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수지에 빠진 의자 /유종인 시창고
저수지에 빠진 의자 / 유종인 낡고 다리가 부러진 나무의자가 저수지 푸른 물속에 빠져 있었다 평생 누군가의 뒷모습만 보아온 날들을 살얼음 끼는 물 속에 헹궈버리고 싶었다 다리를 부러뜨려서 온몸을 물속에 던졌던 것이다 물속에라도 누워 뒷모습을 챙기고 싶었다 의자가 물속에 든 날부터 물들도 제 가만한 흐름으로 등을 기대며 앉기 시작했다 물은 누워서 흐르는 게 아니라 제 깊이만큼의 침묵으로 출렁이며 서서 흐르고 있었다 허리 아픈 물줄기가 등받이에 기대자 물수제비를 뜨던 하늘이 슬몃 건너편 산을 데려와 앉히기 시작했다 제 울음에 기댈 수밖에 없는 다리가 부러진 의자에 둥지인 양 물고기들이 서서히 모여들었다 유종인 시인 1968년 인천에서 태어나 시립인천전문대학 문헌정보학과를 졸업했다. 1996년 「문예중앙」에 시 '화문석' 외 9편이 당선되면서 문단에 나왔다. 2002년 「농민신문」 신춘문예 시조 부문과 2003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시조 부문에 당선되었다. 시집으로 <아껴 먹는 슬픔> <교우록> <수수밭 전별기>등이 있다. [출처] 저수지에 빠진 의자 /유종인 |작성자 마경덕