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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 게시판 스크랩 영원한 동화나라로 떠난 권정생 작가, 1년 뒤 안동에서는
선화 추천 0 조회 65 08.05.25 06:00 댓글 2
게시글 본문내용
'어린이 재단' 설립 추진…유품은 곧 온·오프라인으로 공개
고인은 외부 행사에 전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양복도 구두도 없었다. 농사 짓고 집에서 생활하는 데 필요한 신발밖에 없었다.
고인은 외부 행사에 전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양복도 구두도 없었다. 농사 짓고 집에서 생활하는 데 필요한 신발밖에 없었다.
타계 직후 생가 섬돌 위에 놓여 있던 파란 고무신은 재단준비위 사무실로 치워졌고 그 자리에 마른 꽃다발이 놓여 있다.
타계 직후 생가 섬돌 위에 놓여 있던 파란 고무신은 재단준비위 사무실로 치워졌고 그 자리에 마른 꽃다발이 놓여 있다.
한때 철거여부를 놓고 논란을 벌였던 생가는 보존키로 결론이 났다. 재단준비위 관계자들이 자주 돌봐주고 있다.
한때 철거여부를 놓고 논란을 벌였던 생가는 보존키로 결론이 났다. 재단준비위 관계자들이 자주 돌봐주고 있다.
그는 늘 주위에 있다

누가 벌초를 했는지 마당은 정갈

고인이 더없이 좋아했던 명자꽃

빨간 양철 지붕 벗삼아 흐드러져

◇…고인의 집으로 가는 길

중앙고속도로 남안동 IC를 빠져나오면 바로 안동시 일직면 조탑리로 들어가는 삼거리를 만난다. 왼쪽으로 접어들면 생가로 가는 소박한 안내판이 길가에 놓여 있다. 골목으로 좌회전, 200m 농로를 간다. 왼쪽에 빨간 양철 지붕이 보인다. 지난 해 5월17일 오후 2시에 타계한 동화작가 권정생의 집이다.

고인돌 같은 바위가 초입에 사립문처럼 놓여 있다. 사람이 들락거리지 않았다면 잡초세상이 됐을 터인데 누가 벌초를 했는지 마당 안팎이 정갈하다. 최윤환씨 등 유품정리위원회 회원들이 청소를 해준 덕분이다. 여느 꽃은 다 지고 붉은 입을 벌리고 있는 꽃이 있다. 고인이 더없이 좋아했던 명자꽃이다. 댓평 남짓한 집 안의 살림은 유품정리위에서 다 챙겨갔다. 남은 건 백철솥, 찌그러진 양은 냄비, 처마에 매달린 옥수수, 빨랫줄에 걸린 네 장의 수건, 곰팡이 핀 돗자리, 살평상, 빈 개집, 6.4㎏ 한일 짤순이, 수돗가엔 자잘한 유리병 몇 개, 말라버린 꽃다발, 폐 타이어, 파리채, 옷걸이, 녹슨 낫, 화장지, 모기향 연소기…. 섬돌에 놓여 있던 파란 고무신도 '권정생 어린이재단 설립준비위' 사무실로 옮겨졌다.

문은 굳게 닫혀있다. 찢어진 장지문을 통해 안을 들여다 보니 그릇이 몇 개 보인다. 집의 왼쪽 창문을 통해 고인의 침실을 봤다. 믿을 수가 없었다. 채 3.3㎡도 안되는 콧구멍 만한 방이었다. 집 뒤편 5m 남짓한 청석 언덕인 빌뱅이 언덕에 올랐다. 화장된 고인의 유해 일부 여기에 뿌려졌다. 잔돌 같은 뼛가루 몇 점 보인다.


법 없이도 살 착한 집사

장례식직후 동민 위안 잔치 열려

도민증부터 신문대금영수증까지

유품은 재단준비위서 일괄정리

◇…추진 중인 권정생 어린이 재단(가칭)

대구의 김용락 시인과 재단준비위 사무처장으로 있는 안상학 시인이 취재에 동행했다.

둘한테 지난 1년간 고인에게 있었던 일을 들어 간추려봤다.

49일째 빈소가 철상된 뒤 맨 먼저 '조탑리 동민 위안 잔치'가 열렸다. 조탑리의 한 숯불갈비 식당에서 열렸는데 고인이 한턱 내는 형식이었다. 고인은 평소 동민들로부터 인심을 많이 얻었고 적잖은 동민의 어려움도 해결해줬다. 그래서 대다수 노인들이 그 자리에 기꺼이 참석해 성황을 이뤘다. 노인들은 유명 동화작가보다 그냥 '법 없이도 살 착한 권 집사'로 안다.

이어 생가 오른쪽 주방 문 앞 섬돌에 빈소가 마련된다. 걸개그림으로 유명한 최병수씨가 고인을 위해 판화 영정을 기증했다. 오전 10시~오후 6시'권사모(권정생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 관계자들이 돌아가면서 집을 지켜줬다.

49일째 되는 날 빈소가 치워진다. 이때 유언장을 집행하고 사후 일을 도맡게 된 정호경 신부·최완택 목사·박연철 변호사가 "고인의 유지를 받들기 위해 조속한 시일내 재단을 설립하자"는 뜻을 참석자에게 피력한다.

이어 생가에 방치된 고인의 유품을 분실되지 않게 체계적으로 정리한다. 이때 정 신부가 구성한 유품정리위원장은 최윤환씨가 맡았다.

유품은 예상보다 방대했다. 회원들은 지난 여름 방학을 이용, 철야 작업을 하다시피 하면서 유품 목록에 일련번호를 붙인다. 전 과정을 자료사진으로 찍어뒀다. 물론 자료는 모두 온라인으로 관리되고 조만간 홈페이지도 열거란다.

안동시 명륜동 317의1에 재단준비위 사무실이 있다. 본부 사무실이 생기기 전까지 거기서 기본 업무를 보게 된다. 사무실 한 공간에 유품을 보관하고 있다. 30여개의 파란 상자에 넣어 현재 밀봉관리중이다. 책이 6천여권, 육필원고가 106점, 공구 28점, 문방구 26점, 생활용품 43점, 의류신발이 98점, 주방기구가 43점, 음향장비가 121점 등이다. 이밖에 의료용 튜브인 카데타, 병원진료카드, 징집면제증서, 도민증, 출판계약서, 가족사진, 신문대금 영수증, 14인치 낡은 TV, 유리병으로 만든 호롱 등 그의 체취가 묻은 건 버리지 않았다. 구석에 놓인 그의 육필 서각 한 점이 눈길을 끈다. '좋은 동화 한 편은 백번 설교보다 낫다' 1992년 11월5일 고인이 직접 쓴 거다.

지난 1월 재단설립 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1차 모임이 있었고 지난달 28일 2차 회의가 있었다. 박 변호사가 재단설립 관련 서류를 이미 다 구비해놨다. 정관과 이사진, 본부· 재단 기금 운용 방안 등이 안건으로 남아 있다.

5월 17일 그를 그리며

안동 생가에서 추도식 가질 예정

18일에는 '한티재'서 문학기행

고인의 책 전시·유품도 일부 공개

◇…논란 빚었던 생가는 보존으로 결론

한때 관계자들 사이에 고인의 생가 보존 여부를 둘러싸고 뜨거운 논쟁을 벌였다. 다 고인을 사랑하는 맘에서 비롯된 거다. 보존으로 결론이 났다. 정호경 신부가 보존 이유를 육필원고로 정리해 공개했다. 그는 "고인은 지나가는 소리로 그런 말을 한 적은 있지만 문건으로 명시한 적은 없다. 유언장에도 그 대목이 없다. 그는 공인이고 그의 유품도 작품이다. 작품과 삶이 일치된 희귀한 작가인 만큼 자라나는 아이들을 위해 집은 허물지 않는 게 맞다"면서 보존 이유를 적시했다.


◇…1주기 추도식은 어떻게 진행되나

기일은 양력 5월17일로 정했다.

이날 오후 2시 생가에서 추도식을 갖는다. 다음 날 오전 10시 고인의 동화 '한티재 하늘'의 배경이 된 한티재(대구에서 안동으로 갈 때 안동시내로 진입하기 바로 전 검문소 있는 고개)에서 어린이 문학 협의회 이주영 회장이 서울에서 온 기행단을 인솔해 돌음바우골, 섶밭밑, 계산골 등을 문학기행한다. 또한 명륜동 재단추진위 사무실에선 고인의 도서 전시전과 함께 유품 일부도 공개할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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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한 동화나라로 떠난 권정생 작가, 1년 뒤 안동에서는
 
 
 
▲ 권정생 1주기 추모 행사가 전국에서 추모객이 참여한 가운데 17, 18일 양일간 안동집에서 열렸다.
'내가 쓴 모든 책은 주로 어린이들이 사서 읽을 것이니 여기서 나오는 인세를 어린이에게 되돌려 주는 것이 마땅할 것이다.'(권정생 선생 유언장에서)

귀천(歸天)하는 그날까지 전쟁과 각종 폭력으로 고통받는 어린이들을 걱정했던 '가난한 부자, 동화나라로 간 종지기 아저씨' 권정생 선생의 1주기를 맞은 17일 안동에서는 다양한 추모행사가 열렸다. 선생이 살다간 일직면 조탑마을에는 고인을 그리워하는 사람들의 추모 발길이 이어졌고 추모식과 도서 및 유품 전시, 생전 거주 고택 방문, 소설 '한티재 하늘' 현장 답사 등 뜻깊은 행사가 잇따랐다.

'권정생 어린이재단 설립준비위'가 마련한 추모식에는 유족 대표인 권현웅씨와 동화작가 박기범, 박남준 시인, 선생이 유언에서 끝까지 믿음을 보였던 최완택(재단설립준비위원장) 목사, 박연철 변호사 등 지인들이 함께하며 선생에 대한 그리움을 나눴다.

이날 재단 설립준비위는 선생의 유언에 따라 어린이재단을 설립하고 남과 북의 어린이 돕기와 팔레스타인·티베트 등 세계 곳곳의 분쟁지역에서 전쟁과 폭력으로 고통받고 소외받는 어린이들을 위한 사업을 추진할 계획을 밝혔다.

재단 준비위는 추모기간 동안 '몽실언니'와 '강아지 똥' '한티재 하늘' 등 선생의 도서를 비롯해 안경과 친필유고·의류·집필도구 등 선생의 유품 등을 전시하고 서예가 장종규씨가 아이들에게 선생의 글귀를 써주기도 했다.

재단설립 준비위 안상학 사무처장(시인)은 "선생은 언제나 아이들이 평화롭게 사는 세상을 염원했다"며 "유언에 따라 어린이재단을 설립하고 남북어린이와 분쟁지역에서 고통받는 어린이 돕기 사업과 선생이 꿈꾸던 세상을 위한 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했다.

18일 오전 서울과 안동 인근에서 소설 '한티재 하늘' 답사길에 오른 100여명의 추모객들은 선생이 심고 가꾼 앵두나무와 비만 오면 장화를 신고 다녀와야 했던 1평 남짓한 화장실이 그대로인 선생이 살던 집과 선생의 유해가 뿌려진 빌뱅이 언덕을 찾아 작가의 아름다운 뜻을 기렸다.

이들은 또 선생의 소설에 등장하는 한티재와 돌음바우골·바랑골·섶밭밑·계산골 등을 찾아 작품 속 배경을 설명듣고 명륜동에 마련된 유품전시장도 관람했다.

 

 

 

 

출처: 대구 문인 협회

 

 

 

Jeg Ser Deg Sote Ram (당신은 소중한 사람) -신날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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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 08.05.26 15:30

    첫댓글 법 없이도 사시는 분, 한 평생을 이웃들과 함께 순수한 마음으로 지내신 권 작가님의 소천에 안타까움을 표하며, 이제 재단을 통하여 못다 이룬 소박한 꿈들이 조금씩 펼쳐지어 고통받는 아이들이 줄어 들었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 작성자 08.05.27 02:10

    어떻게 살아가는 것이 가장 아름다운 삶인지 몸소 보여주신 권작가님의 생애를 생각하니 숙연해집니다. 진정으로 아이들을 사랑하신 분..그 분의 뜻이 이루어지기를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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