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셔츠 입은 여자 / 김기택 시창고
티셔츠 입은 여자 / 김기택
탱탱한 피부처럼 살에 착 달라붙은 흰 셔츠를
힘차게 밀고 나온 브래지어 때문에
그녀는 가슴에 알 두 개를 달고 있는 것 같았다
그녀가 간혹 팔짱을 끼고 있으면
흰 팔을 가진 암탉이 알을 품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베들레헴의 마구간처럼 은은한 빛이
그녀의 가슴 주위에서 끊임없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알에서 태어나 나라를 일으켰다는 고주몽이나
박혁거세의 후손들이 사는 이 나라에서는
복잡한 거리에서 대낮에 이런 모습을 발견하는 것이
그리 대단한 일도 아니고 드문 일도 아니다.
길을 가다 멈춘 남자들은 갑자기 동그래진 눈으로
집요하고 탐스럽게 그녀의 가슴을 만졌지만
그녀는 당당하게 그 눈빛들을 햇빛처럼 쬐었다.
타조알처럼 두껍고 단단한 껍질 속에서
겁 많고 부드러운 알들은 그녀의 숨소리를 엿들으며
마음껏 두근거리고 있었다.
가슴에서 떨어질 것 같은 알의 무게를 지탱하기에는
그녀의 허리가 너무 가늘어 보였지만
곧바로 넓은 엉덩이가 허리를 넉넉하게 떠받쳤다.
산적처럼 우람한 남자가 부리부리한 눈으로
아기를 안고 그녀를 따라오고 있었다.
[출처] 티셔츠 입은 여자 / 김기택|작성자 마경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