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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로 인해 모든 것이 변해가는 2020년의 교육 현장은 바야흐로 변혁적 상황에 놓여있다고 할 수 있다. 사태의 확산과 진정에 따라 몇 차례의 등교 수업과 재택 수업이 뒤바뀌고, 과거에는 특수한 상황에서만 이뤄졌던 비대면 수업이 전면적으로 시행되기도 했다. 이러한 상황에 제대로 대처를 못했던 교육 현장의 혼란은 상당 기간 계속되었고, 어느 정도 익숙해진 현재에도 그로 인한 문제점은 지속적으로 드러나고 있는 중이다. 그동안 ‘스마트 교육’이나 ‘AI 시대의 교육 환경’ 운운 하면서 기술 발전의 속도를 상찬하던 전문가와 언론들은, 새로운 사태에 직면해서 혼란스런 현실에 대해 오히려 비판을 퍼부어대는 등 전혀 도움이 되지 못했다고 평가하고 싶다. 다른 한편으로 이번 사태를 통해서 교육의 본질을 고민하고 학교 현장에서 인간다움의 소중한 가치를 인식할 수 있게 되었다는 점에서는 예기치 않는 소득을 얻게 되었다고 생각한다.
'교사가 묻고 교사가 답하다'라는 부제가 말해주듯, 이 책은 지난 1학기 혼란스러운 교육 현장에서 활동했던 현직 교사들의 경험을 토론 형식으로 풀어내고 있다. 유치원 교사로부터 초등학교와 중.고등학교 교사에 이르기까지, 혼란스런 교육 현장의 상황에 대해서 각자 느낀 바를 솔직하게 토로하고 있다. 그 결과 우리 교육 현실의 민낯이 적나라하게 드러나고 있으며, 여전히 관료주의적인 교육 행정의 현실을 목도할 수 있었다. 2학기에도 일부의 학생들은 여전히 비대면 수업으로 시작하였으며, 대합입시를 목전에 둔 고3만은 어떠한 상황에도 대면 수업의 원칙을 고수한다는 점이 ‘입시 위주로 짜여지는 한국의 교육 현실’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고 여겨진다.
지난 학기의 경험을 통하여 대부분의 교사들은 공공연하게 '코로나19 이후'의 교육은 분명히 과거와는 다른 모습일 것이라는 것에 공감하고 있다. 그렇다면 변화의 방향은 어떠해야 할 것인가? 그 전제는 바로 작금의 교육 현실을 냉정하게 진단하는 것에서부터 고민이 시작되어야 할 것이다. 모두 5개 항목으로 설정된 이 책은 6명의 교사들이 참여하여 코로나19로 인한 우리 교육 현장의 다양한 기억들을 공유하고, 그에 대한 문제점과 개선 방향에 대한 생각들을 토로하고 있다. 그리고 프롤로그에서 ‘코로나19 이후의 교육에 대하여’ 고민한 내용을 간략하게 정리하고, 에필로그에서는 ‘코로나19가 우리 교육에 던진 물음’에 대해 생각해보도록 하고 있다.
각급 학교를 담당하는 6명의 교사가 참여하여 토론한 내용들을 적시하면, '코로나19와 학생'(1장), '코로나19와 교사'(2장), '코로나19와 학교'(3장), 그리고 '코로나19와 교육'이라는 주제들이다. 마지막으로 '교육의 본질'을 5장에서 간략하게 정리하면서, 새로운 환경에서의 교육 현실에 대한 고민들이 여과없이 표출되고 있다. 특히 유치원이나 초등학교에서의 ‘돌봄교실’의 운영과 그로부터 소외되는 학생들의 문제가 심각하다는 것이 확인되었다고 한다. 나아가 온라인 교육이 각각의 가정이 처한 경제적 상황에 따라, 오히려 교육 격차를 더 벌어지게 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아마도 이러한 고민들은 모든 학생들에게 보편적인 교육을 제공해야 하는 고등학교까지의 교육 과정에서는 매우 중요한 문제일 것이다.
코로나19가 다소 진정된다고 해도, 앞으로의 교육 현장에서는 비대면 방식이 이전보다 폭넓게 활용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리고 그러한 방식을 현장에서 적용하는 과정에서 이러저러한 문제점들이 적지 않게 드러났으나, 그것은 비대면 교육의 본질이라기보다는 운용상의 문제로 인해서 부작용이 발생한 것이라 파악되고 있다. 다만 보편 교육을 지향하는 고등학교까지의 과정에서는 비대면 교육으로 인한 학습의 편차가 나타날 수밖에 없기에 그것을 상쇄할 방안을 찾는 것이 중요할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공문'이라는 형식으로 대표되는 교육계의 경직된 관료주의의 폐해는 이번 사태를 기화로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하지만 그것은 이미 오래 전부터 바로 잡혀야할 문제로 제기되었고, 이번에 유독 그로 인한 관료주의적 행태가 두드러졌을 뿐이라고 하겠다.
저자들이 에필로그에서 지적했듯 이제는 '코로나19가 우리 교육에 던진 물음'에 대해서 진지하게 마주하고 그 해답을 찾아나가는 과정이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이 책의 토론에 참여한 교사들의 경험과 제안들은 대부분의 교사들이 공감하는 내용들이기에, 앞으로 교육 현장에서 적극적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하지만 개별 교사들의 주장에는 충분히 공감하지만, 때로는 교사 개인 혹은 특정 학교의 개별적인 특성이 강조되었던 부분은 다소 아쉽게 느껴지기도 했다. 그러나 교육에서 가장 중요한 전제는 학생들과 교사들이 어울려 만들어나가는 교육 현장이지, 관료들의 머리나 책상에서 즉흥적으로 남발되는 탁상공론은 절대적으로 지양되어야 한다는 사실이다.(차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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