고
하나씩 나누어 준 적이 있었지요.
아! 그런데, 하라는 책갈피는 안하고,책상앞에 부착하여
매일 감상한다고들 합디다. 그림이 좋아서, 재미 있어서,
일하다 피곤할때 보면 그런대로 괜찮다네요. 헐~~~~
처음에는 메모지 그림을 줄 때도 엄청 조심스러웠지요.
아무래도 직급, 나이차이 등등을 감안하면 꽤나 부담이
됐을텐데, 잘 받아준 직원들이 고맙기까지 했었습니다.
급기야는 팀장급 직원이 제 사무실을 방문하여, 항의성
부탁까지 받고 말았습니다.
"인도수출 담당입니다.타지마할 그림을 받고 싶습니다."
아이쿠야~~~타지마할이라 ㅠㅠㅠ
가본적도 없는 타지마할을 비율까지 계산해 가며, 그림
으로 그리고, 그 친구의 영문 이니셜을 빼곡히 문양으로
건물에 넣어준 기억이 납니다.
누구는 직업으로 그림을 그리고,
누군가는 아이들을 그리고 싶어서 그림을 배우고,
누군가는 은퇴후 취미생활로 그림을 시작하기도 하지만
저는 그냥 좋아서 그림을 그리는편 입니다.
그러니 재주는 없고, 체계적인 그림공부도 한적도 없이
그리는 것만 좋아하다 보니까, 거의다 볼품없는 그림이
되었고, 큰종이 작은종이 가리지 않고, 틈틈이 그림을
그려대니 그저그런 졸작만 수북하게 되었습니다.
명절을 며칠앞둔 어느날, 유치원에 다니는 여섯살배기
손녀가 느닷없이 " 할아버지 유니콘 그려 주세요 "라고
이야기를 하는 겁니다.
한동안, 겨울왕국의 엘사공주에 빠져있었던 터인지라
엘사공주가 아니라서 다행이라 생각은 되지만, 어떻게
유니콘을 그려야 할지 꽤나 막막 했었습니다.
짧은실력을 한탄해 가며, 그림책을 뒤지고,검색싸이트
도 동원하고, 급기야 손녀가 타는 유니콘 씽씽이까지
이리보고 저리보고~~~ 혼자서 몇날을 끙끙 앓았지요.
말 그대로 상상속 동물을, 상상하며 그림으로 그려야
하니까요.
그래 좋아 ! 한번 그려 보자 !
손녀가 가장 좋아하는 색인 붉은빛의 유니콘을 그리고,
형광빛이 나는 하얀 뿔을 그려 넣고, 사슴을 닮은 예쁜
눈을 그려 손녀가 생각하고 있는 유니콘과 똑 같기를
간절히 기원하면서, 조심스럽게 보여 주었지요
어때, 유니콘 같아 ?
우아~~~유니콘이다.
할아버지 최고~~~
그날 부상으로 (허그와 볼뽀뽀)란 큰상을 받았습니다.
기분이 엄청 좋았지요.ㅋㅋㅋ
드디어, 어려운 숙제 끄으읕~~~
( 36×48cm,황목,수채화 )
첫댓글 역시 손녀의 요구가 명작을 낳았네요
힘든 만큼 명작이 탄생하는것이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