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생일
큰애는 토요일 새벽에
서울을 출발해서
도착한 시간은 아침 8시!
피곤했는지 잠깐 눈을 부치다
9시에 둘째와 합류했다
이번 내 생일에는 어느 배경안에서 아이들과 멋진 시간을 보낼까 고민을 많이 했다ㆍ
'수안보에 가서 조산을 오르고 온천욕을 할까, 월악산 하늘재를 걸을까? 제천 의림지를 다시 갈까?' 대부분 인근거리를 중심으로 생각했다ㆍ
요모조모 계획하다가 이곳에서 조금 거리는 있지만, 호수와 길이 부드러운 강원도 횡성호숫길을 걷기로 했다ㆍ
나는 이번이 네 번째 방문이었다ㆍ아이들은 처음이었지만ㆍ
"엄마 생신때 무얼하고 싶으세요?"
라는 사전 아이들의 물음에 편안하게 걸으며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다ㆍ
자식들의 고민이나 현재의 삶을
알고 싶었다ㆍ여행하면서 멋진 풍경안에서의 대화는 아이들이 어릴 때부터 해오던 오랜 습관이다ㆍ
환하게 물이 든 나무의 화려한 모습이 호수에 비추니, 참 아름다웠다ㆍ주차장에 꽉 찬 대형버스에서 쏟아져 나온 사람들로
왁자한 호숫길 초입, 그래서 가벼운 흥분까지 인다ㆍ아이들이 극구 말리는데도 불구하고,
매표소 곁에 구두를 벗어 놓고 맨발로 걸었다ㆍ부드러운 흙과 낙엽이 깔린 산길, 호숫길은 맨발걷기에 최고였다ㆍ
그동안 걷던 많은 길 들에 비교하자면, 횡성호숫길은 부드러운 비단길이었다ㆍ호수에 찰랑이는 물은 햇살과 만나 수정처럼 반짝인다
상수리 나무의 멋스러움은 여전했다
나즈막한 산이 호수를 껴안아 부드럽다ㆍ자연 그대로의 모습도 좋은데, 요소요소에 나무를 이용한
나무병정이며 데크 휴게소는 사진을 찍고 휴식하기에 좋았다 ㆍ
호숫길의 가장 난코스는 자갈돌이 깔린 40미터 가량의 마지막 코스였는데,
아들형제가 등을 내민다ㆍ
장난였지만 유쾌하고 흐믓했다ㆍ
우리소희의 나풀나풀 명랑함이 기쁨이 배가 되게 했다ㆍ그냥 업혀볼까 잠깐 후회를 한다ㆍ
오후 2시가 되어 횡성축협하나로에
들러 비싼 횡성한우를 마음껏 먹었다
가격이 우리동네 한우의 두 배나 되었지만, 기분탓인지
살살 녹는 고기맛이 일품이었다ㆍ
올 봄에 큰애의 6급 승진,
11월 예정 아이의 출산의 기다림
회사이야기ㆍ출산 휴가 내어 별콩이의 6개월을 공동육아 계획, 그리고 대학원 진학ㆍㆍㆍ
작은애의 1년 후 출산계획과 다시 일하려는 고민ㆍㆍㆍㆍㆍㆍ
작은 며느리의 명랑한 몸짓과 센스
넘치는 위트에 하루가 즐거웠다
저녁에는 모두 집으로 와서 가볍게 잔치국수를 말아주었더니 달게 먹는다ㆍ케잌을 자르고 아이들의 축하와 덕담을 나눴다ㆍ
올 생일에 그이는 울릉도로 시골 동무들과 여행을 떠나서 함께 하지 못했고, 큰며느리는 만삭이라 불참했다ㆍ오붓하게 넷이서 보낸
1박2일이었다
큰애는 악어그림의 자켓을 선물로
보냈고, 작은애는 하루종일 음식을
만들어 가져왔다ㆍ미역국. 불고기에
4가지 밑반찬이 맛있었다ㆍ아이의 정성이 가득 담긴 것이 보여서 흐믓했다ㆍ특히 큰애는 지난 추석에
선산에서 밤을 줍는 모습을 지켜보고 밤송이에 손이 찔리기도 하는 것이 마음 쓰였는지 밤 줍는 도구를 사서 보냈다ㆍ걱정했는 많은 일들이 조금씩 해결이 되고 점점 우리 가족이 되어가는 모습이라 고맙다
올곧게 자신의 자리에서 굳혀가는
아들형제의 모습을 확인하며 흐믓하고 고마웠다ㆍ정치ㆍ경제
사회문제까지 서로의 의견을 주고 받으며 걸은 빛나는 시간이었다
올 생일에 가장 큰 선물은 뭐니뭐니
해도 결혼을 해서 독립한, 이제는 며느리의 남편이 된 아들 형제와 함께 한 하루였다ㆍ특별히 애 아버지가 되기 전 장남이 하룻밤 자고 간 일은 엄마를 춤추게 했다
울긋불긋 물이 든 아름다운 가을날에
나를 낳아주신 내아버지 내어머니께
감사한다
"고맙습니다ㆍ
숲을 거닐 때마다 두 분을 그리워합니다ㆍ
두분의 삶처럼
산책 하듯이 즐겁게 살겠습니다"
2023.10.29 일요일 밤에
첫댓글 멋진 가을 날에 아들들과 횡성호를 걸었다.
생일이라고 챙겨준 모두에게 너무 고맙다.
횡성호숫길은 물이 찰랑찰랑 할 정도로 만수였고, 사람들이 만원이었다.
'
그래도 부드러운 산길에 골고루 퍼지니, 편안하게 잘 걸을 수 있었다
그것도 맨발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