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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한 분 : 알모, 망고, 연어알, 앤, 진달래
알모, 망고, 연어알 이렇게 셋이 모였다가 앤님과 진달래님이 나중에 함께 해주셨어요.
오붓했지만 함께 나눈 이야기는 뜨거웠습니다.
영국 여행 중에도 멋진 풍경과 함께 찍은 마중이, 좋은 시, 그리고 여행기까지 올려주신 알모님..
그 정성에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습니다. 알모님.. 정말 대단하십니다.
처음은 알모님이 열어주셨어요.
읽을 시가 많아서 아예 하루에 시집 한 권씩을 읽으신다는 알모님... 정말 들려주신 이야기는 풍성했습니다.
<최승호 시인의 말놀이 시집> 아이들에게는 좋겠다. 마음의 위로를 받기 위해 시로 읽기 보다는 말놀이로 좋을 것 같다.
<맨날맨날 착하기는 힘들어/안진영/ 문학동네> 생각보다 좋은 시가 많았다. 시집의 절반정도를 옮겨 적게 되었다. 옮겨 보니 20편 정도가 되었다.
권정생 선생님의 시는 시 친구들에게 카톡으로 보냈을 때 답이 정말 많았다. 정리하고 나니 몇장을 넘길 정도로...
<나만 알래/권정생/ 문학동네> 동시집은 참 좋다. 모두 좋아서 어느 것 하나를 선택해 옮겨 적을 수 없었다.
<새의 얼굴/ 윤제림/ 문학동네> 좋았다. 시를 다 옮겨 적을 수 없어서 제목만 적어보았는데 많이 적게 되더라.
어떤 사람들은 시를 보내면 시적인 표현으로 답을 해주는 사람이 있다. 헌데 워즈워드의 시 경우에는 답이 썰렁했다.
학자같은 느낌.. 이해를 해야 하는 말이 많았다. 요새 아이들이 읽기는 힘들겠다.
영국 여행 9일째에 런던 동물원에 갔다. 그곳엔 쌍봉 낙타도 있고, 쇠똥구리도 있었다.
동시마중에 있는 시가 다 있었다. 시 속에 있는 낙타와 동물원에 있는 낙타가 다른 느낌이다.
시 속에서는 짐을 싣고 가더라도 자유롭지만 동물원의 낙타는 저게 낙타인가 싶었다.
시에서 나오는 낙타가 소같다는 느낌도 들었다.
어느 날에는 내가 시를 고르지 않고 그날에 맞게 시가 내게로 와서 보내게 될 때가 있다.
쌍봉 낙타가 그런 경우이다.
<나 혼자 잘하겠어요/임길택/창비> , <할머니의 힘/ 김용택/문학동네>, <돌멩이가 따뜻해졌다/오인태/ 문학동네> 이 세 사람은 유명한 시인이지만 시집의 시는 성에 안 차고, 보내고 싶은 시가 없었다 간신히 하나를 선택해서 보냈다.
위의 시를 읽고 힘이 빠졌는데 동시마중 과월호를 읽고 나니 기운이 났다. 좋은 시를 읽고 나서 힘이 생겼다.
<목욕탕에서 선생님을 만났다/강정규/문학동네> 평소 강정규 선생님의 작품을 좋아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이 시집은 좋았다.
옮겨 적어가면서 51편 중에 42편을 옮겨 적었다. 다 좋았다.
<축구부에 들고 싶다/ 성명진/창비> 이 시집은 평범했다. 많이 알려진 시들 정도 외에는 와 닿지 않았다. 그러나 괜찮은 시 축에 들었다.
<아기까치의 우산/ 김미혜/ 창비> 좋았다.
<질문의 책/ 파블로 네루다/문학동네> 는 심심할 때 읽었다.
<부슬비 내리던 장말/ 안학수/문학동네> 시집의 절반 정도가 마음에 와 닿았다.
<진짜랑 깨/ 권오삼/ 창비> 그저 그랬다.
<콧구멍만 바쁘다/이정록/ 창비> 다른 시들이 좋아서 기대했는데 그렇게 기대만큼 좋지 않았다. 읽으면서 느낀 점은 창비 시집이 별로다. 성향상 창비 시집보다는 문학동네 시집이 마음에 더 남았다.
<해바라기야/ 최명란/창비> 최명란의 시는 발바닥이 좋았다. 너무 멀어서 볼 수 없다는 두줄짜리 시가 강렬하고 좋았다. 그러나 시집에서 두줄짜리 시가 계속 이어져 있으니 좋았던 시마저도 말장난처럼 느껴졌다. 시의 문제도 있겠지만 편집의 문제도 있는 것 같다. 같은 패턴의 두 줄 시를 계속 이어놓으니 오히려 감동을 떨어뜨렸다. 문학동네가 더 좋게 느껴졌다. 시집을 구성할 때 1부, 2부, 3부 등 각각의 시의 배치도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한다. 같은 패턴이 식상하게 된다.
영국여행을 하면서 워즈워드 시집과 동시마중과 같이 읽고, 가지고 다니기 좋았다.
송선미 시인에게 사다줄 거 있냐고 물었더니 워즈워드 생가앞에서 한장 찍어주세요한게 시작이 되었다.
좋았던게 동시마중으로 상징되는 사람들에 대한 추억, 알모책방 사람들. 동시마중 사람들을 떠올리게 하고 그래서 같이 가고 싶은 사람들을 담아가는 느낌이었다.
동시마중에 대한 열띤 이야기를 나누고 난 후 알모님은 원어로 워즈워드의 수선화를 읽어주셨어요.
다음은 망고님
언젠가부터 시집을 보면 망고님의 목소리가 들려요. 망고님의 목소리가 참 좋아요.
<아기까지 우산/ 김미혜/창비> 딱정벌레- 뒷부분이 공감이 되었다.
꽃 이름 부르며
도깨비 바늘
<서울에 사는 평강공주/ 박라연/문학동네> 콩새님이 아벨 서점에서 골라주신 시집이다.
시인이 되려고 하는 사람이 시집에 습작을 해서 끄적거려 놓은 것이 있다. 함께 읽어도 좋을 것 같아 가져왔다.
편지
늦깍이- 나와 비슷한 느낌이어서 골라봤다.
시집에 적힌 습작생의 시 두 편을 더 읽어주셨어요^^
<집에 돌아갈 날짜를 세어보다/이진명/문학동네> 이진명 시인은 시집 앞에 그려진 그림과 글의 느낌이 남자 같았으나 찾아보니 여자분이다. 시가 무척 길고 두껍다. 그래도 박라연 시집보다는 더 좋았다.
집에 돌아갈 날짜를 세어보다
나무 이름 하나
배추 파는 여자
이 부분에 진달래님이 짠하고 나타나시어 좋은 시와 자작시를 읽어주셨습니다.
<맛의 거리/곽해룡/ 문학동네> 사탕하나 물면 다녀 올 수 있는 거리. 거리를 맛으로 표현하다니요.. 맛집 거리가 아니었어요.
<벽면 부부/이진달래/자작시> 동시는 아니지만 진달래님의 자작시가 정말 좋았어요.
우리는 모두 크~~ 햐~~~ 흐~! 모두 감탄사!
<늦은 저녁식탁에 앉았다/ 이진달래/자작시> 망고님 버전으로 다시 읽어보기도 했어요.
이 뒤에 쓰고 계신 시는 <사투>라고!! 궁금합니다!!! 다음달에 꼭꼭꼭 들려주세요!!
진달래님과 함께 등장하셨던 미쳐님이 뒤이어 말씀하셨어요.
여성운동가 정희진씨에게서 들으셨던 말을 전해주셨습니다. "요즘 시대를 잉여시대로 표현한다. 잉여는 남는다가 아니라 필요가 없다는 뜻이다. 이 시대를 인식하기 위한 사회 약자의 시각, 사회약자는 성 소수자,가난한 사람, 그리고 예쁘지 않은 사람이다. 키가 165를 넘지 못하는 남자도 포함된다. 사회 약자의 시각이 지금 이 시대를 살아가기에는 창의적이고 생산적이고 자기 보호적이고 현실적이다. 적응력이 더 뛰어나고 더 재미있게 살아갈 수가 있다"
한겨레 신문에 실린 황현산 번역가의 말씀도 전해주셨어요. "지식은 안 할말이 무엇인가를 아는데 많이 쓰인다 정부나 청와대 대변인들이 이상한 소리를 하는 건 안 할 말이나 할 말을 몰라서 그런 것이다. 사람이 글과 공부를 오래하면 상투적인 말을 피하게 된다. 부정직한 말 대충 해버리게 되는 말을 피하게 되는 것이다. 정직하게 말하는 것이 좋은 글이라고 할 수 있다. 외국어를 어떻게든 번역하려다보면 우리말의 숨은 힘들을 낡은 창고에서 기구 꺼내듯 해야 한다. 적당히 번역하려고만 하면 우리말이 가진 힘을 다 이용할 수 없다,그 말들이 현실 속에 와 활동하게 만들면서 표현 역량을 드높히고 현실의 사고 방법이나 체계까지도 바꿀 수 있다. 이것이 타자적 힘이다." 글을 잘 쓰려면 자신의 문체가 있어야 한다." “글을 잘 쓰려면 강력한 자기 문체가 있어야 한다. 번역도 글을 잘 쓰는 것이다. 번역하는 사람들은 정치적으로 좌파여야 한다. 우선 공감하는 능력이 필요하고, 두번째는 고통의 언어를 자기 말로 바꿀 수 있는 능력이 있어야 한다. 번역하는 사람들이 반드시 가져야 할 게 바로 이런 좌파적 상상력이다.”
좌파라고 표현했지만 결국은 소수자의 말이지 않을까 싶다. 다수의 말을 배우려기보다 내 말, 나의 위치에서 나의 말을 가져야 한다는 생각을 했다. 상대방이 알아들을 수 있는 말로 정확하게 말해야겠구나. 상대방의 말을 나에게도 울림이 될 수 있는 말로 자꾸 들어야겠구나 하고 생각했다. 잘 들으려고 노력해야한다.
<함께 나눈 이야기>
- 시집을 읽을 때 공감가는 시가 많지 않다. 시 찾는 게 상당히 어려운 과정인 것 같다. 알모가 아침마다 시를 찾는 건 참 대단한 일이다.
-뽀뽀의 힘을 보면서 동시를 좋아하는 걸까 쉬운 어른 시를 좋아하는 걸까 고민했다.
첫눈에 들어오는 시가 별로 없었다. 다시 또 다시 보면서 내 눈이 잘못된 건 아닐까
심오한 시, 이중적인 시, 깊이가 있는 시를 좋아하면서 결국 동시가 아닌 시를 찾고 있는 건 아닐까.
아이의 시각으로 시를 바라보자라고 해서 다시 시를 골라 카톡으로 보내니 좋아하는 사람이 많았다.
현실을 많이 반영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파트에 살고, 일상적인 보통의 아이들을 많이 썼다.
어른이 동시를 썼구나 하는 시의 형태가 많다. 아이인척 가장한 시가 참 많다. 눈에 보인다.
-추필숙의 <새들도 번지점프를 하다>를 읽고 작가의 세계관을 생각했다. 제발 땅으로 보내달라는 이야기를 듣고도 옥수수를 전자렌지에 넣고 꽃처럼 피어난다는 건 동심도 아니다. 오히려 잔인하다. 처절한 애원을 무시하고 꽃으로 핀다는 표현을 어떻게 할 수 있는가. 국립 묘지, 낚시밥도 모두 공감이 안 된다. 더블 클릭은 엄마의 이야기이지 아이의 글이 아니다. 다른 사람의 슬픔에 대해 너무나도 공감하지 못한다. 이건 사회적으로도 문제다.
- 솔직히 내가 왜 동시를 읽는가?에 대해 생각해본다. 깨끗하게 마음 비우고 내가 아이들에게 들려줄 좋은 동시를 찾는 건지.. 아니면 내가 위안 받고 싶어서 어른 시는 너무 복잡하고 어려운게 많으니까.. 잔인한 단어도 많고.. 그러나 안타깝게도 동시로 위안을 받으수가 없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동시집을 읽고 손에 꼽히는 게 한 두개 있고..새로우면 충격을 받으면서 위안을 받고, 내 안의 어린이를 치유할 수도 있고.. 허나 요즘에는 와 닿지 않는다.
- 그 경우는 다른 책도 마찬가지다. 알모책방에서 일년 책을 읽으면 두권 정도만 가슴에 품는다. 보물찾기 같다. 마중가는 것 같다. 더듬더듬해서 딱 하나 만나고..
- 동시든 시든 구별이 없어야 하고. 마음이 담겨야 하는데. 그런 좋은 시를 찾기가 어려웠던 것 같다.
- 알모가 영어로 시를 보냈을 때 어려운 우리말로 번역된 것 보다 생생한 영어가 더 와닿았다.
- <어린이와 문학>에서 동시로 강좌를 열었을때 어린이가 쓴 시에 대해 시인이 좀더 긴장해야겠다고 이야기 했다. 그러나 한편으로 웃으며 어린이 시인이 길어야 2, 3년이라는 이야기를 하는 것을 들었다. 오래 못 갑니다..라고.....웃으며 넘기는데, 그 이야기에 가슴이 쿵 하고 내려 앉았다. 웃음의 맥락을 잘못 이해했는지는 몰라도.. 길어야 3년이라면 , 웃을 게 아니라 절망해야 한다. 어린이 시인들이 동시를 사랑하며 계속 성장할 수 없는 환경에 대해 같이 고민하고 아파해야한다. 웃고 넘어가는 모습에서 왜 밥그릇이 생각이 났을까.. 시는 시인만이 쓰는 것이 아니라.. 전 국민이 시인이 될 수 있는 환경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어린이시와 어른이 쓰는 동시를 구분하니까 자꾸 어른이 아이들을 흉내내는 시가 만들어지는 것이 아닐까. 물론 어린이시는 어린이 시의 영역이 있다. 라는 취지에서 나온 말인 줄 알면서도....
<<동시마중 제 25호를 읽고>>
- 이번 호 표지 색감이 어디에 놓아도 예뻤다. 튀는 것 같은데 자연과 잘 어울린다.
어느 곳에 두어도 어울리지 않은 곳이 없다.
- 동시마중을 읽고에 남궁윤지 학생의 글이 좋았다.
- 대눈파리의 경우 세번 째 연에서 유머러스한 싸움이란 말이 나온다.왜 외래어를 사용했을까.
이 시를 읽고 사람들의 반응은 재밌네요. 귀여워요 라고 했다. 흥미진진하고 진중한 싸움에 경의를 표합니다.라고는 단 한사람만 표현했다. 이 싸움은 굉장히 처절한 싸움이다. 유머러스라고 표현하니 독자는 유쾌하게 받아들인다. 첫연 둘째연에서 작가가 할말을 다 했다. 독자가 스스로 받아들일 부분을 작가가 다 말하니 더 설득력이 없는 시가 되었다.
-강기화의 멸종은 멸종이란 시에서 롤리키드가 두번 나온다. 중요해서? 편집자가 못찾아서?
공감이 가지 않는다. 멸종위기로 쓴 시가 또 있을 거다. 그 동물들을 빼고 쓴 건가?
작가 자체도 멸종위기의 동물을 잘 모르는 것 같다. 자신 안에서 소화가 안 된 것을 사전 보고 쓴 것 같은 느낌이다.
- 금해랑의 기차가 들려준 이야기, 김밥 속 단무지는 공감이 가지 않는다.
- 김개미의 어이없는 놈이 처음 나왔을 때 좋았다. 그러나 어이 없는 놈에서 빨리 변화를 가졌으면 한다. 빨간 구두에서는 폭력이 정당화되는 표현이 나온다. 밥솥을 패대기 치고 벽을 때리는 아빠를 그렇게 나쁜 사람은 아니라고 아이가 생각할 때는 정말 아프고 고통스러운 상황에서 생각을 바꾸려고 애쓰는 상태이다. 그런 애 쓰는 것은 표현이 안 되고 너무도 쉽게 우리 아빠는 나쁜 사람이 아닐지 모른다고 한다. 특히 삽화에서 아빠는 빛나고 있다. 폭력을 쓰는 아빠를 멋지게 표현한건지 무섭게 표현한 건지.. 무얼 전달하려는지 알 수가 없다.
- 김현서의 반성문도 공감이 안간다. 아빠는 정말 야비하다라는 말을 아이들에게 공감을 받고자 한 것일까. 장미란? 이런 시가 동시를 식상하게 한다.
- 이병승의 시는 설명이 붙어 있어야 할 것을 모두 시에 담아 이야기했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 이옥용의 나란히 나란히 는 말장난 같고, ㅌ-ㄱ... 람도 굳이 이렇게 써야 했을까.
- 장옥관의 목련은 식상하다. 너무나도 같은 제목. 특별히 신선한 게 아니면 주목 받기가 어렵다.
- 정병근의 나무는, 뭐가 될까...는 전혀 새롭지 않다. 어디서 들었던 것 같은 내용. 겨울 열살이라는 표현도 없는 게 좋을 것 같다.
동시마중의 시들이 어른의 시각으로 쓰여진 시가 많다. 반드시 어린이가 쓴 것처럼 써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동시마중의 시가 어려울 때가 있다. 그럼 동시마중의 독자는 누구인가. 동시를 사랑하는 어른들이 대상인가라고 생각 했더니 정유경의 머릿말을 보니, 했어요.. 가 나온다. 말투가 너무 어리고 어색하다. 머릿말은 아이들을 생각해서 이렇게 쓰셨나 하고 시를 읽다보면 그것도 아닌 것 같다. USB를 달팽이집으로 연상하는 건 조금은 작위적인 느낌이 든다. 전반적으로 오글거리는 느낌.
- 동시마중도 기다림이 필요한 것 같다. 동시마중은 광고를 싣지 않는 유일한 잡지이다. 이 잡지를 구독할 사람이라면 좋은 작품이 나올 때까지 충분히 기다릴 수 있는 사람이지 않을까. 지면을 채우기 위해서 합평이 끝나지 않은 것 같은 동시를 내보낸 것보다 차라리 비우는 게 낫겠다는 생각을 한다. 작가로 보면 시 한 편을 쓰기는 참으로 어렵겠지만.. 독자로서 문제제기를 해야 시인도 거듭날 수 있지 않을까 한다.
마지막으로 연어알의 귓가에 맴돌던 시들을 몇편 읽고 마무리를 했습니다.
- 연어알
지금 필요한 것
<지루한 세상에 불타는 구두를 던져라 / 신현림/ 세계사>
모든 게 고통으로 벅차온다.
내가 그리워 한 밥과 흙 사이에
자유의 의미를 지닌 모든 게 시들해진다.
밥벌이가 힘겹다.
정작 하고 싶은 일은 못하고,
의욕을 잃고,
어떤 외로움도 나를 깨우지 못하여
계단은 비상구로도 흐르지 않는다.
집과 애인,
태양을 비축하지 못한 나는
모든 걸 놓친 것은 아닌가?
왠지 억울하고
잘못 살았다는 생각이 들면
당신은 어찌 이기는가?
자신이 왜 여기에 있는지 묻지 않고
나이로 강박의 그늘을 넓히지 않고,
완벽한 생을 요구하지 않고,
다만 묵묵히 두더지처럼 깊이로 사는
당신의 얘기를 듣고 싶다.
당신의 손에서 목수의 손을 본다.
나무와 톱 망치와 못을 다스리는 손
사려 깊은 손,
뭐든 일으켜 세우는 손,
그 진지함을...
살기 위해서 매일 죽는 자들을
만나고 돌아오는 퇴근길에
건전지와 장미 한 다발을 사들며 뇌까린다.
아! 기분을 바꿔야해.
제니스 조플린 노래 따라 어깨춤을 추며
나는 기다린다.
당신의 과묵한 열기와 저 노래의 마력이
내게 전염되기를
맹목적인 생의 열정이 무섭게 타오르길...
다시
다시
그리고 매번
다시
방어진 해녀
<호랑이 발자국/ 손택수/ 창비>
방어진 몽돌밭에 앉아
술안주로 멍게를 청했더니
파도가 어루만진 몽돌처럼 둥실둥실한 아낙 하나
바다를 향해 손나팔을 분다
(멍기 있나, 멍기-)
한여름 원두막에서 참외밭을 향해 소리라도 치듯
갯내음 물신한 사투리가
휘둥그래진 시선을 끌고 물능선을 넘어가는데
저렇게 소리만 치면 멍게가 스스로 알아듣고
찾아오기라도 한다는 말인가
하마터면 실성한 여잔가 했더니
파도소리 그저 심드렁
갈매기 울음도 다만 무덤덤
그 사투리 저 혼자 자맥질하다 잠잠해진 바다
속에서 무엇인가 불쑥 솟구쳐올랐다
하아,하아- 파도를 끌고
손 흔들며 숨차게 헤엄쳐 나오는 해녀.
내 놀란 눈엔 글쎄 물속에서 방금 나온 그 해녀
실팍한 엉덩이며 볼록한 가슴이 갓 따올린
멍게로 보이더니
아니 멍기로만 보이더니
한잔 술에 미친 척 나도 문득 즉석에서
멍기 있나, 멍기- 수평선 너머를 향해
가슴에 멍이 든 이름 하나 소리쳐 불러보고 싶었다.
* 소주와 멍기 생각이 간절해지는 요즘입니다.
언제고 우리 함께 가요! 방어진에 멍기 먹으러요~~~
이번 후기는 정말 쓰기 어려웠네요. 풍성하고도 다양한 이야기가 오갔는데 정리를 잘 못하고 있어요.
무엇보다도 나는 왜 동시를 읽는가? 나는 왜 동시를 좋아하는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이 머릿속에 맴돌다보니
이야기를 어떻게 풀어야 하나 생각이 많았던듯합니다.
모두 저보다는 더 뛰어나신 분들이라 제가 횡설수설 정리해놓은 글을 읽고도 잘 전달 받으실 거라 생각합니다.
암튼 시간이 무르익을수록 우리들의 고민도 많아지는 것 같아요.
시를 보는 눈도 높아지고, 갈증도 많아지고...
이 지점에서 우리들을 혼란 속에서 인도하실 슨생님~, 이안 선생님을 모실 기회가 마련되었습니다.
다음 모임은 수요일이 아닌 목요일!
6월 12일 10시부터 12시까지는 동시모임을 가지고,
12시부터 1시까지는 이안선생님과 이야기도 나누고 싸인도 받는 알찬 시간을 갖겠습니다.
동시에 대해 할 말이 많다고 벼르고 계셨던 분들은 다 모이세요~~~~ ^^
더불어 애정을 가진 분들도요~~~~~~ ^^
필 받으면 방어진으로 멍기 먹으러 갈 지도 몰라요~~ ㅋㅋㅋ (농담입니다)
자 6월 12일입니다! 6월 12일에 뵙겠습니다!!
첫댓글 연어알님!!! 들으면서 끄덕이면서 남긴 글이 뜨겁습니다. 호호 불어서 야금야금 읽고 있습니다.
이른 아침까지 잠 안자고 썼어요? 고맙고, 연어알 마음이 남아있습니다. 쌩유! 멋진 후기
아이고.. 똥줄 탔어요.. 어찌 정리해야할지.. 막막하더라구요.. 그만큼 우리의 고민도 많았고, 이야기도 풍성했던 것 같아요... 혹시라도 놓친 건 없는지 계속 반복해서 읽어보고 있네요. 수정해야 할 내용이 있으면 알려주세요~~~ 따뜻한 마음... 감사합니다!
ㅎㅎ
후기 쓰느라 불철주야 애쓴 연어알님께 박수! 박수! 박수!를.
놓치는 건 놓치는 대로 주운 건 주운대로... 좋아요.
우리가 나눈 이야기들을 녹취를 해서 들려준들 그날 우리가 나눈 마음이 전달 되겠어요?
그저 공감할 사람은 하고, 공감할 부분은 하고... 그러는 거죠.
개인적으로는 이번 달 모임에서는 '좋은 동시에 감탄하며 읽기'가 부족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양이 너무 풍성해서였고 마음이 붕붕 떠 있어서였던 듯.
다음 달에는 멋진 시 소개하는 것에 기운을 쓸래요.
다음 모임 벌써부터 기대기대~~
<동시마중> 까페에 스크랩 할께요~~
동시를 더 많이, 더 열심히 읽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많이 읽어보지도 않고, 말이 많았던 듯 해서.. 반성하고 있어요^^
연어알님 모임후기 생생하니 잘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