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인의 총 하지연
성터의 깨진 돌들은 아직도 그날을 기억하고있습니다
남원성 전투,
그날의 함성과 눈물,
기억은 흙먼지처럼 켜켜이 쌓여,
낡은 시간 속에서 바래져 갑니다
돌 하나, 흙 한 줌, 풀 한 포기마다
이름 없는 별들이 바람에 잠듭니다
그날을 기억해요,
민들레의 숨결처럼
-------------------------
아이와 만인의 총 하지연
작은 발걸음이 둔덕 끝에서 멈춘다
아이의 눈은 이끼 낀 성벽을 오른다
“왜 이렇게 고요할까?”
대답 대신, 성벽 틈새로 흐르는 바람은
오래된 한숨을 길게 토해낸다
돌 틈 사이 흔들리는 풀잎,
그 아래 잠든 이름 모를 별들
아이의 손끝이 닿을 때마다
정유왜란에 피지 못한 꽃,
다시 피어난다
붉은 불길에 그을린 하늘의 눈물인가?
땅이 기억하는 찢긴 상처의 아픔인가?
아이의 투명한 빗방울이 흐른다
“저 별들처럼, 영원히 기억할게요”
첫댓글 역시 글이 조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