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박꽃 속의 벌 한 마리
정호순
내 유년의 뜰 안에
호박벌 한 마리 살고 있습니다
호박꽃이 한창 피어나던
어느 여름 날
꽃 속을 날아들던 벌 한 마리
가두었습니다
잉잉 잉잉 울고 있네요
호박꽃 속의 벌 한 마리
내 가슴속에서 울고 있네요
호박꽃 향기 머금은 내 유년의
호박벌 한 마리 울고 있네요
내 가슴속에서 빠져 나가지 못하고
잉잉잉 울고 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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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노트 — 호박꽃 속의 벌 한 마리
어린 시절 호박꽃 속에 들어간 벌을 가둬 본 적이 있었다. 호박벌이 꿀에 취해 정신없이 꽃 속을 맴돌 때 꽃 입구를 오므려 막아 버린다. 그제야 갇힌 것을 알아차린 벌은 웅웅, 웅웅 소리를 낸다. 이 시는 그 유년의 기억에서 비롯된 양가적인 감정에서 출발했다. 문자 그대로 읽으면 어린 시절 호박꽃 속에 가두었던 벌에 대한 미안함과 연민의 이야기다. 그러나 짝사랑의 관점에서 읽으면 첫사랑에 대한 애틋한 기억으로 의미가 확장된다. 호박꽃은 사랑의 대상이고, 벌은 그 꽃에 이끌려 들어간 화자의 마음이다.
꽃 속에 갇힌 벌의 울음은 이루어지지 못한 사랑의 아픔이며, 끝내 빠져나오지 못하는 모습은 오랜 세월이 흘러도 놓을 수 없는 그리움을 상징한다. 유년의 뜰에 머물던 벌은 세월이 많이 지나도 여전히 화자의 가슴속으로 옮겨 와 잉잉거린다. 어린 시절의 장난은 시간이 흐르면서 미안함이 되고, 그 기억은 꺼내 놓지 못한 첫사랑의 그리움과 겹쳐진다. 짝사랑을 말하고 있지 않지만 호박꽃 속에 갇힌 벌의 울음은 첫사랑의 울음이기도 하다. 꽃 속에 갇힌 것은 벌이지만, 오랜 세월 그곳에서 빠져나오지 못하는 것은 어쩌면 그리움에 갇힌 채 빠져 나오고 싶지 않는 나의 마음인지도 모르겠다. _정호순
첫댓글 호박꽃 속의 벌 한 마리
https://suno.com/s/AMp92Qs7AX7BDulA
감상 잘 했습니다. 그림도 직접 그리셨나요. 사진과 시 그림과 작곡 그리고 작가노트까지 멀티 시대에 멋진 행보입니다.
회장님 감사합니다.
그런데 노래에 뜨는 그림은 노래 프로그램에서 띄어주는 것이지
제가 그린 것은 아닙니다.
저는 그림은 그릴 줄 모릅니다. ㅎ
누구나 유년의 추억을 가지고 살지요 호박꽃의 벌이 어쩜 사람들의 그리움이 묻힌 사랑 이야기 같아 공감가는 멋진 시에 작가노트를 통해 유년시절로 돌아보게 됩니다 선생님 아주 아름다운시 감상 잘하였습니다 ^^*
제 귀에는 아직도 갇혀서 우는 벌의 울음소리가 들리는데요.
시집 낼 때를 위해 정리할 겸 정리하고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