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석남의 시로 가꾸는 정원] [104] 미안한 일
미안한 일
김사인
개구리 한 마리가 가부좌하고 눈을 부라리며 상체를 내 쪽으로 쑥 내밀고 울대를 꿀럭거린다. 뭐라고 성을 내며 따지는 게 틀림없는데 둔해 알아먹지 못하고 나는 뒷목만 긁는다 눈만 꿈벅거린다 늙은 두꺼비처럼.
―김사인(1956~ )
모처럼 봄 들길을 걷습니다. 이것저것 보기 좋은 것 많습니다. 막 밀고 올라오는 것들입니다. 끄집어 당기는 햇빛입니다. 개운한 바람입니다. 그 덕에 깊숙이 잠겼던 미소도 오랜만에 번져 올라옵니다. 저절로 저절로 그리합니다. 순리의 세계로 들어가니 그리합니다. 나도 무언가 밀고 올라온 듯 대견합니다. 이쯤 되면 보이는 모든 것, 느낌의 모든 대상이 너나없는 한 백성입니다. 어라, 좀 이른 듯싶은데 개구리가 있습니다. 성질 급한 놈입니다. 도망은 커녕 덤벼들 자세입니다. 짐작으로는 '성을 내며 따지는 게 틀림'없습니다. 대단히 '미안한 일'입니다. '좌선'을 방해한 거지요. 순간 '늙은 두꺼비'가 되어 눈을 맞추는 수밖에 없습니다.
봄날 하루, 미물들 속에서 함께 미물이 되어 보는 공부는 어떨까요? 흉한 욕망의 악다구니를 피해 무릎을 땅에 대보는 것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