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준의 단편 ‘돌다리’를 읽고(정영숙)
1.「돌다리」줄거리
주인공 창섭의 여동생은 맹장염에 걸렸으나 오진으로 치료 받지 못하고 죽었다. 동생의 죽음에 한이 된 창섭은 아버지의 뜻을 거역하고 농업학교에 가지 않고 의학전문학교에 진학하여 맹장수술로 유명한 외과 의사가 된다. 서울에서 맹장수술로 유명한 의사가 되자 병실이 부족할 정도이다. 그래서 병원을 확장하려지만 자금이 없어 고향에 있는 땅을 팔아 자금을 마련하려 한다. 또한 시골에서 농사짓는 부모님을 서울에 모셔와 함께 살아야겠다고 생각하고 이를 상의하기위해 고향에 내려온다. 아버지는 성실하게 순수한 봉사로 마을의 돌다리도 놓고 땅을 중시하는 사람에게는 자신의 땅도 주고 싶어 하는 순수열정의 착한 농군이다. 창섭이 찾아 간 날에는 떠내려간 돌다리를 마을 사람들과 보수하고 있었다. 아들을 따라 잠시 들렸던 아버지는 창섭의 말을 듣고 잠시 시간을 달라고 하며 다시 돌다리를 고치러 간다.
돌다리 공사를 끝내고 돌아온 아버지는 창섭에게 땅을 팔수 없다고 한다. 할아버지에 이어 아버지가 심고 가꾼 논, 밭, 나무 덕분에 창섭이 성공한 의사가 될 수 있었다고 말씀하신다. 생명과 같은 땅을 파는 것은 하늘을 파는 것과 같다고 말하며, 죽은 뒤에는 열심히 땅을 가꾸는 이웃 농부에게 팔 것을 유언한다. 돈이 없을 시에는 천천히 벌어서 갚을 기회까지 주라고한다. 창섭은 아버지의 깊은 뜻을 이해하고 돌아간다. 서울로 돌아가는 아들의 뒷모습을 보며 아버지는 불편한 마음을 가지지만, 자신이 고친 마을 돌다리를 가꾸고 보살피며 소중한 고향을 지킨다.
2. 「돌다리」에 대한 분석
이글은 《국민문학》에 1943년 발표된 단편이다. 이글은 신세대와 구세대가 급격한 변화의 바람 앞에 있을 때 쓴 글이다. 시골에 있는 땅을 팔아 병원을 확장하고자 하는 아들과 땅을 소중히 여기는 아버지와의 갈등을 그린 글이다.
아버지세대는 땅을 삶의 근원적 힘으로 보고, 선조들의 혼과 정성을 소중히 여긴다. 땅을 지키고 마을에서 정을 나누고 사는 것이 시대의 거센 폭풍에서 이길 수 있는 힘이다. 즉 물질보다는 정신적인 가치가 더 중요 하다고 생각한다. 아들세대는 편리한 물질문명의 이익을 구세대와 함께 누리고자한다. 시골 땅을 팔아 병원을 확장하여 땅의 물질적 가치를 극대화하고자 한다. 하지만 창섭 아버지는 이미 나무다리가 놓여 졌는데도 불구하고 옛 돌다리를 보수한다. 이 돌다리의 의미는 구세대와 신세대를 연결 시켜 준다는 의미를 암시하고 있다. 옛것을 버리는 것이 아니라 옛것을 익히고 새것을 받아들인다는 것이다. 창섭은 증축하고자 하는 뜻을 굽히고 아버지의뜻을 받아들이는 것을 통해 아버지를 야속하다고 생각하지 않고 오히려 훌륭한 인물로 평가하는 것은 구세대의 것을 수용하겠다는 의지가 보아는 것이다. 즉 돌다리를 세운다는 것은 새것이 있다 해도 옛것을 소중하게 여겨 자신의 뿌리, 즉 근본을 잊지 않고 살아가겠다는 의미이다. 시대적 생황으로 볼 때, 돌다리가 무너진 것은 일제 강점기에 무너진 조선을 뜻한다면, 돌다리를 고치는 것은 다시 나라의 주권을 회복하는 것이다. 일제에 의해 고초를 당하고 있지만 우리 것을 지키고 소중히 여긴다면 분명 우리나라를 흔들림 없이 단단하게 지킬 수 있는 것이다. 아버지의 무너진 다리고치기는 우리의 속에 숨은 강인한 민족성과 견고한 전통을 어떠한 상황에서도 지키겠다는 신념을 보여준다. 일제 강점기에 이런 우회적인 돌다리라는 소재로 우리 무너진 자존심을 잔잔하게 지키겠다는 표현을 한소설로서 큰 목소리를 심어 놓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