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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의 사람들이 노벨상을 가장 권위 있는 상으로 여기고, 그것을 수상한 사람들은 대단한 영광을 생각하곤 한다. 지난 2016년 미국의 가수 밥 딜런이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결정되었을 때, 나 역시 한동안 의아하게 생각했던 적이 있었다. 그러나 그의 삶의 역정을 어느 정도 알고 있었기에, 금새 수상자로서의 자격이 충분하다는 것을 인정했었다. 당시 국내의 주요 언론들은 밥 딜런의 몇몇 노래들과 반전 평화활동을 펼쳤던 그의 이력에 대해 중점적으로 논했던 것으로 기억된다. 나 역시 그러한 정보들에 크게 의존했고, 밥 딜런이 적극적인 사회활동을 했다는 것과 뛰어난 가수라는 것만을 인지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그의 생애와 활동을 소개한 이 책은 적어도 나에게 밥 딜런을 이해하는데 적지 않은 도움이 되었다고 생각된다. 아마도 저자는 노벨문학상 수상 이후에도, 반전활동이나 몇몇 노래를 소개하는데 집중된 밥 딜런에 대한 정보를 폭넓게 제대로 소개하고 싶다는 생각에서 이 책을 기획하고 저술했을 것이라 여겨진다. 노벨문학상 이후로 자서전을 비롯한 밥 딜런에 대해 다룬 책들이 적지 않게 출간되었지만, 나로서는 지인의 소개로 이번 기회에 이 책을 읽게 되었다. 이 책에서는 밥 딜런의 어린 시절부터 성장 과정을 포함하여 최근까지의 활동에 대해서 다루고 있었다. 다만 이 책에서는 개략적인 내용을 다루고 있기 때문에, 그의 음악 세계를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다른 정보들을 함께 살펴볼 필요가 있을 것이라. 예컨대 이 책은 밥 딜런을 이해하기 위한 입문서의 성격을 지니고 있다고 하겠다.
생각해 보니, 오랜 기간 활동했던 예술가들은 그 작품 세계를 하나로 규정할 수가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시간이 지나면서 작품 세계의 폭과 깊이가 변화하고, 때로는 전혀 다른 면모로 변신하는 것도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똑같은 노래를 부르지 않아’라는 책 제목은 몇 십 년 동안 활동했던 밥 딜런에게 너무도 당연한 수식어일 것이다. 하지만 밥 딜런을 포함한 많은 예술가들은 대중들에게는 해당 인물의 가장 강렬한 부분이 각인되어 있고, 그 이미지를 통해 예술가의 특징을 규정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아마도 저자는 음악 세계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하고 변화해가는 밥 딜런의 모습을 대중들에게 제대로 소개하고자 하는 마음에서 이 책을 저술했을 것이다. 그래서 저자는 ‘이 책을 지도처럼 읽으면서 밥 딜런의 삶을 되짚어 보’라고 하고 있다.
이 책은 크게 4개의 항목으로 이뤄져 있지만, 밥 딜런에 대해서는 앞의 세 항목에서 중점적으로 다루고 있다. 마지막 항목은 밥딜런처럼 전문가를 꿈꾸는 사람에게 건네는 조언이라 할 수 있다. 먼저 ‘1. 최고의 음악가이자 문학가의 탄생’에서는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결정된 이후, 당시 사람들이 보였던 상반된 태도와 시인으로서 밥 딜런의 문학적 성과에 대해서 간략하게 소개하는 것으로 시작하고 있다. 밥 딜런이 미네소타에서 태어나 더 깊은 시골인 히빙으로 이사하고, 고등학교 시절 음악에 빠져들게 되었던 과정에 대해서 서술하고 있다. ‘2. 내 삶, 내 우주를 담아낸 음악’에서는 대학 진학 이후, 보다 집중적으로 음악을 하려는 생각으로 대학을 중퇴하고 대도시 뉴욕에 진출하는 모습을 그려내고 있다. 밑바닥 생활을 견디면서 첫 음반이 나오기까지의 과정이 개략적으로 소개되어 있다.
아마도 밥 딜런의 예술가로서의 모습이 가장 잘 그려진 부분은 ‘3. 흐르는 바람처럼 자유롭게’의 내용일 것이다. 반전 평화활동과 인종차별에 반대하는 활동가로서의 모습과 자신만의 음악 세계를 구축하는 과정이 잘 드러나고 있다. 밥 딜런은 우리나라에서 '바람만이 아는 대답'이란 제목으로 잘 알려진 노래 ‘Blowin’ in the World’가 수록된 2집 앨범을 통해 비로소 대중 음악가로서 대중들에게 각인시킬 수 있었다. 저자는 밥 딜런을 특정 이미지에 갇히지 않고 자신만의 음악 세계를 추구하는 예술가로 인정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그래서 늘 음악적인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고 끊임없이 변화하며, 밥 딜런이 ‘똑같은 노래는 부르지 않’는 면모를 지니고 있다고 한 것이다. 김광석의 노래 '두 바퀴로 가는 자동차'는 밥 딜런의 노래를 번안한 곡이라는 것도 이미 충분히 알려져 있다. 나는 이 책을 통해서 밥 딜런에 대한 보다 넓은 이해에 도달할 수 있었다. 이 책을 시작으로, 앞으로 밥 딜런을 이해할 수 있는 자료들을 더 찾아볼 수 있기를 기대한다.(차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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